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착한 아이와 나쁜 아이의 경계, 몬스터 콜 [영화]

이 세계의 이런 마법도 꽤 쓸만한 것 같다.
글 입력 2017.09.27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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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몬스터 콜」 포스터



해피엔딩이 아닐지도 몰라. 그래도 괜찮아.

– 영화 「몬스터 콜」, 아빠의 말



어릴 적 나에게 해리포터는 우상이었다. 힘든 유년시절을 보냈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어떤 덕목들, 용기라던가, 사랑 같은 것들이 대단해 보였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좋은 사람인 것도 부러웠다. ‘진짜’ 친구들도 있고, ‘진짜’ 선생님도 있다는 게 부러웠다.

그래서 호그와트를 가는 걸 꿈꿨던 것 같다. 내 나이 또래 중에는 호그와트 입학 편지를 기다린 어린이들이 정말 많았을 것이다. 나도 그 중 하나였다. 가면 나도 용기나 사랑을 알 수 있을 것 같았고, 재미없는 수학 대신 마법을 배우고, 좋은 사람들도 만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빠는 그런 내 꿈을 응원해 주셨다. 어딘가의 잡지에서 나온 마법 주문 부분을 찢어서 일일이 코팅해서 책갈피로 만들어 주셨다. 나는 그 주문들을 열심히 외워서 시골 외할머니 댁에서 길바닥에 떨어진 곧은 나무 가지를 가져다가 마법 지팡이마냥 휘두르고 다녔다. 엇비슷한 나뭇가지들을 휘두르는 사촌들을 우르르 이끌고 다니면서, 자질이 훌륭한 마법사가 될 거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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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몬스터 콜」


하지만 세상은 마법사가 살기에는 쉽지 않은 곳이었다. 훌륭한 자질은 만만하게 보는 이유가 됐다. 불안한 아이들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았다. 그들도 나쁜 아이었고, 나도 나쁜 아이었다. 서로 상처를 핥아주는 ‘진짜’ 친구들은 찾기 힘들었다. 마법 지팡이는 유치한 것이 됐다.

나쁜 짓들 위에 나쁜 생각이 쌓이고, 그 위에 또 나쁜 짓이 쌓였다. 일부로 한 것은 아니었다. 그냥, 사람의 품을 찾다 보니 쌓인 먼지들이었다. 닦아내야 한다는 마음은 처절했지만, 어떤 이야기도 그 먼지들을 닦아 낼 수 없을 것 같았다. 어딘가에 내동댕이쳐버린 내 진심과 훌륭한 덕목들은 그 나쁜 것들과 섞여서, 뭐가 진짜인지도 잊어버릴 노릇이 됐다. 어렵사리 그 짐들을 끌고 살아가는 것이 어릴 적 꿈꾸던 삶은 아니라고 느꼈지만, 다른 방도는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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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몬스터 콜」


몬스터 콜, 이 영화를 보면서 잊고 있던 내 마법에 대한 믿음과 현실이 흘러나왔다. 순수한 진심이나 훌륭한 덕목들은 정말 지키기 어려운 것 같다. 너무 자주 헷갈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순수함이나 훌륭함 대신 다른 것들을 택했을 때 더 좋을 것 같고, 더 옳을 것 같을 때도 너무 많다. 그래야 해피엔딩이 될 것 같다. 예를 들어 내 속의 악은 없어야 좋은 것이다. 완전무결한 착한 아이여야, 적어도 최악은 면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피’해야 한다는 알 수 없는 강요는 숨을 막는다. 나는 자주 실수를 하는 사람인데 말이다.

오늘 몬스터 콜이 극장에서 내려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사람들이 어떻게든 이 영화를 봤으면 좋을 것 같기 때문에, 자세한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 다만 이 영화에서는 네 가지 이야기가 나온다. 그 이야기들은 동화처럼 정말 아름다운 색채로 그려져 있지만, 착한 사람은 나오지 않는다. 전부 착한 아이와 나쁜 아이의 경계에 불안하게 서 있다. 마치 마법 세계가 아닌 현실 세계에서 살고 있는 보통 사람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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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몬스터 콜」 중 첫 번째 이야기


어떻게 훌륭한 덕목과 진심을 가진 사람인데도 한없이 나쁠 수도 있는 지에 대한 질문은 어려운 문제다. 그리고 그런 ‘인간’들끼리 서로 죽이려 들면서도 어떻게 또 상처를 핥아주며 살아가는 지에 대한 질문 또한 어려운 문제다. 이 두 문제 사이에서 주인공은 아슬하게 서 있다. 그리고 삶의 행복을 향해 묵묵히 나아간다. 착한 아이와 나쁜 아이의 경계를 초월한다. 해리 포터의 마법 세계는 없지만, 이 세계의 이런 마법도 꽤 쓸만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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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년은 어머니의 손을 놓음으로써
놓지 않을 수 있었단다. 

– 영화 「몬스터 콜」, 몬스터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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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채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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