[Review] 가장 찬란하고, 우울하며, 아름다웠던 그 날들에 대하여 '마리 로랑생 展-색채의 황홀' [전시]

색채의 무한한 변신, 마리 로랑생의 예술 세계를 만나다
글 입력 2018.01.02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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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피카소를 그린 화가, 샤넬을 그린 여자로 잘 알려진 마리 로랑생은 당대 최고의 예술가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20C 초 아름다운 파리를 주름잡았던 프랑스의 대표적인 화가이다. 그녀는 당시 여성 화가로서 순탄치 않았던 예술가의 길을 걸어오며, 여성을 주제로 한 다양한 작품들을 그려냈다. 그녀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화풍과 색채의 황홀함으로 세상의 아픔과 고통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그녀의 그림은 특유의 편안함과 멜랑꼴리(melancholy)함을 느낄 수 있으며, 그녀만의 스타일이 느껴지는 예술세계를 만날 수 있다. 강렬하지도, 진하지도 않은 색감으로 그녀는 내면의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들을 자연스럽게 표현했으며,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다.

 마리 로랑생은 작품에서 자신만의 색을 찾을 찾아가기 위해 다양한 소재를 통해 색채의 무한한 변신을 보여준다. 그녀는 입체파와 야수파의 저명한 화가들 사이에서 무명화가로서 인정받지 못했던 시절을 보내며,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아픔과 그리움을 예술적 활동을 통해 극복하고자 했다. 그녀의 지친 삶에 그림은 유일한 즐거움이자 행복이었으며, 그녀의 시선에서 또 다른 세상을 보는 창이었다. <마리 로랑생 展-색채의 황홀> 전시는 마리 로랑생이 남긴 발자취를 따라가 보며, 그녀의 삶에 스며들어 작가의 작품이 주는 감동과 위안을 고스란히 느껴보는 시간이다.


세명의 젊은 여인들, 1953년경, 캔버스에 유채, 97.3x131, Musee Marie Laurencin.jpg


 
가장 찬란하고, 우울하며, 아름다웠던 그 날들에 대하여

 <마리 로랑생 展-색채의 황홀> 전시는 70여 점의 유화와 석판화, 수채화, 사진 및 일러스트, 도서 등 160여 점의 마리 로랑생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대규모 회고전이다. 그녀는 화가뿐만 아니라 시인, 무대 미술, 일러스트레이터 등 예술가로서 다방면으로 뛰어난 재능을 보이며, 다양한 장르에서 변화무쌍한 아티스트로서의 삶을 살았다. 시대 순으로 8개의 Section을 통해 만나본 마리 로랑생의 작품은 그녀의 인생과 철학이 담겨 있으며, 그녀의 그림은 예술적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열광의 시대에서 만난 마리 로랑생의 작품은 작가의 뜨거웠던 예술혼과 그녀의 가득했던 예술에 대한 열망을 보여준다. 1차 세계대전 이후 간신히 프랑스로 돌아올 수 있었던 마리 로랑생은 우여곡절의 힘든 시간들을 보내고, 작품에 집중할 수 있었다. 남편 오토 폰 바예첸과 시작부터 어긋났던 부부 생활을 정리하고, 사랑했던 연인 기욤 아폴리네르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된 마리 로랑생은 작품을 통해 고통, 슬픔, 절망, 애환 등의 감정을 다양하게 표현했다. 그녀의 작품 대부분에 쓰인 녹색과 파랑색, 그리고 두 색이 섞인 청녹색은 차분하면서도 고혹스러운 이미지를, 회색은 우울하고, 아픈 상처를 부드럽게 감싸 안는 평온함을, 파스텔 톤의 옅은 핑크와 블루는 연하고 화사한 밝은 느낌을 더해 마리 로랑생만의 색으로 특유의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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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기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키스>는 작가 특유의 색채감으로 우아하고, 아름다운 두 여인을 몽환적인 느낌으로 표현했다. 여인들의 우수에 젖은 두 눈은 고독과 슬픔에 잠긴 작가의 심경을 표현하는 듯 했으며, 황홀한 핑크와 옅은 블루로 앞으로 다가올 밝고 환한 미래와 희망에 대한 작가의 기대와 의지를 나타내고자 했다. 또 약자로서의 여성이 아닌 주체적이고, 고상한 이미지의 기품 있는 여성의 모습을 표현했다. 1920~1930년대 전성기를 맞으며 가장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던 마리 로랑생은 누구의 뮤즈, 누구의 연인도 아닌 마리 로랑생 화가 자체로서의 삶을 가장 뜨겁고 아름답게 살아갔다.
  
 마리 로랑생은 당시 남성 중심의 예술계에서 여성 화가로서 독자적인 화풍과 뛰어난 능력으로 파리를 주름잡았다. 그녀의 타고난 예술적 감각과 재능은 장르를 불문하고, 모든 곳에서 그 예술적 역량을 발휘했으며, 후대에도 많은 예술가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색채의 여사제, 몽마르트의 뮤즈 등 그녀를 수식하는 많은 말들이 있지만, 마리 로랑생은 그 어떤 수식어로도 그녀의 파란만장한 삶을 설명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녀는 화가 그 이상으로 한 인간으로서 누구보다 치열한 삶을 보내며, 많은 고난과 시련을 그녀만의 방식으로 꿋꿋이 이겨냈다. 마리 로랑생은 많은 예술과 문학 등 파리 문화의 가장 황금기 시절, 벨 에포크의 시대에서 그녀는 누구보다 아름답고 찬란히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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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소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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