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Art-Incite ➀ < 탱고 파이어 > [공연예술]

Incite : v. 감동하다, 선동하다
글 입력 2017.11.04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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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 접해 보지 않았던 장르의 예술을 향유하는 데에 관심이 많아 탱고 내한 공연에 찾아갔다. 사실 이때의 나는 탱고와 살사가 명확히 구분되어지지 않았고, 춤에는 문외한이라 음악을 들으러 간 게 컸다. 어린 시절 ‘핑구’ 애니메이션을 열심히 봤고 고등학교 때도 EBS1에서 등교 전 식사시간에 시간이 맞아 꼬박꼬박 챙겨봤다. 이 때 핑구가 연주하는 '누워있는 짧은 피아노인데 중간에 미술 물통 같이 생긴 게 달려있는 악기'가 있다는 게 호기심이 깊었고, 핑구가 열심히 연주하는 데에 이입되어 배우려고 알아봤지만 탱고 음악에 많이 쓰인다는 것 말고는 아무리 검색해도 나오질 않았다. 그렇게 반도네온과의 인연이 끊겼다가 내한공연에서 조우하게 되었다. 음악 공연에 가긴 했지만 탱고에 대한 조금의 정보라도 있어야 할 것 같아 알아봤다.




공연에 대해 좀 더 섬세하게 표현해낸 기사이다.
Quarteto Fuego(콰르테토 푸에고)밴드 & 가수 Jesus Hidalgo(헤수스 히달고) 공연 플레이리스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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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 내내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무용수들의 현란한 다리와 듀엣 동작, 그럼에도 완벽한 맺고 끊음으로 생기는 강약 조절에 혼이 나갈 지경이었다. 아슬아슬한 아크로바틱 동작에 관객 모두가 긴장하다가 아무렇지 않게 멋지게 성공하는 무용수들의 안무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공연 후에는 무용수 몇 분이 로비에서 사인회를 진행했다. 사인을 받으려 구불구불 줄을 선 관객 중에서 무용수는 원래 아는 분이 몇 명이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만큼 공연이 너무 좋았고, 금요일 20시 광화문임에도 거의 만석인 공연장에 우리나라도 문화생활이 한 발짝 성장했다는 괜한 뿌듯함이 들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공연장의 행정이었다. 이때까지 공연장을 여러 군데 다녀봤지만 예술의 전당이 주를 이뤘다. 이번 공연이 처음으로 본 것이지만 앞으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공연들은 약간 꺼려질 정도다. 위치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네이버 예매, 초대권, 인터파크 예매, 현장 구매 순으로 각 하나씩 총 네 개의 창구만이 있던 게 크나큰 문제였고 전혀 개선되지 않는 부분이 더욱더 큰 문제였다. 일해 본 경험이 없는 내 생각으로는 티켓 창구 개설 때 주된 예매처에 따라 그 수를 조절할 수 있을 거라 예상했고, 내가 가 본 모든 공연장에서의 작은 규모더라도 인터파크 창구는 기본 2개 이상이었다. 처음이라 시행착오였대도 다른 창구를 오픈하여 빠르게 해결하면 될 텐데 직원들은 애타게 해당 창구의 고객만 찾느라 퇴근 후 직장인들의 불만이 치솟았고 같이 대기하면서 듣던 주변인들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나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고불고불 굴곡을 세 번 씩이나 지어 티켓을 받느라 공연시간이 10분 넘게 지연됐다. 공연감상 때에도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니 꼭 개선되었으면 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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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나가는 방청객인 학생 신분의 내가 봐도 요즘 국내 예술계에 라틴 아메리카 열풍이다. 이전에도 프리다 칼로 전시 등 꾸준히 교류가 있었지만 경기도 광주 영은미술관의 ‘2017 한국, 라틴 현대미술작가 교류전’에 이어 ‘2017 서울아트마켓’에서는 대부분 라틴아메리카 관련 내용의 네트워킹이었고, < 탱고 파이어 >가 그 정점을 찍은 듯하다. 지구 정반대에 위치하고 무슨 언어를 쓰는지, 브라질 있는 곳인 것만 아는 사람들이 흔한 요즘, 이런 크고 강렬한 공연들로 예술계의 교류가 활발해진 결과가 이젠 길을 걷다가도 쉽게 보인다. 공개적으로 국내 예술가에게 협력요청을 하는 공고문도 봤을 정도이다. 라틴아메리카의 이런 행보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활동인지 전 세계적인 홍보인지 잘 모르겠지만, 거꾸로 해외의 기관에서 펼쳐지는 우리나라 공연이나 전시를 쉽게 떠올릴 수 없다. 굳이 해외까지 가서 봐야하냐는 생각에 동의하긴 하지만 성공 사례로 꼽히는 공연 소식이 잘 없는 것을 보니, 정부의 독재로 지원이 되지 않아 활동이 힘든 라틴아메리카보다, 탄핵 후 블랙리스트를 비롯한 국정농단의 사태 수습 중인 우리의 사정이 더 힘든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경제 분야에서 들은 말이 인상에 남는다. ‘미국 같은 경우에는 시장이 크지만 단일화 되어있는 경향이 있고, 아시아는 시장이 작지만 세분화되어있다.’ 비행기로 네 시간 안팎으로 갈 수 있는, 금요일 퇴근 후 주말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는 주변 국가들만 생각해봐도 일본, 중국, 대만, 베트남, 싱가포르 등 생활을 비롯한 모든 면이 비슷한 듯 너무나도 다르다. 가까운 두 나라만 봐도 일본 예술계는 워낙 선진화되어 있었고, 경제 성장과 함께 예술계의 신흥 강자로 떠오르며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과 흔히 비교되는 한국의 예술계는 약간은 방향성을 잃어버린 듯하다. 당장 어떠한 해결을 촉구하거나 무턱대고 비판하는 건 아니지만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다. 앞으로 현 젊은 세대들과 기성세대들이 같이 해나가야 할 일들이 많아 보이지만 막막한 실정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각자 다양한 분야에서 꿈을 키우고 실현해나가며, 전 세계의 관련 기관 공고문에서 ‘한국어 가능자 우대’를 흔히 볼 수 있는 날을 다 같이 꿈꾸는 자들에게 이런 흔해 보이는 공연조차도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으며 영감을 줄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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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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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목민
    • 글 잘 읽었습니다. 라틴 아메리카 예술은 그 독창성으로 다양한 나라에서 인기 있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 문화도 충분히 독창적이고 아름다운데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는 사실이 안타깝습니다. 실례로 체코의 국립 박물관 아시아전이 진행되었을 때, 한국의 문화재가 한 곳을 차지하길 내심 바라고 찾아 봤지만, 중국, 일본,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의 문화재만 있을 뿐 한국의 문화재는 찾아볼 수 없어서 안타까웠습니다.
      한국이 겪은 일제강점기와 6.25라는 힘든 상황이 한국 문화 예술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일찍이 부흥하지 못했던 이유라고 생각됩니다. 한편으로, 나라 자체에서도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많이 부족했다는 사실 또한 한국 문화재가 홍보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일제에 의해서 수집된 고려 청자를 보고 고종이 어느 나라 것이냐고 물어봤다는 사례는 문화재에 대한 그 당시의 인식을 나타내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에디터님께서는 한국 문화와 예술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하는지에 대한 의견이 있으신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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