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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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이 저물 무렵, 하나의 전시에 다녀왔다. 최근 미디어를 활용한 형태의 전시가 SNS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에 궁금해져 여러 군데를 다녀왔지만 아직도 잊지 못하는 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린 《반 고흐 인사이드》 전시를 제외하고 모두 실망감만 안고 돌아왔다. 서울숲 갤러리아포레에서 열린 《ALICE : Into The Rabbit Hole》은 내가 유일하게 좋았다고 생각했던 《반 고흐 인사이드》를 기획한 전시 브랜드에서 기획했다는 소식을 들었기에 큰 기대를 안고 전시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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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토리가 있는 도입부

  이 전시의 소개글만 보았을 당시, 전시의 흐름 구성을 잘 짰다고 생각했다. 우리 모두 한 명의 앨리스가 되어 이상한 숲에 들어가 하얀 토끼를 발견하고, 정신없는 굴속으로 빨려 들어가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는 이야기의 흐름이 큰 제목과 작은 제목들로 명확히 나누어져 구성되었다는 것, 바로 내가 기대했던 요소였다. 전시장을 처음에 들어가면 신비로운 보랏빛 조명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공간이 펼쳐지고 다음 천막을 걷고 들어가면 굴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착각을 일으키는 빛이 온 사방으로 움직인다. 진짜 동화 속에 들어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놀이공원의 신비한 모험의 세계로 들어온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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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갑자기 사라진 이야기

< Looking Glass 거울 속으로 >, < Pool of Tears 앨리스의 눈물샘 >, < Alice? Alice! 모두의 앨리스 >, < Alice’s Room 앨리스의 방 >, < Chessboard Theater 체스판 극장 >, < Jabberwocky Party 아무 말 대잔치 >, < Alice M/V 앨리스 뮤비룸 >, < The Garden of Live Flowers 말하는 꽃들의 정원 >, < Unbirthday Zone 비생일선물가게 >, < QUEEN’S CROQUET-GROUND 여왕의 크로케 경기장 >로 구성된 “Welcome to the Wonderland 어서와 원더랜드”는 이번 전시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스토리가 이어지는 도입부와 다르게 환한 조명 아래 마치 사진을 찍는 스튜디오처럼 각 방으로 나누어져 전시가 구성되어 있었다. 이상한 나라로 향하는 동굴 속으로 깊이 빠져들었지만 내가 동굴 끝에 만난 것은 이상한 나라가 아니라 현실세계였다. 갑자기 이야기가 뚝 끊긴 채, 각 소제목 공간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순서를 맞춰선 줄이 길게 늘어져있고, 비생일선물가게 앞에는 각기 다른 문구가 적힌 종이를 뽑기 위해 정신이 없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이야기를 흐름에 맞춰 이어가기에는 다소 협소한 장소의 선택이 문제였던 것일까. 아니면 너무 많은 이야기를 집어넣기 위해 힘쓰다보니 선택과 집중의 실패였던 것일까. 각기 작은 방의 내용과 전시실은 동화 속에 들어온 것 같고 예쁘게 꾸며져 있었지만, 가장 메인 전시장의 모습은 ‘전시’라고 하기에 난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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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기대만큼 아쉬움이 남은 전시

사실 ‘전시회’라고 부를 수 없다고 생각한다. SNS에도 분명 ‘사진 찍기 좋은 전시’라는 제목으로 소개가 될 것이다. 전시는 사진 찍기 좋은 곳이 아니다. 오히려 하얀 토끼를 따라 들어간 굴을 지나 펼쳐진 원더랜드가 하나의 이야기처럼, 분위기가 이어졌더라면 ‘전시’라고 해도 좋았을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낄 수 없는 경험과 생각을 주는 것이 전시라고 한다면, 내가 기대한 앨리스전의 모습은 서울에 있는 놀이기구 ‘신밧드의 모험’을 타는 것과 같이 주인공이 되어 혹은 주인공과 함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신비한 경험을 함께 하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내가 본 앨리스전의 모습은 동굴을 지나 강제로 꿈이 깨어버린, 현실 속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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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필진_ 박이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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