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켜켜이 쌓여온 책이라는 문화와 도서관, 그리고 출판저널 [문학]

글 입력 2017.12.09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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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주년과 동시에 지난 9월 500호를 맞은 출판저널을 다시금 마주하고 나서, 표지를 넘기자마자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출판저널의 디지털 라이브러리를 오픈했다는 소식이었다. 나는 30주년 기념호였던 지난 498호로 출판저널과 처음 만나게 되었는데, 그 때 점점 침체되어 가는 출판시장 내에서도 꿋꿋이 우리에게 ‘읽기’라는 행위로의 표지판을 세워주는 출판저널에게 응원과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생각한 바 있었다.

 또한 그 때 나는 지금까지의 기쁨과 뿌듯함보다 앞으로의 고민이 더 크다고 이야기한 대표 에디터의 글을 읽으면서 앞으로의 출판업계는 점점 발전하는 것이 확연한 디지털 세상에 발 맞추기 위한 적응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이책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고집하는 것, 어느 것에도 치우치지 않은 이 두 가지의 조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때문에 출판저널이 종이책의 형태를 계속 발간하면서도 동시에 디지털 라이브러리를 오픈한 것에 대하여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종이책을 사랑하지만 여건이 되지 않는 이들, 그리고 종이책보다 전자책을 더욱 선호하는 이들에게 출판저널을 찾을 또 하나의 길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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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호의 전체적인 주제는 도서관에 대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특집 좌담으로는 ‘책문화 생태계를 위한 도서관의 미래’와 ‘도서관은 우리에게 어떤 공간이어야 하는가?’가 다루어졌으며, 인상 깊었던 에세이로써 네덜란드에 있는 ‘아펠도른의 CODA 도서관’을 구경하고 올 수 있었다.

  나에게 도서관이라는 장소는 지식과 생각을 얻는 공간이다. 나는 책을 멀리하는 많은 사람들 중 하나이지만 책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기에 (오히려 모순적이지만 책에 대한 감정 자체로는 사랑에 가깝다) 도서관에 가면 항상 괜히 여러가지 책들을 뒤적이게 된다. 책들은 나에게 다양한 정보를 주기도 하고 감정을 주기도 하며 때문에 많은 생각들을 불러온다. 그러나 고백하자면 이렇듯 다양한 생각을 얻는다고 말하는 나에게 있어서도 도서관이란 그저 단순히 ‘책이 많은 장소’, ‘책을 빌리는 장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더욱이 내 주변의 여러 도서관의 풍경을 둘러보면 한결같이 책을 읽는 사람들과 공부를 하는 사람들, 정확히 둘로 나누어진 부류의 사람들만을 마주하게 되곤 한다. 때문에 나는 도서관이 나아가야 할 길이라던가 도서관이라는 장소의 다른 기능, 다른 풍경이 존재하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나에게 있어 도서관에서 조곤조곤한 대화가 이루어진다는 것, 키즈카페처럼 아이들이 한 쪽 공간에서 놀 수 있다는 것, 사서와 도서관 이용객들의 다양한 대화(이를 테면 책 추천이나 사는 이야기)가 이루어진다는 것, 이 모든 풍경들은 낯설고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이번 호의 특집 좌담과 에세이를 읽으며, 도서관이라는 공간이 단지 책과 학문과 관련된 공간을 넘어서, 책이라는 문화가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복합적인 문화공간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낄 수 있었다. 책이라는 문화는 정치와 사회와 예술을 넘어서 수 많은, 어쩌면 모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갈래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서관이라는 장소를 그저 ‘읽기’와 ‘학습’이라는 정적인 활동의 공간으로만 국한시켜 왔던 것이 어쩌면 더욱 이상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출판저널에서 제시하는 도서관은 이전의 개념을 더욱 확장시키는 활동적이고 발랄한 모습이었다. 물론 이 모습이 무조건 지금의 모습보다 좋은 점만을 가지고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러한 모습을 갖게 된다면 집중 등을 위한 문제들이 새롭게 대두될 것이다.) 이러한 점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읽기라는 활동 이후에 자연스레 생겨나는 생각들을 혼자 간직하는 것을 넘어서 누군가와의 토론, 대화 등을 통한 ‘소통’, 그리고 그로 인한 생각의 ‘확장’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이러한 주된 주제 이외에도 나의 기억에 남는 코너는 <전라도닷컴>을 발행한 황풍년 선생님을 인터뷰한 것이었다. 황풍년 선생님은 잡지를 소개해 달라는 질문에 ‘역사는 1%에 해당하는 영웅이나 권력자나 돈이 많은 사람을 기록한다. 우리는 기록되지 않는 99% 사람들의 철학과 빛나는 삶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는데 나는 이 철학이 퍽 마음에 들었다. 평소에 기록을 통한 기억의 존속을 중요시하는데 전라도닷컴이 전달하고자 하는 기록은 역사가 전부 보여줄 수 없는 그 무엇이었기 때문이다. 전라도에 고향을 두고 있거나 전라도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 등 전라도에 관련된 사람들 뿐만이 아니더라도 다른 열혈독자들이 있다는 것은 나처럼 이러한 점에 매료되고 가치를 느끼는 이들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출판저널을 두번째 접하면서 : 물론 이 책이 시대를 아예 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출판저널은 비교적 잡지 중에서도 시대와 관계 없이 계속 꺼내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출판저널이 소개하는 콘텐츠들이 책이라는 점, 때문에 이 자체가 오래도록 존재할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정다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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