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이상한 나라로, 나만의 토끼굴을 찾아서

"내가 어떻게 했을 것 같아? 당연히 곧장 토끼 뒤를 따라 내려갔지. 다시 나올지 같은건 생각도 못했고 말야”
글 입력 2017.09.07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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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강독에서
나도 너처럼 너무 심심했어,
언니랑 같이 앉아있는데
재미있는게 하나도 없었거든”
 
아이구 맙소사! 너무 늦겠어
 
“근데 갑자기 조끼를 입고
회중시계를 갖고 있는 토끼가 나타난거야!
나중에 생각해 보니 토끼가 말을 한 것도 좀 이상했어.
그런 생각도 못했지만 아무튼!
나는 바로 그 토끼를 쫓아갔지.
그리고커다란 토끼굴을 봤어
내가 어떻게 했을 것 같아?
당연히 곧장 토끼 뒤를 따라 내려갔지.
다시 나올지 같은건 생각도 못했고 말야”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도입부
 

 ***

반복되고 지루함이 일상에서 익숙해버릴 때 즈음 마음 속에 토끼 한마리가 방방 뛰어다녔다. 그리고 토끼가 계속 외쳤다 너무 지루하지 않냐고 너도 모르는 너만의 세계로 오지 않겠느냐고.
 
그렇다 그런 갈망이 있었다 뭔가 새로움이 필요해, 하지만 지금 내 마음에서 내가 상상 할 수 있는 것들 조차 너무 지루한 걸, 나도 못본 나의 세상을 꺼낼 무언가의 열쇠가 필요했다.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그 토끼 굴을. 그렇게 강독에서 배회하다 이 전시회를 알게 되어 가기로 마음을 먹게 되었던 것이다. < Alice : Into the Rabbit Hole>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전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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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의 작품이 모여 이루어진 미디어아트 전시회는 개인적으론 처음 가보는 것이었다. 그래서 앨리스전을 가기 전에 가진 기대도 어쩌면 여러의미로 막연한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나는 모든 감각으로 직접 느낄 수 있는 새로운 느낌이 필요했다. 그리고 나는 아마 그런 것을 전시회에서 기대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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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의 세계로 들어가려면 언더랜드를 지나야 한다>


언더랜드를 거닐어 토끼굴을 지나면 앨리스가 만났던 것들의 세계가 저마다의 공간에서 펼쳐진다.

전시회 하면 떠올리는 작품이 있는 그런 공간이 아니다. 전시회가 아니라 차라리 하나의 세계에 가깝다. 작품들과 완전히 어우러진 그런 세상. 작품과 사람들이 훨씬 더 가까이 함께 할 수 있는 공간. 무언가를 얻거나 깨달으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이 즐기는 것이다. 가까이 다가가고 만지고 들어가보며 마음껏 느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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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에게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엉뚱함을 대접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먹으라고 하면 나는 고민하다가
결국 진짜 입에 물어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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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으로" 


문구들이 담긴 거울의 방을 다니면서 괜히 많은 생각을 해버리게 되었었다.

우리가 상상하는 세상은 많이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습에서 펼쳐지는데 이 상상의 세상이 내가 바라보는 이 거울 속의 세상이라면. Who are you 거울 속의 나는 누구인지 Dreams are not reality 이 상상의 꿈은 다가갈 수 없는 공간인 것일까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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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ol of Tears"


앨리스는 커져서 흘린 눈물에 다시 너무 작아져서 빠져 버렸다.

수많은 시간들을 원해서든 억지로든 먹고 마셔서 생긴 응어리들에 잠겨버린다면 이런 모습일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 자신도 참 이상하다고 생각하게 되버린다. 내 마음도 마구 변하고 있는 것이다. 때로는 너무 크게 때로는 너무 작게. 어푸어푸 발버둥 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
Drink me
Eat me


책에서는 그저 이야기의 일부로 지나 쳤단 문구들을 작품으로 경험하면서 잠시 그것에 머물게 된다. 무의식적으로그 문구들을 내가 살고 있는 세계와 연결해보려 한다고나 할까. 그러다가도 그런 의미를 담으려는 복잡한생각이 필요한가 라고 생각이 다른 곳으로 튀어버리기도 했다. 생각도 점점 마구마구 제멋대로 흘러가버리기시작하는 것 같았는데 이곳에서는 그래도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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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내가 앨리스라면 잔뜩 커버려진
나의 모습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 앨리스는 굉장히 아무렇지 않게 즐거워 보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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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찬이가 11명은 있는 것 같아!”

나보다 이 앨리스 세계에 자신을 완전히 몰입해버린 친구가 거울에 둘러쌓인 방에서 말했다. 혹시 모르지 내가 진짜 11명인지 누가 알까? 나도가끔 변하는 내 모습에 놀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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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스 이 세상의 규칙."

갑자기 체스라니 복잡해져 버린다.
어떤 세상이든 복잡하긴 매한가지인가 질문을 또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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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appy Unbirthday 970117#_September 2nd'


특별하지 않은 날이 특별해보이기 시작했다.
Happy Unbirthday,
이 단어 하나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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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의 방>


색다른 분위기로 아늑한 이곳. 눈으로 숲의 냄새를 맡는 듯했다. 그리고 과일향의 향초의 탄내가 스며들어올 것만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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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떤 단어를 쓰면,
그것은 바로 내가 선택한 의미만 가지는 거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냐"


세명의 사람이 세명의 파리가 되고 문장의 주인공이 내가 되고 이곳 아무말 대잔치의 공간에서는 가능하다. 마음가는대로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생각을 마구 던져보는 것이다. 그곳에는 말도 안되서 탄생한 즐거움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제일 재미있게 즐겼던 공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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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성격상 이 세계를 돌아다닐 때에는 별다른 흥분을 보이지 않고 다녔지만 눈에 담기는 세상마다 마음속에서 튀어 나오는 말도 안되는생각들이 너무 즐거웠다. 그리고 앨리스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내가 서있는 이 세상에서는 엉뚱한 것들이 그 세상에서는당연한 것이 되고 그 세상에서는 엉뚱한 것들이 이 세상에서는 당연한 것일 거라고.

다만 아쉬웠던 점이 있었다면 작품을 감상하는데에 있어 여유롭지 못했다는 점. 한 공간을 방문하기 위해 줄을 서야 했던 점이었다. 놀이공원의 기구를 타기 위해 줄을 서는 것처럼 말이다. 전시장 내에 인생샷을 남기기 위해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다소 과도하게 생겨버린 것만 같았다. 그래서 마음만큼 전시회에 오래 머물지 못했었는데 그 부분이 너무 아쉬웠고 이런 전시회가 또 다시 생긴다면 이러한 부분은 고려해야 할 부분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
 

이 세상에 없는 기묘한 세계 좋지 않아요?
말도 안되는 것들이 뒤엉켜서
말도 안되게 완벽한 세계를 이루는 거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 전시회를 다녀온 이후 지인과 대화하며
 

하지만 내가 이 말을 그냥 해버렸다고만 알 지인들은 좋다며 아무말을 던지기 시작했다. 예찬이가창조해줘(?)! 라며. 짧은 대화 역시 아무말대잔치로 끝났지만그래도 뭔들 좋다. 앨리스전을 보며 뻥 뚫려버린 새로운 느낌으로 놓여진 토끼굴로 들어가면 아마 나만의기묘한 세계가 지어지기 시작할거라는 기쁨이 잔뜩 묻어버린 내가 보여버렸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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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예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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