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예언에 사로잡힌 왕, 욕망을 속삭인 왕비 - 맥베스-King's Choice @대학로 나온씨어터

상상이 생각을 지배한다.
글 입력 2017.11.27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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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에 사로잡힌 왕, 욕망을 속삭인 왕비"


맥베스-King's Choice
- 상상이 생각을 지배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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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극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와 다양한 실험, 창의적인 작업을 시도하는 극단 '창작집단 몬스터'의 연극 <맥베스-King's Choice>를 보러 대학로 나온씨어터로 향하였다. 이제는 친숙한 'K아트플래닛'이 적힌 표를 받고 이번에는 어떤 연극일까 한껏 들뜬 기대감을 가지고 연극 무대에 들어사계절에 적어도 한 번씩은 방문하는 듯한 이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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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현대적이고, 일상적인 공간


셰익스피어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연극이지만, 예상과 다르게 무대 위 소품은 지극히 현대적이다. 무대는 정면에 금색문양이 들어간 커다란 액자형태의 출입문과 그 옆에 그보다 작은 액자가 걸리고, 그 오른쪽에 커다란 체경이 있다. 무대 왼쪽에는 신디사이저와 공연기계작동시설, 그 옆에 축음기가 놓이고 그 오른쪽에 술병과 술잔을 올려놓은 2단 구조의 대가 있다. 액자와 체경 옆에는 전화기를 올려놓은 서랍장이 보인다. 무대 중앙에는 탁자와 의자가 배치되었다. 연극 <맥베스>는 시대적 배경을 현대로 하고 셰익스피어 원작의 줄거리를 따랐으나,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연극이다. 특히 저 체경과 액자를 이용한 연출이 인상깊었다.

맥베스와 레이디 맥베스, 단 두 명만이 등장하는 2인극이지만 이 공간을 꽉 채우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거울 앞에 서서 스스로 독백하는 맥베스의 모습이나 혼란스러워 하는 맥베스를 거다란 액자형태에 실루엣만 보이며 말 없이 서 있는 레이디 맥베스의 모습을 보여주는 연출은 음침하면서도 회한이 가득하다.
   

그 빌어먹을 예언들이
날 여기까지 데리고 온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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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은 정해진 것인가 개척하는 것인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작품 <맥베스>. 양심의 반란에 괴로워하고 굴복하고 마는 인간의 나약함을 시적으로 표현한 걸작이다. 예언이 부른 욕망, 탐욕으로 물든 비극 충심으로 가득한 스코틀랜드 최고의 전사 맥베스.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돌아오는 길에 세 마녀로부터 왕좌에 오를 것이라는 예언을 듣게 된 맥베스는 걷잡을 수 없는 욕망에 사로잡힌다. 맥베스의 아내는 그의 귓가에 탐욕의 달콤한 속삭임을 불어넣고, 정의와 야망 사이에서 고뇌하던 맥베스는 결국 왕좌를 차지하기로 결심하며 덩컨왕을 살해하고 왕위에 오르는 대관식 장면까지만 공연한다.

맥베스의 운명은 정말 예언에 이루어진 타의적인 결과일까, 혹은 은연중에 맥베스가 자의적으로 선택한 선택의 결과일까. 처음에는 부정하지만 하나씩 맞아들어가는 예언을 보고는 의심을 하다가 이내 호기심을 가지게 되고 불안에 떨기도 한다. 그리고는 그 예언이 마치 순리인 양 믿고 합리화를 하기 시작한다. 인정 하고 싶지 않은 본인의 행동에 대한 그 무거운 책임의 무게를 회피하고 싶어하는 나약한 인간의 내적 심리묘사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한때는 충신이었을지 모를 맥베스가 내적 광기에 미쳐가는 모습을 하루라는 짧은 시간으로 응축하여 표현한다. '선택에 기로에 선 당신이라면 어떻게 행동하였을 것인가?'라는 어려운 질문을 남기는 연극이다.


아무도 내 왕국을 건들일 수 없으며
내 왕국은 영원할 것이다.


맥베스와 함께 등장하는 도도하고도 아름다운 여성, '레이디 맥베스'는 무모하면서도 위험한 여자이다. 그는 맥베스의 아내이기도 하며 맥베스의 심리적 기저에 깔린 '탐욕'을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녀는 혼란스러워하는, 불안감에 떠는 맥베스를 마치 아이를 다루듯이 토닥여주고 옹호해주곤 하다가 무섭게 쏘아붙이기도 한다. 레이디 멕베스에 품에 안긴 겁에 질린 맥베스는 이내 안도하고, 평정심을 찾으며 평온해진다. 그에게 있어 심리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으며, 자신의 양심 가책을 덜어버릴 수 있는 하나의 도피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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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적으로도 풍부한 표현을 시도하다


무대를 유심히 본 사람들이라면 무대 여기저기에 마이크가 있다는 것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관객의 작은 소리도 모두 연극의 일부분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해주는 만큼 '소리'에도 민감한 연극임을 알 수 있다. 본 연극에서는 무대 위의 배우가 라이브로 음향기기들을 다루며 연기를 하고 노래를 부르고 대사 중 일부를 이용하며 다양한 음향효과를 선이는 것도 새로운 느낌을 전해준다.

짧게 녹음한 소리를 반복 재생해주는 악기인 '루프스테이션'과 일종의 음성변조인 '피치 쉬프트'를 이용하여 다양한 음향효과를 즉흥으로 제작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관객으로부터 시각적인 효과뿐만이 아닌 청각적인 만족감을 충분히 채워주었다. 쉽고 간단한 인터페이스이지만 강력한 루프스테이션은 국내에서도 유명 뮤지션들이 공중파 방송을 통해 이 악기를 소개하여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이러한 독특한 기계의 사용으로 언어적으로 대사와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고 맥베스의 심리변화를 입체적으로 오감을 자극하며 느낄 수 있었다. 맥베스의 감정을 대변하거나 그를 혼란에 빠트리기도 하며, 관객들 맥베스와 같은 마음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몰입을 돕는다.

더불어 연극 중에 계속해서 부른 노래의 음원은 멜론, 지니, 벅스, 엠넷, 네이버뮤직 5개의 음원사이트에서 아티스트 서채윤의 'Macbeth'을 검색하면 접할 수 있다. 다음에 음원을 들을 수 있는 링크와 가사를 첨부한다. 음악적인 요소에도 많은 정성을 기울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Macbeth 음악 들으러 가기 : 바로가기)


깊은 어두운 내 육신 아니야 
그건 내가 아니야
선택 현명한 선택을 세상 끝까지 
가보면 할 수 있을까
운명이 내게 말하지 
그 무엇이 나를 가로 막을 수 있어?
나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욕망과 두려움 속에 날 지킬 거야
이제 세상은 내 발 아래에 
운명과 내가 만들어갈

운명이 내게 말하지 
그 무엇이 나를 가로 막을 수 있어!
나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욕망과 두려움 속에 날 지킬 거야
이제 세상은 내 발 아래에 
운명과 내가 만들어갈

이제 세상은 내발아래에 
욕망과 두려움 속에 날 지킬 거야
나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운명과 선택 속 내가 두려운 건

Macbeth - 서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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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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