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건 사랑, 그리고 크리스마스. < 당신이 잠든 사이에 > [영화]

글 입력 2017.12.12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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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집 여자들은 크리스마스를 정말 좋아한다. 그래서 항상 12월이 되면 집에 트리를 만들고, 가장 좋아하는 캐롤 앨범을 틀고, 거실에 모여 커피와 함께 수다를 떤다. 그리고 크리스마스가 되면 케이크와 맛있는 양식을 차려놓고 저녁식사를 한다. 선물을 주고받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의 분위기를 내려고 노력한다.  왜 그런 걸까? 기독교? 크리스천이라서? 아니, 사실 우리 집은 무교다. 그마저도 친가가 불교이기 때문에 교회나 성당보다는 절에 자주 다녔다. 아니면 엄마 생신이 크리스마스라서? 물론 분위기를 만드는 데에 일조 한 건 사실이겠지만, 모든 이유는 아니었다. 엄마 생신만 챙기려 했다면 이렇게 분위기 잡지는 않았을 거다. 나는 여태 2n년이 지나도록 그 이유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었는데, 며칠 전, 그 이유를 깨달았다. 바로 영화 한 편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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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잠든 사이에> (1995) 산드라 블록,빌 풀만 주연


 바로 이 영화다. 나 홀로 집에도, 해리포터도 아닌, 1995년도 영화 <당신이 잠든 사이에>. 이 이름을 들으면 최근 종영한 이종석, 수지 주연의 드라마를 생각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아니다. 우연히 고등학교 무렵 알게 된 이 영화가, 생각해보면 당시 내 크리스마스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해 준 것 같다. 며칠 전 이 영화를 본 날도 그랬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이 영화를 꼭 봐야 해!" 하는 건 아니었지만, 자연스럽게 이 영화가 생각이 났다. 여유로운 금요일 저녁, 여섯 번 넘게 봤지만 여전히 볼 때마다 설레는 영화다. 처음, 소녀감성이 풍부했던 고등학교 때 이 영화를 접하게 되었다. 내가 태어났을 무렵에 만들어진 영화였음에도, 소녀감성의 설렘은 만국 공통, 시대불문 통했나보다. 처음 접했을 당시부터 이 영화의 모든 것이 좋았다. 크리스마스 분위기와, 사랑이야기 모두 다. 고등학교 무렵 이상형의 모습이 만들어졌는데, 이 남자주인공이 그 80%는 만든 것 같다.  또한 이 영화는 참 구성이 대단한데, 어느 하나 흘려보내는 설정이 없고, 모든 설정에 재미요소를 넣어 놓는다. 스토리의 짜임새도 훌륭하다. 깨알 같은 개그요소도 흠 될 것이 없다. 그렇기에 내가 6년 가까이 이 영화를 챙겨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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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의 내용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렇다. 루시는 비록 이름은 모르지만 아침마다 마주치는 피터를 짝사랑하고 있다. 그러다 크리스마스 날, 피터가 사고를 당하고 루시가 그를 구한다. 하지만 피터는 혼수상태에 빠지고, 루시는 오해로 인해 피터는 모르는 피터의 약혼녀가 된다. 그렇게 캘러한 가족과 마주하게 되고, 그녀는 캘러한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피터의 동생인 잭을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피터가 드디어 혼수상태에서 깨어나면서 일이 더 복잡하게 꼬인다. 과연 루시는 어떻게 될까? 결말은 직접 영화를 통해 확인하길 바란다.

 이 영화는 캐릭터마저 참 사랑스럽다. 여자주인공 루시를 처음 본 순간부터 사랑하게 되었지만, 형의 여자이기 때문에 마음을 표현할 수 없는 잭. 그리고 처음 이름도 모른 채 짝사랑하던 피터보다, 일주일동안 모든 것을 공유하며 이야기를 나눈 잭을 사랑하게 된 루시. 두 사람이 이어질 듯 이어지지 않는, 풋풋하고 설레는 분위기가 참 좋다. 또한, 나는 자극적인 영화보다는 잔잔한 영화를 좋아하는지라, 자극적인 스킨십 장면 없이 잔잔한 분위기 흘러가는 그 매력에 더 빠졌던 것 같다. 물론, 앞서 말했듯 잔잔하다고 해서 지루한 영화는 절대 아니다. 중간 중간 정말 깨알 같은 즐거움을 주는 요소들이 많다. 예를 들면, 자전거를 타고 신문을 배달하던 사람이 눈에 미끄러지는 장면이나, 루시가 피터의 여자임을 입증하는 장면처럼 말이다. (부디 영화로 직접 확인하길 바란다) 특히, 몇 번을 봐도 설레는 장면이 있다. 바로 잭이 피터의 병실에 찾아가 혼자 포커게임을 하는 장면이다. 본인이 루시를 사랑하고 있음을 알지만 어쩔 수 없는 그 마음을 잘 드러낸다. 말고도 엘리베이터 앞에서 피터에게 루시가 어떤 사람인지 말하는 장면 등, 스포의 우려가 있어 세세히 말은 못하지만, 연애세포의 부활이 필요한 사람들이라면 당장 이 영화를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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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 잠든 사이에>를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로 본다면, 영화를 두 번 세 번 더 봐서 이 영화의 진가를 알아채길 바란다. 이 영화는 루시라는 사람이 사랑을 느끼는 과정을 담은 영화이다. 하지만 그 사랑이라는 것이 꼭 남녀 간의 사랑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루시는 부모님과 모두 이별하고 고양이 한 마리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다. 가족이 없기 때문에 모든 휴일에 근무해야 하는 그런 사람. 그래서 그녀는 가족의 화목함을 부러워한다. 그리고 그런 가족의 분위기를 느껴본 적 없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런 그녀의 삶에 캘러한 가족이 들어온다. '아무도 없는' 그녀와는 달리, 피터와 잭이라는 형제, 여동생, 부모님, 할머니, 심지어 대부까지. 모두에게 친절하고 따뜻한 이 대가족이 삶에 들어오면서 그녀의 삶이 바뀐다. 외로웠던 그녀에게 한 줄기 빛이 생긴 것이다.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마지막에 그녀는 모든 오해를 설명하며 캘러한 가족에 대한 사랑을 말한다. 이 영화를 보면서 짠했던 적은 있지만 눈물은 흘린 적은 없는데, 이번엔 눈물이 찔끔, 흘러나왔다. 매 년 느끼는 감정이 달라서 일까, 감수성이 풍부해진 탓일까, 루시의 눈물과 함께 괜스레 눈시울이 붉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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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이 모든 일들이 이루어지는 시기는 바로 크리스마스시즌이다. 이 일들이 여름에 일어났다면 분위기가 어땠을까? 좀 더 청량한 이미지였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 가족들이 함께 피서를 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쩌면 코믹한 분위기가 더 살았을 지도. 그러나 이 영화의 배경이 크리스마스이기 때문에 더욱 강조되는 것이 있다. 바로 '따뜻함'이다. 그녀가 느끼는 모든 따뜻함이 크리스마스이기 때문에 강조된다. 특히 그녀는 캘러한 가족의 크리스마스 파티에 초대되는 장면에서 그러한 부분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그녀는 가족의 따뜻함을 느낀다. 함께 사진도 찍고, 산타의 선물도 받고, 양말도 생겼다. 루시가 미소를 띠며 천천히 캘러한 가족들을 바라볼 때, 루시의 시선이 곧 관객의 시선이 되는데, 마치 내가 루시가 된 듯한 기분이 든다. 한국은 크리스마스 문화가 많이 발달하지 않았고, 심지어 점차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덜해지는 추세이기 때문에, 함께 선물을 주고받으며 즐기는 모습은 너무나 낯설면서도 사랑스럽다. 바로 이 장면이, 내가 크리스마스를 사랑하게 된 이유다. 따뜻한 조명과 벽난로, 트리, 음악, 그리고 사람들. 크리스마스와 사랑에 빠질 수 있는 모든 요소들이 존재하는 바로 그 장면에서, 나는 또 한 번 루시처럼 사랑에 빠진다.

 겨울은 춥다. 요즘엔 기온도 영하로 뚝뚝 떨어지고 있다. 겨울 추운 계절이지만, 동시에 여름엔 느낄 수 없는 따뜻함이 있다. 이불을 돌돌 말아 감싼다던가, 히터를 쬔다던가, 포근한 쿠션을 꼭 껴안는다던가, 혹은 길거리에 걸린 노란 전구들 까지도. 그리고 그 중 가장 따뜻한 건,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체온을 나누는 것, 그리고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일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2017년,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즐기길 바란다. 그것이 사랑하는 연인이 됐든, 친구가 됐든, 가족이 됐든 말이다.





사진출처: 네이버 영화


[김미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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