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있는 것 그 자체로의 아름다움을 깨닫다. [시각예술]

글 입력 2017.09.08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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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것은 아름답다> 사진전 입구

 
  요즈음 나는 잠들기 전 ‘내가 올바르게 살고 있는 것일까?’, ‘지금 나는 행복한 걸까?’, ‘어떻게 살아야 더 가치 있는 삶이 될까?’ 등등의 질문을 나한테 던지곤 한다. 스스로 이런 질문을 던져보며 한없이 심오해지기도 하고, 내 삶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결국 답을 찾지 못하고 잠에 들곤 했다. 하지만 우연히 관람하게 된 <있는것은 아름답다> 라는 사진전을 통해 그 답을 어렴풋이나마 찾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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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것은 아름답다> 사진전 내부1
    
 
 그저 지나가다가 사진전의 제목이 좋아 우연히 들리게 된 사진전이었기에 전시의 구성조차 모른 채로 관람하게 되었다. 처음 딱 전시회장에 들어갔을 때 들었던 생각은 굉장히 소규모의 전시라는 것과 사진의 배열이 매우 단조롭다는 것. 하지만 기대 없이 마주한 사진과 글은 오랜 시간 내 발걸음을 잡아두었다. 전시는 사진작가 앤드루 조지가 찍은 20명의 호스피스 병동의 환자들의 사진과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인터뷰로 구성되어 있었다. 죽음의 문턱 앞에 선 그들의 모습은 슬퍼 보이기도 담담해보이기도 행복해 보이기도 했다. 그들의 눈빛에 담긴 수많은 감정 중, 단한가지 찾을 수 없었던 감정은 두려움이었다. 그들의 눈빛에서는 ‘죽음’에 대한 어떤 두려움도 찾아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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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것은 아름답다> 사진전 내부2
 
 
 20명의 각기 다른 환자들은 죽음 앞에서 되돌아 바라보았던 그들의 생애를 가식 없이 있는 그대로 들려준다. 그들은 그들이 느꼈던 회한, 아쉬움, 슬픔, 행복 모두 담담히 이야기 하는데 그들이 담담하기 때문일까? 평소에는 무겁게만 느껴졌던 ‘죽음’ 이라는 존재가 그저 인생의 한 과정으로 느껴졌다. 그들의 인터뷰를 읽으며 그들과 직접 이야기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들이 죽음의 문턱 앞에서 들려주는 저마다의 행복의 가치와 삶에 대한 조언은 우리들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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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기억에 남았던 에디샤의 사진과 글
 
 
 20명의 사진과 글 중 유독 기억에 남은 한 환자의 이야기가 있다. 밝은 표정을 한 에디샤 는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면서도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한 희망을 잊지 않고 있었다. 그녀는 말했다. 행복이란 건 참 간단하다고. 아침에 눈을 떠서 창가에서 지저귀는 새소리를 듣고, 햇볕을 피부로 느끼는 것이 참 좋다고. 이런 것이 그녀에게는 인생의 의미이자 행복이었다. 우리 모두 너무 바삐 삶을 살아가느라 행복이 될 수 있었던 순간순간들을 지나쳐버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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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작성할 수 있는 곳
 
 
 이 전시가 나에게 더욱 의미 있는 전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1년 후의 나에게 편지를 쓸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작성한 편지는 도서출판 일요일을 친구추가하고 채팅창에 이름과 전화번호를 작성하면 1년 뒤에 카카오톡으로 받을 수 있다. 전시를 보고 난 후 느꼈던 감정, 깨달은 삶의 의미, 가치, 현재의 내 삶 등을 적으며, 내가 여기서 얻은 교훈을 1년 후의 내가 잊지 않기를 바랐다.
 

여기 있는 사진들은
우리를 슬프게 하지만
결코 우울하게 하지는 않는다.

죽음이라는 존재를 인식하게 함으로써
우리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놀랍게도 우리에게 기쁨을 선사한다.

죽음이 삶의 한쪽에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고,
그동안 무심했던 것들에 감사하며
삶의 가치를 재정비하게 해준다.
 
-있는 것은 아름답다 사진전
‘알랭드 보통’의 서문 中 -

 
 죽음을 우리 보다 그저 조금 앞서 맞이한 그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 삶은 그자체로 아름답다고. 삶을 살아가는 것 자체로 그것이 삶의 의미라고.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고, 삶을 살아가는 순간순간이 행복이 될 수 있다고.
 
 그들의 이야기를 가슴 깊이 새기며, 나에게 ‘죽음’ 이라는 존재가 찾아왔을 때 담담히 받아들이고 지난 생을 되돌아 봤을 때 잔잔한 미소를 지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박윤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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