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 인생의 일요일들 - [문학]

글 입력 2017.09.01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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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그러고 보니 진짜 일요일을 산 지 오래 된 것 같다.
일상적인 삶이라는 건 육체적 노동 뿐만이 아니라, 감정적 노동도 큰 법이니까.

나는 약간 집순이 기질이 있어서, 일할 때에나 놀 때에나 집에 가고 싶어하는 버릇이 있다. 불을 하나도 켜지 않은 깜깜한 방 안, 침대 위에 처박혀 있는 것을 너무 좋아한다. 침대 위에서 딱히 대단한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면서 이러저러한 생각들을 마음껏 하는 것을 좋아할 뿐이다. 문득 심심해지면 보고 싶은 영화를 달달구리한 것을 먹으면서 보는 것도 좋아한다. 특히 카카오닙스를 올린 바나나 자른 건 요즘 내가 푹 빠진 달달구리다.

친구들은 이러한 나를 존중해서, 술을 마시러 나가는 불금에는 굳이 나를 부르려 하지 않는다. '너희들이 너무 좋지만 나는 이렇게 해야 에너지가 충전 되는 것 같아' 라고, 이렇게 글로 쓰는 것은 잘하지만 말로는 표현을 잘 못하는 바보 같은 사람으로서는 다행인 일이다. 친구들은 일주일의 스트레스를 수다로 풀고, 나는 침묵으로 푸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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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바빠진 요즘, 한 번에 한 가지 일 밖에 못하는 나로서는 너무 힘들어졌다. 자주 피로함을 느낀다. 개강 때문인지, 나가야 할 모임도 많고, 사야 할 책도 많고, 기숙사에 필요한 물건들도 사야 하고, 1학기와 달리 한 강의당 예습을 위해 일주일에 봐야 할 책들도 많아졌다. 택배도 받아 와야 하고(택배는 왜 이렇게 오지 않는 것인지), 다시 보낼 것도 많고, 요즘 부쩍 추워져서 옷도 사야 하고. 아, 이 전공책들은 왜 이렇게 비싼가. 책을 어떻게 하면 가장 싸게 살 것인가, 옷은 어디가 예쁜가, 립스틱 색은 바꿔야 하지 않을까, 살도 빼야 하는데, 돈은 얼마나 써야 하는가, 그런 고민도 많다. 그렇다. 나는 원래 생각도 많고 빨리 피곤해지는 성격이라,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기 고달파 한다. 게다가 해야 할 일도 많다. 학교 외로 따로 공부하고 있는 책들도 빨리 공부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머리가 아파진다. 으아아..

이럴 때면 나는 두 가지를 생각한다. 첫째는 나 자신을 재촉하면 재촉할수록 되는 일이라는 것은 없다는 교훈이다. 그리고 둘째는 지금까지 잘해왔으므로 앞으로도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다짐이다. 뻔한 이야기지만, 나 같은 베짱이에게는 정말 중요한 생각이다. 내가 경상대를 다니면서 배운 것이 있다면, 바로 내 삶을 정리하는 법이다. 분류하고, 대안을 제시해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이끌어 내는 것. 이거 하나는 교수님 지도 아래 잘 배웠다. 이전에는 힘들어하기만 하다가 포기하기 일쑤였기에.

그리고 '일요일'은 반성이랄까, 그런 것들을 하기 딱 좋은 날인 것 같다. 그 날이 딱 일요일이 아니라도 상관 없다. 비는 날이라면, 언제든지 괜찮을 것 같다. 왠지 공기도 맑은 것 같고, 약속도 없는 그런 좋은 날, 베짱이인 나를 침대로부터 끌어 내서, 정리해 보는 것이다. 내 삶이 지금껏 어떠했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야 하는가에 대해서 말이다. 어떤 책을 읽어 보고 싶은지, 지금 당장은 뭘 하고 싶은지, 앞으로는 뭘 하고 싶은지, 스스로 묻고 대답하는 시간들이 사람에게는 필요한 것 같다. 그렇게 스트레칭을 쭉쭉 하고, 다시 일어나면 된다.

스스로 교훈과 다짐을 곱씹는 요즘, 그리고 그리스어의 괴랄함에 괴로워하는 대학생으로서, 이 책은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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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채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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