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특별함'이 더는 특별하지 않기를 : 위대한 쇼맨 [영화]

글 입력 2017.12.22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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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리우드의 꽃, 뮤지컬 영화 '위대한 쇼맨'이 개봉했다.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은 '라라랜드', 시각적으로 화려한 장면들을 관객에게 선사했던 '미녀와 야수' 제작팀들이 만난 영화라 개봉 전부터 관객들의 기대를 받았다. 필자 또한 뮤지컬 영화를 굉장히 좋아하고 '라라랜드', '미녀와 야수'를 인상 깊게 봤던 터라 기대를 안고 개봉하자마자 이 영화를 봤다. '위대한 쇼맨'은 어떤 영화일까. 이 영화에 대한 나의 생각을 여러분들과 공유해보고자 한다.

(내용 중 특정 부분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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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을 인정하는 꿈과 희망의 나라


 과연 뮤지컬 영화랄까. 화려한 무대, 신나는 음악,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까지. 영화는 시각적, 청각적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사실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스토리는 별것 없다. 오히려 너무나 예측 가능한 전개들과 개연성 없는 스토리로 지루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음악적인 요소와 시각적인 황홀감은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 초반 'The Greatest show'로 시작하는 웅장한 도입부는 관객들이 함께 그 무대 안에 있는 듯 한 착각을 주며, 공중곡예를 통한 볼거리는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특히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OST가 아닐까 싶다. 모두가 음악에 몸을 맡기고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넘버들은 이 영화를 즐길 수 있게 도와준다. 'This is me!', 'Rewrite the Stars'와 같은 곡은 완성도 높은 선율과 빛나는 배우들의 목소리로 우리를 귀를 즐겁게 한다. 또한 아무리 스토리가 별것 없다 해도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정확하고 의미 있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This is me! 우리는 누구나 특별하다! '위대한 쇼맨'은 다양성을 인정하는 꿈과 희망의 나라를 보여주며 우리에게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선물해준다. 하지만 이 영화 속 꿈과 희망의 나라도, 주인공 바넘(휴 잭맨)의 '가짜' 공연처럼 '가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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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they live happily ever after. The end?


 ..그래서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끝. 우리에게 익숙한 해피엔딩이다. 우리는 깔끔하고 행복한 결말을 통해 사회의 문제를 잠시나마 해소한다. '위대한 쇼맨'도 이런 식의 결말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위대한 쇼맨'의 가장 중요한 주제는 "우리는 누구나 특별하다"이다. 이런 확고한 메시지를 가지고 있는 만큼 이 영화는 다양성을 인정받고 차별 없이 살 수 있는 평등한 사회를 추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아니, 실제로 바넘의 극단이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것을 통해 그런 사회가 실현되는 것 같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안타깝게도 이는 그저 그럴듯해 보이는 환상에 불과하다. 환상의 세계에서는 뭐든 실현될 것 같았지만 그 안에서도 행복한 사회는 없다.

 바넘의 극단 '특별한' 그들은 끝까지 함께하며 자신들이 즐기는 공연을 한다. 많은 사람이 이들에게 열광하는 모습을 통해 그들은 자신의 특별함을 안고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마지막에 그들이 서 있는 장소는 엄연히 무대가 있는 공연장이 아닌 천막 속 서커스장으로, 오히려 퇴보한다. 또한 많은 사람이 그들의 공연에 열광하지만 정작 그 안에는 그들을 무시하고 배척했던 사람들은 없다. 결국, 갈등상황에 놓였던 이들과의 근본적인 문제는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아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없어서일까, 영화는 그들이 사회 속에 섞여 살아가는 모습을 끝까지 보여주지 않는다. 결국 그들이 남아있는 곳은 단절된 천막 속이다. 관심 있는 사람들만 그들에게 찾아오는 것이다.

 또한 이 영화 속 바넘의 첫째 딸, '캐롤라인'을 통해서도 영화가 현대사회에 깔린 이데올로기를 전복시키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캐롤라인은 발레리나를 꿈꾸는 아이로 나온다. 예술에 격이 어디 있겠냐만 오랜 세월 동안 발레는 상류층의 예술로 꼽혔다. 영화 속에서도 캐롤라인이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것을 통해 발레는 선천적으로 '공주' 계열에 속하는 사람이 배우는 것으로 표현된다. 자신도 그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아빠에게 발레를 배우지 않겠다고 말하며 그가 하는 예술 중 하나를 '가짜'라고 무시한다. 이에 바넘은 '진짜' 예술을 사람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인정받으려고 노력하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극단으로 돌아간다. 이런 결말을 통해 예술에 대한 격의 차이도 사라지는 듯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바넘은 끝까지 딸에게 발레를 가르친다. 그리고 결국 그가 앉아있는 자리는 극단이 있는 천막이 아닌 발레를 하는 딸을 지켜보는 좋은 공연장이다. 예술의 진정한 격의 차이를 무너뜨릴 생각이었다면 캐롤라인이 극단에서 발레를 하던가, 바넘의 극단 사람들이 좋은 공연장에서 공연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모두가 특별한 세계'를 실현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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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함’이 더는 특별하지 않은 사회

 
 이처럼 다양성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마무리가 되었다는 점이 아쉬움을 남긴다. 하지만 '특별해도 괜찮아, 너대로 살아.'라는 메시지가 관객들에게 강력히 박혔다는 것을 보면 이 영화는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해낸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바넘의 극단인들이 '특별한' 자신 스스로를 인정하며 당당하게 관중을 향해 나오는 'This is me!' 노래 장면은 영화가 끝나고도 우리 마음속에 맴돈다.

 주인공 바넘을 연기한 휴 잭맨은 인터뷰를 통해 "관객들이 이 영화를 통해 남이 뭐라고 하건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마이클 그레이시 감독은 "결국 사람은 누구나 특별하다. 남과 다르다는 건 축하할 일"이라고 언급했다. 어쩌면 사회가 먼저 바뀌기를 바라는 것 보다 자신의 '특별함' 때문에 고통받던 사람들을 위로하는 것이 먼저일지도 모르겠다. 그들이 자신을 사랑하고 당당하게 여긴다면 사회는 자연스럽게 바뀔 수 있지 않을까. 특별해도 괜찮다. 자신의 '특별함'을 인정하고 사랑하는 것을 넘어서, '특별함'이 더는 특별하지 않은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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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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