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원더랜드란 무엇일까 'ALICE:Into the Rabbit Hole' [전시]

글 입력 2017.09.04 21:35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앨리스전_포스터(520x746mm)_170724_web-01.jpg
 

  지난 9월 1일, 앨리스가 다녀왔다는 토끼구멍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누구나 알 법 한 동화이지만 나는 책과 글귀들이 아닌 디즈니의 2d 애니메이션으로 그 나라를 만나곤 했었다. 때문에 내가 눈으로 생생하게 보았다고 생각하는 그 원더랜드(Alice in wonderland를 한국어로 번역하면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고는 하지만 나는 원더랜드는 이상한 나라와는 다른 느낌의 무엇이라고 생각한다. 고유명사와 같은 느낌이랄까.)는 월트 디즈니사의 애니메이터가 상상한 풍경일 것이다. 그래서 이번 전시를 통해 다른 이들이 다녀온 원더랜드를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품고 있었다.


1.jpg
 

  전시장은 생각보다 협소한 공간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원더랜드에 영감을 받은 현대적인 설치물들과 더불어 작품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들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비생일선물가게였다. 이상한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미친 모자장이는 'unbirthday'라고 해서 생일 이외의 날, 즉 비생일을 축하하는 티파티를 연다. 단 하루인 생일뿐이 아니라도 축하할 날, 특별한 날은 364일이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비생일선물가게에서는 생년월일을 입력하면 특별한 문장을 선물해준다. 생일이라고 꼭 특별한 날이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생일이 아닌 날이라고 해서 평범한 날인 것도 아니다. 또한 꼭 큰 선물이 아닌 단지 마음에 불꽃놀이를 가져오는 듯 한 톡 튀는 문장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멋진 선물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나는 하루하루를 이런 마음가짐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2.jpg
 
3.jpg
 (비생일 선물로 받게 된 문장:))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렇듯 대중에게 다가서고 친근한 소재를 이야기하는 전시는 매우 바람직하다. 대중이 막연하게 전시에 느낄 수 있는 어려움이라던지 부담감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시장을 둘러보는 내내 아쉬웠던 점은 관람객들에게 있어 이번 전시가 작품, 혹은 공간이 원더랜드에서 받았던 영향과 나름의 해석과 또 의미들로서 다가가기 보다는 2차원의 세계를 3차원으로 직접 만나게 해주는 일에 더욱 치중되어 있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테마파크’형 전시라고는 하지만, 그냥 테마파크 그 자체가 되어 버린 듯 보였다. 작품이나 전시를 글로서 풀어낸 문장이나 설명들은 조금이나마 작가 나름의 원더랜드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나아가 더욱 확장된 생각을 불러온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작품을 그저 눈으로 슥 바라보는 것보다 한 층 깊은 감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때문에 나는 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이를 읽고 있는 사람들보다 작품 앞에 서서 sns에 게시할 사진, 또는 소위 이야기하는 ‘인생샷’을 건지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서 안타까움을 느꼈다. 물론 나도 전시를 보러 가면 사진을 많이 찍는다. 그리고 전시장에서 사진을 찍는 행위가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은 결단코 아니다. 하지만 전시 자체와 작품이 전시의 주체가 되지 않고 대상이라던가 배경이 되는 모습은 좋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네이버 예약이나 블로그에서 다른 후기들을 보아하니 이러한 관람 유형을 느낀 것이 비단 나 뿐만은 아닌 것 같다. 때문에 아쉬움과 더불어 씁쓸함을 많이 느꼈던 전시였다.


4.jpg
 
5.jpg
 
6.jpg
 
7.jpg

 
  원더랜드의 규칙은 간단하다고 한다. ‘예쁘고, 즐겁고, 행복할 것!’ 내가 이번에 만나게 된 원더랜드는 이 이상도 이하도 아닌 곳이었다고 생각한다. 정말 개인적으로 어떠한 생각보다는 즐거움이나 신기함, 호기심을 선물하는 이번 전시를 조금은 아쉬운 마음으로 관람했었다. 그렇지만 그것이 원더랜드의 법칙이라면, 그 법칙을 지키는 것은 훌륭히 잘 해내었다고 생각한다.


[정다빈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4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