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현실이 몽롱해진다. 연극 '네더'

글 입력 2017.08.30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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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이 몽롱해진다. 
연극 '네더'


네더_장면사진6.jpg
 

우리가 생각하는 당연스러운 윤리적 가치들이 가상의 세계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지금 이 세상에 존재하는 내 모습 또한 가상의 세계에서는 무한해진다.

연극 '네더'는 가상현실 공간인 '네더'에 접속하여 일어나는 일들을 바탕으로 한다. 이곳에서는 세월의 흔적이 역력한 노인이 아리따운 9살 어린아이가 되기도 하고, 여성이 남성으로 변하는 일도 충분히 가능하다. 게다가 어린아이와 젊은 남성의 사랑 또한 문제가 아니다.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삶을 얻어 새로운 감정마저 갖게 되는 극 중 네더 접속자들에겐 황홀함을, 그것을 보는 현실의 관람객들에겐 다소 역겨움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역겨움 또한 현실의 윤리적 가치에 기인하는 것이라, 연극은 끊임없이 과연 무엇이 진실이고 어떤 것이 진짜 존재하는 것이고, 누가 누구인지, 나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하는 혼란스러움을 유발한다.

이 작품은 다소 극단적이고, 너무나 소재와 가치에 치중한 나머지 조금은 어지러운 면도 없지 않다. 난해하다고 하기엔 어려운 감정은 아니며, 그렇다고 유쾌하게 받아들일만한 것이라 하기도 어렵겠다. 어쩌면 이 애매모호한 혼란의 감정이 알맞은 적합한 감정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 감정으로 얼마간 작품에 녹아들다가, 마지막에 반전(?)까지 겪고 나면 작품이 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충분히 읽힌다. 다만, 조금은 덜 진지해도 좋지 않을까.

해외 극본을 바탕으로 하는 작품 특유의 번역하는 듯한 전개와 딱딱한 진지함은 오리지널의 맛을 그대로 살려내려 한 노력이라 느껴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원작에 미미한 변화를 주는 선에서 관객으로 하여금 좀 더 몰입을 할 수 있는 지점들을 마련해 주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이 견해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것이니, 관객들마다의 차이는 있겠다. 

다소 극단적이라 느껴지지만, 사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실 속에서 더욱 과격하게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를, 이미 시작되었을지도 모를, 가상과 현실의 가치가 혼재하는 일들. 그 심연의 것들을 어렴풋이나마 느껴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네더_상세_최종.jpg
 

[에이린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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