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심리상담소 같은 웹툰 두 편 [시각예술]

'어떤 핑팡퐁', '서늘한 여름밤의 내가 느낀 심리학 썰'
글 입력 2017.11.09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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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나 자신에 초점을 맞춰 스스로의 감정과 내면을 탐구하는 내용의 콘텐츠가 많다.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들만 보아도 개인의 심리적인 고민과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법을 다룬 것들이 자주 눈에 띈다. 이렇듯 나에 대한 궁금증과 고민은 MBTI 등의 성격 유형 검사나 기질 검사, 심리 상담 등을 통해 해소할 수도 있겠지만 때로는 사소한 그림과 짧은 글이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마치 심리상담소처럼 개인의 내면을 건드리는 웹툰을 두 편 소개한다.



1. ‘하나님은 인간에게 가면을 주셨다.’ <어떤 핑팡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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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핑팡퐁>은 평범한 사람이 별안간 동물의 가면을 뒤집어쓰는 것으로 시작된다. 올해 1월부터 네이버 베스트 도전 만화 사이트에 연재되었고 페이스북 페이지에도 종종 업로드되며 많은 좋아요 수를 얻었다. 처음에는 귀여운 그림체에 이끌리지만 동물을 인격화한 점과 내용이 볼수록 빠져들 만큼 인상적이다. 몸은 사람이지만 동물의 얼굴을 한 다양한 캐릭터들의 에피소드를 보다 보면 ‘애니어그램’ 이라는 심리 검사가 떠오르기도 한다. 애니어그램은 1번부터 9번까지의 유형이 있고 각 유형의 특성을 동물에 빗댄 유형 검사이다. 사람의 성향을 비슷한 모습을 가진 동물로 상징화 하는 점이 <어떤 핑팡퐁>과 유사하다.

 동글동글하고 부드러운 그림체와 동물 특유의 편안함이 느껴지는 묘사는 이 웹툰의 가장 큰 특징이다. 실제 독자들의 반응도 그림체가 귀여워서 보기만 해도 힐링이 된다는 평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다뤄지는 내용은 그리 ‘귀여운’ 내용만은 아니다. 긍정적이고 밝은 소재를 담기보다는 일상을 살아가며 한 번쯤 겪을 법한 씁쓸함, 공허함, 외로움, 고독에 대한 에피소드가 많다. 실제로 이 만화의 작가 피파포(필명) 씨는 프리 마켓에 참여해 동물 캐리커쳐를 그려주는 ‘가면을 쓴 사람들’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일화를 SNS에 업로드하며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너무 귀엽지도, 진지하지도 않은 이야기를 만들기를 원했다.’ 작가의 이러한 의도와 연출은 마치 우화를 보는 것처럼 인간의 삶을 인격화한 동물을 거쳐 한차례 은유적으로 전달 된다.



2. 어차피 내 마음입니다. ‘서늘한 여름밤의 심리학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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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둥글둥글한 선으로만 표현된 주인공과 단순한 그림체는 언뜻 보면 누군가가 노트에 간단하게 그려 놓은 그림 같기도 하다. 바로 ‘서늘한 여름밤의 심리학 썰’이라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연재되는 만화이다. 역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으며 최근 <어차피 내 마음입니다>와 <제 마음도 괜찮아 질까요?> 두 권의 단행본으로 출간되기도 했다. 만화의 화자이자 작가인 ‘서밤’ 씨는 원래 심리학 전공으로, 상담사의 길을 걸으려 했었다. 이내 자신의 길이 아니라고 느껴 그간 본인이 느꼈던 생각과 감정들을 기록한 그림일기를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했고, 폭발적인 반응과 함께 수많은 구독자가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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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밤 씨의 이야기는 ‘내 이야기 같은’ 연출이 가장 두드러진다. 화자인 서밤 씨 본인이 1인칭 시점으로 중얼거리는 듯한 내용은 독자가 언젠가 겪은 감정을 재현하는 느낌마저 든다. 그림으로만 나타낼 수 있는 상상력과 사랑스러운 표현력도 한몫한다. 심리학을 전공한 만큼 그녀의 대사 한 마디 한 마디는 누군가의 다친 내면을 위로해준다. 웹툰을 보는 것만으로 심리적인 불안과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서밤 씨는 웹툰을 통해서 상담을 두려워하고 망설이는 이들에게 조언을 하기도 하고 적절한 상담 센터와 상담사를 연결해주며 도움을 주고 있다. 웹툰 연재와 상담 기획이라는 두 가지 영역에서 새로운 길을 찾게 된 셈이다.
 
 이 두 웹툰의 공통점은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며, 다양한 감정에 대해서 다룬 내향적인 주제라는 것이다. 살다 보면 기쁜 일과 슬픈 일이 모두 일어나는 것처럼 희로애락을 작가만의 언어와 시선으로 너무 무겁지 않게 풀어내고 있다. 실제 사람보다는 동물이나 캐릭터가 등장함으로써 더 편안하게 받아들이기 쉽다는 웹툰 장르만의 장점도 작용한다.

 공동체 문화가 발달한 한국 사회에서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한 개 이상의 집단에 속하게 된다. 그러면서 개인보다는 남들에게 시선이 가게 되고 자연스럽게 남과 나를 비교하는 문화도 생겨난다고 한다. 이는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뺏기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이런 문화 아래에서 나를 솔직하게 드러낸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고 피로하고 두려운 일이기도 하다.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감정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그것을 가감 없이 표현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문화에 가로막히기 십상이다. 이렇게 웹툰을 통해 선뜻 말하기 불편했던 이야기를 담담하게 드러낼 수도 있고, 읽는 이는 이를 통해 막혀 있던 감정을 환기시키게 된다. 앞으로도 두 편의 웹툰이 어떤 메시지와 이야기로 독자들의 마음을 건드릴지 기대되는 부분이다.





사진출처
'어떤 핑팡퐁' 페이스북 페이지
'서늘한 여름밤의 내가 느낀 심리학 썰' 페이스북 페이지


[최은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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