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랑에 대한 수많은 감정을 고찰하다 '사랑의 묘약 - 열 개의 방, 세 개의 마음' 展 (~2018/03/04)
글 입력 2017.11.10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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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에 '사랑의 묘약 - 열 개의 방, 세 개의 마음' 전시회에 다녀왔다. 사랑에 대한 각자의 해석들이 돋보이는 이색 전시회였다. 사랑이라는 감정 하나로 이렇게나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니, 한편으로는 작가의 무궁무진한 상상력과 창작력에 감탄스러웠다.우연찮게 도착한 시간이 딱 전시해설 프로그램 시간과 겹쳐, 처음으로 전시해설과 함께 관람했다. 전시해설을 들으며 작품을 세심하게 들여다보니, 혼자 봤었다면 그냥 지나쳤을 작품들을 일일이 제각각의 의미가 내포된 그림으로 부각되어 보였다. 그래서일까, 모든 관람객들이 함께 고개를 끄덕이며 즐기는 전시였다. 게다가 해설자가 바라본 시선과 작가의 의도를 곁들여 설명해주셔서인지 빠른 이해에 도움되었고, 전시에 더욱 몰입이 잘 되었다.더불어 '녀,향'과 '사임당, 그녀의 화원' 전시회 관람까지 함께 제공해주고 있어 덤으로 풍부한 지식까지 얻어가는 미술관이었다. 또한 옥상에 위치한 아름다운 석파정도 함께 관람할 수 있다고 하니, 가족과 함께 나들이로 와도 좋을 듯한 전시회이다.석파정 서울미술관에서는 다른 전시회와는 달리 도슨트가 몇 시에 진행되는지 구체적인 시간도 알려주고 있어 더욱 좋았다. 만약 시간이 된다면, 작가들의 의도를 자세하게 들을 수 있는 '전시해설 프로그램'에 꼭 참여해보길 권장해드리고 싶다.첫 작품은 타쿠 반나이 작품이었다. 타쿠 반나이의 모든 작품들이 종이를 오려 만든 작품이라는 해설자의 말씀에 모든 관람객들이 놀라움과 감탄에 빠졌었다. 해설자가 말씀하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사실 그림의 조화가 굉장히 자연스러워서 뭔가 물감으로 칠한 작품이 아닐까하는 추측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이 작품이 그저 종이를 오려 붙이고, 색연필로 선을 그린 것이 전부라니. 가까이서 들여다 보지 않으면 모든 사람들이 그의 자연스러운 연출에 눈속임을 당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감각이 굉장히 대단한 작품이었다. 이 작품들의 해설을 덧붙이자면, 각각의 색들로 남자의 일상을 담담하게 표현하여 한층 더 감성적이고, 자신의 삶을 즐기는 현대인의 모습을 반영한 그림이라고 한다.이르마 그루넨홀츠는 점토를 사용하여 조각을 만든 후, 채색하여 만든 작품들이다. 이렇게 완성한 조각들을 사진으로 담아 전시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실제로 이르마 그루넨홀츠가 만든 조각들을 보면 아주 작은 조각 작품이라고 한다. 그만큼 세밀하게 이루어진 작품이라며, 해설자분께서 연신 극찬을 하신 부분이었다. 이 작품들의 해설을 덧붙이자면, 인연의 끈이라고 비유되는 붉은 실을 활용하여 오해로 엉켜버린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안민정 작품은 수학공식으로 남녀의 만남과 그에 따른 반응, 과정들을 하나하나 표현했다. 남녀의 감정을 수학적으로 해석한 부분이 굉장히 독특하고 인상깊었다. 남성은 이성을 바라볼 때 시각 부분이 발달하여 동공이 돌출된 분석을 볼 수 있었고, 여성은 감정이 발달하여 머리 부분에 수많은 감정들이 표출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부분에서 많은 관람객들의 사랑에 대한 반응을 아주 적절하게 표현했다며, 공감을 얻는 내용이기도 했다. 그리고 실제로 이 사진은 안민정씨 부부를 촬영한 사진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들의 해설을 덧붙이자면, 콩깍지에 대한 연구이자 사랑의 감정을 수치로 잰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한계점에 다다른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모든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들이 이 공식처럼 같을 수 없다는 것이 바로 그 결론이다.정보영 작품은 사랑에 대한 공허함을 표현한 작품이다. 서로에 대한 균열이 이루어질 때 나타나는 현상을 표현하고 있기도 하다.신왕 작가는 미래의 배우자를 위해 과거의 모든 행동들, 언어, 심지어 믿어왔던 것들까지 모두 버리고자 이 시리즈를 시작했다고 한다. 작가는 이 시리즈를 통해 집착했던 것들과의 이별을 통해 진짜 나의 모습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신단비이석예술 작품은 우선 SNS에서 많이 접했던 사진이었다. 사진은 익히 봐왔지만, 사실 이 사진이 무슨 의미를 갖고 찍은 건지는 잘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해설자의 말씀을 들어보니, 시공간을 초월한 애틋한 사랑을 사진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서울에 사는 이석씨와 뉴욕에 사는 신단비씨가 각각 서울과 뉴욕을 촬영한 후 한 장의 사진으로 완성하였다. 서로 먼 거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움과 애틋함을 하나의 사진으로 표현할 수 있다니. 이들의 사랑방식이 참신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또한 해설자의 말에 따르면, "서로 헤어지게 되면, 이 사진은 어떻게 되냐? 없어지는 거 아니냐?"는 한 관람객의 질문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걱정은 안 하셔도 될 듯하다. 곧 결혼을 앞둔 커플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시간과 공간이 하나 됨과 동시에 잠재된 사랑의 가치를 떠올려볼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가수 이이언의 뮤직비디오는 여느 뮤직비디오와는 다른 점이 강하다. '그저 함께 있어줘'라는 같은 가사의 반복과 천천히 움직이는 영상. 이이언은 왜 이런 영상을 만들어낸 것일까. 사실 이이언의 전공은 전파공학과라고 한다. 이 전공을 살려 0과1에 맞춰 진동을 가미한 음악과 1만여 장의 사진을 모자이크 방식으로 뮤직비디오를 제작하였다. 그래서인지 더 예리하고 정교하게 이루어진 창작물이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의 해설을 덧붙이자면, 고독한 남자의 내면과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하는 이미지로 가득 채워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밥 캐리 작가의 작품은 웃음이 절로 나오는 사진들로 전시되어 있다. 그가 핑크 발레복을 입고 사람들이 가득한 광장에서 춤을 추며 사진을 찍는 이유는 단 하나, 사랑하는 아내를 웃게 하기 위함이었다. 밥 캐리의 아내 린다는 유방암 투병으로 항상 우울해했다. 그런 아내 린다를 위해 그는 ‘튀튀 프로젝트’를 단행했다. 핑크 발레복을 입고 세계 여러 곳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많은 이들을 감동시켰고, 이후 유방암 환자들을 위한 재단을 출범했다. 아내는 몇 년전, 완치되었던 암이 재발하여 다시 투병중이라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따가운 눈총도 아랑곳 않고 과감하게 용기를 내는 밥 캐리의 모습이 멋져보였다.
김현수의 작품은 조각과 그림으로 구성되어 있다. '뿔을 가진 소년'의 조각을 보면, 소년의 머리를 뚫고 자라나는 뿔이 보인다. 이것은 어른이 되면 잃게 되는 순수함, 초심, 각오 등 그 마음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 용기를 가지고 뿔을 잘라 자신을 희생해야 함을 상징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김현수의 그림을 가까이 보면 평소에 얼마나 세밀하고, 정교하게 작업을 하는 사람인지 파악할 수 있다. 김현수의 나뭇가지가 그려진 그림을 찬찬히 훑어보면, 사슴의 머리뼈가 일일이 그려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김현수의 작품으로 보아 그는 인내심이 무척 강하고, 생동감있는 표현을 추구하려 노력하는 작가이지 않을까하는 추측이 든다.이 작품은 홍지윤 작가가 그린 작품들이다. 처음엔 이 작품을 보고, 외국 작가가 그린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국인 작가라는 말을 듣고, 전혀 예측불가였다. 뭔가 스타일이 외국에서나 선보일법한 방식이어서였을까. 오늘로서 그 동안 틀어박힌 그림의 고정관념을 과감히 깨게 해준 작가가 아닐까한다. 홍지윤 작가는 떠돌던 길에서 마주친 물, 꽃, 풀, 정원, 아름다운 여인, 작은 새, 도시, 하늘을 사진 위에 자필묵으로 작업 스캐닝하여 또 다른 사진으로 완성하는 과정을 선보였다고 한다. 꽃잎 하나 하나가 더해져 꽃이 되고, 새의 깃털 하나 하나가 더해져 날개가 되는 것처럼 인생은 그렇게 하나 하나 채워져나가고 있음을 의미하는 바가 아닐까하는 해설자의 말씀에 절로 수긍되었다.
'사랑의 묘약' 오페라로 이루어진 영화 OST를 감상하는 '음악 감상실'도 있었다. '사랑의 묘약' 오페라를 한 번도 보지 않았더라도 이 음악 감상실에 들어와보면, 어느 새 나도 모르게 "엇! 나, 이 노래 어디서 들어본 적 있어!"하고 외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를 것이다. 그 이유는 CF, 영화, 드라마 등에 자주 등장하여 우리도 모르게 자연스레 스며든 음악이기 때문이다. '사랑의 묘약' 오페라에 대해 전혀 지식이 없던 나도, 영화들을 하나씩 관람하면서 '이 노래가 사랑의 묘약 오페라였구나!'하고 많이 깨달았다. '사랑의 묘약' 오페라에 대해 모르는 관람객들을 배려해 음악감상 공간까지 마련한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서울미술관의 개관 5주년 기념전시 ‘사랑의 묘약-열 개의 방, 세 개의 마음’展은 영화 ‘러브 액추얼리’, 프랜시스 버넷의 동화 ‘비밀의 화원’ 등 이종 예술 콘텐츠와 접목했던 ‘아트 콜라보레이션’의 세 번째 기획전이다.이탈리아의 세계적인 작곡가 가에타노 도니체티(Gaetano Donizetti, 1797-1848)가 창작한 '사랑의 묘약(L'elisir d'amore)'은 1832년 5월에 초연된 희극 오페라이며, 아리아 '남몰래 흘리는 눈물(Una furtiva lagrima)'로 유명하다. 이 오페라는 조건 없이 한 여인(아디나)을 사랑하는 남자(네모리노)가 여러 우여곡절 끝에 사랑을 얻게 된다는 전형적이고 고전적인 사랑 이야기이다. ‘남몰래 흘리는 눈물’(Una Furtiva Lagrima)로 유명한 2막 구성의 가에타노 도니체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L‘Elisir d’Amore)은 이종예술과 접목돼 전시회로 만난다고 한다.극 중에서 네모리노는 사랑의 묘약을 통해 아디나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상대방을 사랑에 빠지게 하는 묘약은 과학적으로는 근거가 없는 허무맹랑한 이야기에 불과하지만, 오늘날 많은 현대인들은 네모리노처럼 사랑을 쟁취하기 위한 묘약을 찾아다닌다. 온라인에는 10만개가 넘는 연애 강의 영상이 인기리에 재생되고, 연애 컨설턴트는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받으며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연애 컨설팅을 받기 위해 연애 컨설턴트를 찾는 고객은 한 해 1000명이 넘고, 이들이 연간 컨설팅에 소비하는 금액은 1인 평균 300만원이 넘는다. 하지만 실제로 사랑을 쟁취하는 힘은 연애의 기술이나 타인의 조언에 있는 것이 아니다. 겉보기에는 이러한 방법이 효험처럼 보일지 몰라도 실제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은 사랑을 얻기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하는 간절한 마음에서 시작된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현대인들에게 우리가 근원적으로 열망하고 있는 순수한 사랑의 가치를 재고하고, 풍부한 감성 경험의 장을 마련하고자 기획되었다.본 전시에서는 남자(네모리노)와 여자(아디나)의 마음, 사랑을 이루어 하나가 된 마음, 총 세 개의 마음을 열 개의 방(‘네모리노의 방’ 5개, ‘아디나의 방’ 4개, ‘그들의 방’ 1개)으로 구성하였다. 오페라는 관객이 지정된 좌석에 앉아 변화하는 무대를 관람하는 반면 이번 전시는 관람객이 직접 전시장을 걸어 다니며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남녀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이로써 관람객이 보다 능동적으로 개입하는 예술경험 중심의 오페라를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전시의 관전 포인트이다.전시 개요
ㅇ 전시기간 : 2017년 09월 25일(월) ~ 2018년 03월 04일(일)ㅇ 전시장소 : 서울미술관 제1전시실ㅇ 참여작가 : 김현수, 신단비이석예술, 안민정, 이이언&홍은희, 정보영, 홍지윤, 밥 캐리(Bob Carey), 신왕(Hsin Wang), 이르마 그루넨홀츠(Irma Gruenholz), 타쿠 반나이(Taku Bannai)ㅇ 관람시간- 전시장 : 화~일 10:30~18:30 (전시마감 1시간 전까지 입장가능)- 야외공원 : 화~일 10:30 ~ 17:30 (전시마감 1시간 전까지 입장가능) ※ 월요일 휴관ㅇ 입장료- 성인 : 9,000원- 대학생 : 7,000원- 학생(초/중/고) : 5,000원- 어린이(3-7세) : 3,000원- 우대 : 7,000원 (65세 이상, 국가유공자, 장애인 복지법에 의한 장애인 및 장애 3급 이상 장애인의 동반자)- 단체관람 : 20인이상 20%할인 (단체관람 예약문의 : 02-395-0100)- <문화가 있는 날> 성인 4,500원 / 대학생 3,500원 / 학생(초/중/고) 2,500원 / 어린이(3-7세) 1,500원[김정하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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