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혹시 당신도 환자? 뮤지컬 < 루나틱 >

음악과 웃음으로 소극장을 메우다
글 입력 2017.12.14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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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뮤지컬 <루나틱>
극본 황선영
작곡 권오섭
연출 대학로 도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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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 소극장 창작 뮤지컬


가장 기대했던 부분이다. 작은 무대 위에 놓인 연극에 익숙하기에, 그 공간에 뮤지컬이 들어서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다. 더군다나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형식이라는 것에서 더욱 흥미가 갔다. 최초의 시도를 보인 그들의 도전을 관람하면, 이후 있을 유사한 장르의 작품을 볼 때, 좋은 지표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실제로 마주한 소극장의 뮤지컬은 힘이 있었다. 자그마한 공간에 관객은 오밀조밀 앉아 있고, 그들과 우리 사이엔 한 뼘 정도 낮은 단이 전부다. 객석과 무대의 경계를 허무는 건 그들이다. 이를 위해 재치 있는 극적 요소와 노래를 이용하고, 이것들은 소극장이라는 공간 안에서 증폭된다. 공간에 한치의 여백도 놓치지 않는다. 공기를 꽉 채우는 느낌이다. 몇몇 넘버 중 가사 전달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거슬리지 않았다. 넘버에 대한 기대보다는 그 넘버를 전달하는 방식에 더욱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사 몇 마디를 알아듣지 못한다고 해서 즐거움이 반감되지는 않았다. 그곳엔 그런 힘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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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이를 가만히 지켜보다가, 연극도 뮤지컬도 아닌 것 같은 모호한 경계를 지적하며 “둘 중 하나만 제대로 하지”라고 말할 수도 있다. 형식은 응당 뮤지컬을 띄고 있지만, 소극장 연극의 스타일이 워낙 강하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들의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 대학로에서 하루에 올려지는 작품 가짓수가 몇 갠데, 언제까지고 정통만 운운하기는 힘들다는 생각이다. 오히려 새로운 무대 장르를 개척한 그들을 칭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그들만의 무대로 보면 된다. 그들이 표출하는 독특하고 인상적인 힘은 순식간에 관객을 아우른다. 정형화된 틀에 갇혀 장르 구분에 열을 올리기보다는, 그 도전정신에 크게 방점을 찍고 싶다. 물론, 큰 틀 안에서 개개인의 이야기를 푸는 방식이다 보니 내용에 깊이가 느껴지진 않는다. 넘버 하나하나가 굉장하고 뚜렷하지도 않다. 하지만 그러면 어떠한가? 너무 익숙한 나머지 어느 순간 잣대로써 평가하는 그런 요소 말고 그들에겐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공간의 묘미를 십분 이용한 소극장 공연의 유쾌함과 전달력이야말로 예의 것들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괜찮아요, 우리 모두 환자인걸요.”


뮤지컬 <루나틱>이 갖는 또 다른 즐거움은 소통의 분위기이다. 여느 소극장 연극보다도 작품 전반에 걸쳐 관객을 의식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느낌이 가히 지배적이다. 심지어 막을 올리기도 전에, 주인공들이 모두 객석에 내려와 관객에게 말을 건다. 이제 막 들어서는 관객에게 “왔어?”라며 반기는 신선함은 이후 펼쳐질 상호 교감의 예고였다. 소통의 느낌이 강하다 보니, 작품이 어느 순간 하나의 쇼(show)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들은 쉼 없이 호응을 유도하고, 반응을 반영하며, 관객은 이에 자연스럽게 동참한다.

작품은 하루하루가 바빠 숨 돌릴 틈 없는 현대인들에게 진단을 내리고, 꽤 그럴듯한 처방을 제시한다. 관객은 환자가 되고, 극장은 병원이 되며, 극은 그들이 지도하는 치료과정이 된다. 실제로 관객은 복잡한 현실을 잠시 저쪽에 접어두고, 웃음을 연발하는 치료에 집중한다. 이러한 유도 반응은 작품이 전달하는 메시지와도 맥을 같이한다. 정신없고 복잡한 이 세상에 살며 미칠 것만 같을 때, 내가 먼저 살짝 미친다면, 세상은 훨씬 즐거울 거라는 굿닥터의 메시지가 피부에 기억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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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승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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