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와 인간의 시선 : 연극 < 12인의 성난 사람들 >

연극 < 12인의 성난 사람들 > Preview
글 입력 2017.12.23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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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와 인간의 눈

 
프로크루스테스의 이야기로 시작하자. 프로크루스테스는 아테네 인근에서 여관을 운영하는 악당이었다. 그는 손님이 찾아오면, 여관 안의 쇠 침대에 눕히고는, 침대보다 키가 큰 사람은 침대의 크기에 맞춰 몸을 잘라내 죽이고, 침대보다 키가 작은 사람은 침대의 길이만큼 몸을 늘려 죽였다. 프로크루스테스는 여정 중이었던 영웅 테세우스에 의해 같은 방식으로 잔혹한 죽임을 당하고, 마을에는 평화가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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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프로크루스테스 침대
영국의 풍자만화 잡지 펀치(Punch)에 실린 삽화
존 테니얼, 1891년
 

프로크루스테스는 죽었으나, 그의 침대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뉘어 있다. 하나의 몰드와 그 몰드 안에 담기는 수많은 타인들. 많은 사람들은 타인을 자신의 기준과 잣대로 판단하는 사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는 타인을 침대에 눕히고, 나도 모르는 새, 타인의 침대에 눕혀져 재단 당한다. 마치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처럼, 한 인간의 개별성을 지우고, 존엄을 내리누르며, 자신이 정한 침대에 맞춰 자르고 늘리는 것.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가 담긴 인간의 눈은 그래서 때때로 폭력적으로 느껴진다.

 
 
법정의 눈


법의 공간은 이 프로크루스테스 침대가 인과와 사변의 논리로 공인되는 곳이다. 법의 존재로 우리의 삶이 안온하게 이어질 수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 기저엔 ‘범죄를 저지른 사람’으로서의 한 인간을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눕히는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 역시 알아야 한다. 침대 위에 누워 있는 그의 개별성을 고려할 이유가 없다는 것은 현실의 논리에선 말할 것도 없이 당연한 일이다. 이름이 아니라 죄수 번호로 불리고, 개성을 표현하는 옷이 허가되지 않은 채 죄수복을 입고, 이동의 자유를 잃는, 인간으로서 개별성을 지우는 것 그 자체가 형벌이니 당연하게 여겨질 수밖에.
 
 
피고의 진술을
여러분도 들으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는 대답할 줄도 알고
말뜻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자기가 무슨 짓을 하는지도 모르고
행동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알베르 까뮈, <이방인>, p.133)
 
 
법정의 메커니즘은 우연성을 ‘그러므로’라는 인과의 실로 엮어 하나의 완벽한 태피스트리를 만드는 것이다. 피고인석에 한 인간을 앉히고는, 증거와 증인과 알리바이로 그를, 그의 행동을 설명한다. 하나의 범죄에 피고인이 들어맞느냐, 들어맞지 않느냐로, 피고인의 모든 우연성은 하나의 퍼즐 조각처럼, 이리저리 끼워 맞춰진다. 퍼즐 조각이 맞춰지는 논리는 자명하다. 증거와 증인, 알리바이. 평범한 일상의 물건과 사람들 중 범죄와 관련된 것들은 선택되어 엮어지고, 하나의 직조물이 완성되면, 그는 형벌을 구형받게 된다. 피고인과 그의 삶을 재단하는 수많은 눈, 그곳에도 역시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는 놓여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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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한 소년이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죄로 법정에 서게 되고,
모든 정황과 증거가
그 소년을 범인으로 지목한 상황이다.

법정 최고형인 사형의 판결까지 남은 것은
배심원 12명의 만장일치 결정.
배심원들은 유죄가 확정적인 이 사건에
시간 낭비를 하는 것 같아 짜증이 나기 시작하고,
빨리 판결을 내리고 끝내기를 원한다.

모두가 ‘유죄’를 주장하며
토론을 끝내려는 그때,
배심원 중 한 명이 ‘무죄’라 주장한다.

이 배심원은 그들에게
소년이 범인이라는 근거에 대해
논리적으로 반박하기 시작하고,
배심원들은 하나둘씩 그의 논리에
설득을 당해 흔들리기 시작한다.

정말 소년은
자기의 아버지를 살해한 것일까?
마지막 판결은 어떻게 나게 될 것인가?




눈을 의심하라, <12인의 성난 사람들>

 
한 소년이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오른다. 부친 살해라는 무거운 죄목으로 소년은 침대 위에 눕혀진다. 모든 정황과 증거가 소년의 죄를 뒷받침해주고 있어, 배심원 12명 중 11명이 그의 유죄를 주장한다. 그때, 배심원 중 한 명이 무죄를 주장한다. 한 배심원의 의심은 소년을 전기의자로 보낼, 인과의 실 하나를 자른다. 그리고 실이 풀려나가자, 완벽한 직조물로 완성되어가던, 태피스트리는 점차 어그러지기 시작한다.
 
배심원이 소년의 유무죄를 평가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법정의 눈과 인간의 눈, 모두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자명하다고 여겨졌던, 몰드에 대한 한 명의 의심이 불길처럼 번져 11명 모두의 의심을 이끌어낼 것이고, 이 과정에서 우리는 수많은 눈에 대한 의심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작게는 타인을 판단하고 재단하는 인간의 눈에 대한 의심, 인간을 인과라는 씨실과 날실로 엮는 법정의 눈에 대한 의심, 그리고 다수결의 원칙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주의의 눈에 대한 의심까지. 의심은 자명한 것의 틈을 파고들어, ‘인간’에 대한 물음을 던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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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의 재공연에도 많은 관객들의 호평과 관심을 받고 있는 연극 <12인의 성난 사람들>의 힘은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있지 않을까. 결국, 모든 예술은, 모든 연극은 인간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한다지만, 이 기본조차 고민하지 않고 이야기를 펼쳐내는 연극 역시 많으니 말이다. 이 기본을 어떠한 방식으로 풀어낼지, 우리가 만나게 될 인간 군상들은 어떤 울림을 줄지, 극단 산수유만의 시선이 한껏 기대되는 이유이다.



공연정보


 



INTRODUCTION

기    간
2017년 12월 6일(수) – 2017년 12월 31일(일)

시    간
평일 오후 8시 / 주말 오후 3시
화요일 공연 없음
  *12월 25일 월요일 3시

장    소 : 미마지 아트센터 물빛극장
(서울시 종로구 대학로 8가길 129)

주최·제작 : 극단 산수유

관람연령 : 만 13세
(중학생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 100분

관 람 료 : 30,000원

예    매 : 인터파크 


CREATIVE STAFFS

작    가 : 레지날드 로즈
(Reginald Rose)
번    역 : 김용준
연    출 : 류주연
무    대 : 이희순
조    명 : 박성희
음    향 : 윤민철
의    상 : 최  원
디자인ㆍ사진 : 김 솔
기    획 : 강선영, 김신영
조 연 출 : 오세창
출    연 : 홍성춘, 강진휘, 남동진, 이종윤
유성진, 신용진, 한상훈, 현은영, 김애진
박시유, 반인환, 홍현택, 서유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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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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