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치면 행복하다.”
이 말만 하고 마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 않을까. 극을 보러 가는 길에 문득 생각했다. 누구든지 저렇게 말은 할 수 있다. 문제는 미칠 수 있는가이다. 프리뷰 때도 말했지만 우리는 ‘미친척하고 XX 하고 싶다.’ 라는 표현을 일상에서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이 표현이 표현으로만 남는 것은 실제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예외가 있다면 미친척하고 지갑을 여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왠지 이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은 건 기분 탓 아닐까). 사실 누구든 가볍게 미칠 수 있을 것이다. 일탈을 즐기는 영화들을 보면서 누구든지 그 즐거움에 공감하고 부러워하는 것이 그 증거일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미치지 못하는 것은 미칠 수 있는 시간이, 공간이, 환경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일상은 미치기에는 너무나 부적합하다.

‘루나틱’은 짧은 시간동안 미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웃고, 극에 반응하고, 소리도 질러보고, 함께 일어서서 음악을 즐기고. 평소에도 하는 행동들이지만 극의 내용과 맞물리면 미칠 수 있는 기회로 변모한다. 스토리에 충실하면서도 중간중간 잘 녹아들어있는 웃음 포인트들과 저절로 환호성을 지를 수밖에 없는 배우들의 노래들은 우리를 예열시켜 준다. 이런 요소들이 모여서 돌아가는 길까지 미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을 우리에게 심어준다. 일상으로 돌아오면 다시 미칠 수 없게 되겠지만 그전까지는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극이다. 이것이 이 극이 오랜 기간 동안 살아남아온 비결이 아닐까. 무책임하게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미침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주는 극이기에 지금까지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좋은 극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극을 본다고 해도 일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당장 이 리뷰를 적는 지금도 필자는 시험기간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바쁜 일상은 우리에게 다른 것을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는다. 그저 해야 할 일만 바라보다 보면 미치는 것은 전혀 생각할 수 없게 된다. 슬프게도 해야 할 일은 그치지 않는다. 계속되는 바쁜 시간들은 우리를 미침과 더 멀어지게 만들어 버린다. 그럼에도 이 극은 불현듯 미침을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 그 잠깐의 생각이 주는 재충전은 생각보다 강력하다. 이것이 이 극의 능력이 아닐까. 그러기에 여러모로 쉬는 시간에 꼭 맞는, 이어질 바쁜 일상들을 대비하기 위한 극이 아닐까.

- 필자가 본 공연의 출연진.
모두 너무 멋진 공연을 보여주셨다.
아쉬운 것은 극이 강요를 한다고 느껴진다는 것이다. 먼저 극의 주제를 과하게 강요하는 느낌이 들었다. 또한 그것을 위해 엔딩을, 대사들을 과하게 의도적으로 이끌어가는 면이 있었다. 충분히 이 극은 그러지 않아도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러기에 아쉬웠다. 또한 극에 대한 참여를 강요하는 면이 있다. 왜 모두가 춤을 춰야 할까. 지금 와서 가만히 생각해보면 모두가 일어설 때 앉아있는 것도 미치는 것의 다른 형태일지 모른다. 꼭 흥겹게 즐겨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만약 필자처럼 일어서서 사람들과 함께 춤추고 즐기는 것과 별로 친하지 않다면 자신 있게 자기가 원하는 대로 행동해도 될 것이다. 그것이 더 자신에게 충실한 길이니까.
루나틱
- 세상이 미친게 분명하다 -
일자 : Open Run
시간
평일 8시
토 2시, 5시 / 일 3시
월, 화 쉼
장소 : 문 씨어터
티켓가격
전석 40,000원
주최/제작
(주)elplus
관람연령
만 13세이상
공연시간 : 100분
문의
(주)이엘프러스
02-6403-7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