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로봇 저널리즘의 미래 [문학]

글 입력 2017.09.30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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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4차 산업 혁명의 시대다. 초연결성, 빅 데이터, 가상현실을 키워드로 한 첨단정보통신기술이 경제, 사회 전반에 스며드는 혁신의 시기이다. 언론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인공지능 로봇이 이미 기사를 쓰고 있다. 지난 2014년 지진이 발생했을 때 로봇기자는 3분 만에 기사를 작성했고 이 기사는 5분 후 LA타임즈를 통해 보도됐다. 국내에서도 영국 프리미어리그 경기 속보를 알고리즘을 통해 자동 작성해주는 <연합뉴스> 사커봇 등이 활약 중이다. 이러한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달은 결국 미래의 저널리즘 혹은 미디어가 존재할 것인가에 관한 실존적 물음으로 귀결된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꽤 긍정적일 수 있다. 인공지능 로봇의 속보성, 객관성, 정확성에 인간의 주관성, 창의성, 인문학적 상상력을 더하면 고급 저널리즘이 탄생할 것이란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로봇 저널리즘을 이용하여 어떻게 언론의 품질을 높일 수 있을까?

먼저 탐사보도 영역에 빅 데이터 알고리즘을 보조적으로 가미하면 기사의 품질을 제고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독자들은 로봇이 할 수 있는 스트레이트 기사 형식의 사실보도보다 편린적 데이터를 통한 심층적 맥락보도를 구가하고 있다. 인공지능 로봇이 제공하는 빅 데이터를 분석한 후 기자는 객관적 데이터를 통해 심층적 맥락을 독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심층적 맥락은 공동체를 위한 질문을 던지는 길이 될 수 있다. 이 질문에서 더 나아가 합리적 의심이 시작된다면 기자는 본격적으로 탐문 수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심층적 맥락과 로봇의 객관성, 속보성을 적절히 융합하는 것이 탐문수사에 있어서 로봇과 기자의 상생 전략이 될 것이다.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기술과 스토리를 결합한 저널리즘도 가능하다. 지난 2015년 뉴욕타임스와 구글이 협력해 가상현실 저널리즘을 실제로 구현한 후 이 방식은 느리지만 조금씩 ‘우리의 경계’로 들어오고 있다. 이제 기자가 목숨을 걸고 분쟁현장을 누비지 않아도, 사람들은 구글 카드보드를 통해 직접 전쟁의 참상을 경험하고 분노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가 내놓은 가상현실 뉴스 앱인 ‘NYT VR’은 구글 카드보드 혹은 스마트폰을 통해 뉴스를 전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생생한 시각적인 경험만 제공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자가 스토리를 가미하는 형식이 공존한다면 보다 다양한 감각을 제공하는 뉴스가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사람이 도달하기 힘든 곳을 촬영해 보여준 후 스토리를 작성하는 형식을 취하면 독자들은 보다 현장감 있는 뉴스 소비가 가능해 질 것이다.

무엇보다 로봇 저널리즘을 이용하면 기자는 소수자, 사회 소외계층에 대한 부조리함에 대한 문제제기가 더 쉬워질 것이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전한다 하더라도 공감능력까지 갖출 가능성은 미미하다. 사회 소수자와 소외계층에 대한 문제제기는 연민의 감정을 갖고 있는 기자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그 기자가 인공지능을 통해 상대방에 대한 타자화 된 시선을 더 주체화 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다면 우리 사회의 대부분의 갈등도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증강현실 기술을 통해 여성으로서, 흑인으로서, 성 소수자로서의 경험을 하도록 한 뒤, 차별의 근거가 되는 빅 데이터 자료를 수집한다면, 뉴스 소비자들은 다른 계층에 대한 공감과 역지사지가 가능해 진다. 

혁신의 현장에서 드는 의문 중 하나는 '과연 컴퓨터와 저널리즘의 융합에서 무엇이 주가 되느냐'는 것이다. 저널리즘이 주가 되어 인공지능 기술과 정보를 보조적으로 가미하느냐, 아니면 인공지능과 로봇이 주가 되어 저널리즘적 기교를 점목하느냐의 문제이다. 여기서 답을 낼 수 있는 한 가지 사실은 인공지능에겐 자아가 없다는 것이다. '나'라는 인식을 하지 못한다면 주체성과 감정도 지닐 수 없다. 기자가 인간만의 주체성과 감정을 가지고 인공지능을 보조적으로 활용해 가치판단을 한다면 고급 저널리즘 시기가 도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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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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