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델마와 루이스’에 나타난 응시의 변화 [영화]

글 입력 2017.12.24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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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상을 바라보는 것, 다시 말해 응시는 바라보는 이가 주체가 됨을 의미한다. 페미니즘 이론에 있어서 이러한 응시의 개념은 매우 중요하다. 과거 많은 영화에서 여성의 이미지는 단지 성적인 매력을 나타내는 존재로 그려지거나, 남성적 응시의 대상이 되는 수동적인 존재로 그려졌다. 영화 속 깊은 곳에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인 무의식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영국 출신의 문화예술비평가인 존 버거 역시 그의 저서에서 ‘남성은 행동하고, 여성은 보여 진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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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델마와 루이스‘는 이러한 남성적 응시의 전형을 깨뜨린 영화이다. 영화 속에는 응시의 관력관계가 복합적으로 존재한다. 남편의 시선에서 비춰지는 아내, 성적 대상으로서의 여성, 힘없고 보호받아야할 존재로 여겨지는 여성.. 그러나 두 주인공은 가부장적인 남편에서, 남성들의 음탕한 시선에서, 보이지 않는 여성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애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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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델마라는 캐릭터를 통해 응시의 변화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영화 초반에 델마는 순종적인 전업주부의 모습을 대변한다. 권위적인 남편과 사는 그녀에게 친구와의 여행은 어마어마한 도전으로 그려진다. 남편의 허락 없이 떠난 여행에서 만난 치한에게서 역시 델마는 수동적인 존재로 그려진다. 그러나 루이스의 도움으로 상황을 모면하고, 영화는 점점 변화하는 델마의 모습을 보여준다. 우발적인 살인에 어쩔 줄 몰라 하던 나약한 그녀가 도주하는 과정 속에서 여러 가지 문제에 부딪히고 그것을 자각하고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도주 중에 만난 청년이 돈을 훔쳐가자 독립적으로 강도 행각을 벌이기도 한다. 즉 델마는 여성이 응시의 대상이라는 지배적인 시각을 깨뜨리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여성’이 됨으로서 스스로 주체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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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처럼 '델마와 루이스'는 두 여성이 가정과 사회로부터 받은 억압과 외면, 그것을 해소하는 과정, 하나의 인격으로 해방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델마와 루이스가 벼랑 끝의 질주를 선택한 것 역시 끝까지 기존의 제도권에 타협하지 않겠다는 ‘행동하는 여성의 힘’을 강력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델마와 루이스’ 속 여성의 이미지나 남성적 응시에 관한 변화가 단순히 젠더의 대립구조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영화 중간에는 흑인이 트렁크에 갇힌 백인 경찰관을 도와주지 않고 오히려 담배 연기를 트렁크 구멍 속으로 불어 넣는 장면이 등장한다. 영화는 여성이나 흑인과 같은 피지배계층, 사회적 소수의 시선으로 제도권을 바라보고 저항한다. 이를 통해 ‘델마와 루이스’는 여성 해방이라는 페미니즘 담론에서 더 나아가 기존의 세계관, 전형적 응시에서 벗어나 다양한 계층, 약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응시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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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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