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아우디노스 기타 듀오 콘서트 - 음악 속의 풍경

글 입력 2017.08.21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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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예쁜 날이었다. 전보다 조금 선선해진 날씨 덕에 외출하기도 딱 좋았다. 늘 온 몸이 물에 젖은 것처럼 하루하루를 보내곤 했는데 오늘은 여러모로 기분이 좋았다. 한 주의 마무리, 새 주의 시작을 목전의 둔 일요일엔 언제나 마음이 싱숭생숭해지지만, 오늘은 산뜻한 기타 연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이다. 그것 역시 아주 마음에 들었다.

연세 금호아트홀은 처음 들어봐서 아무 생각 없이 금호아트홀로 향하려 했는데, 건물이 신촌 연세대학교 안에 위치해 있었다. 탁 트인 교정을 걸어 들어가 독수리상이 보일 즈음 그 뒷편에 금호아트홀이 있다. 대지를 따라 낮게 누워 있는 건물은 언뜻 눈에 잘 들어오지 않지만 그래서 더 눈에 띈다. 내부도 생각보다 넓고 쾌적했다. 이 곳에서 아우디노스 기타 듀오 콘서트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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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연주를 제대로 처음 들은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저번 학기에 클래식 관련 수업을 하나 들었는데 교수님께서 감사하게도 아는 후배 기타리스트를 초청하여 연주를 감상할 기회를 주셨었다. 연주 홀이 아닌 일반 강의실에서의 간단한 연주였지만 마음을 울리기 충분했다. 현을 퉁겨서 소리를 내기 때문인지 기타 음색은 들으면 들을 수록 요정이 발돋움하고 돌아다니는 듯 했다. 기본적으로 맑고 밝은 소리가 경쾌하고 산뜻하게 귓가를 울린다.
 
오늘의 주제는 풍경. 소리로 어떻게 장면을 보여줄지 기대감이 컸다. 이건 편견일지 모르지만 기타 소리는 즐겁고 경쾌하다는 느낌만 받고 있었기에 얼마나 다양한 풍경을 서술할 수 있을지가 궁금했다. 아우디노스 기타 듀오는 최인과 Paul Erik으로 이루어진 그룹으로, 우리가 보는 이 세계와 풍경 속에서 영감을 받아 여러 곡들을 작곡했다. 각각 자신이 보고 경험한 곳의 느낌을 묘사적으로 음악을 통해 풀어내었다. 연주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풍경을 소리로 담아낸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정확히 느낄 수 있었다.

콘서트는 먼저 최인의 독주, Paul Erik의 독주, 그리고 두 사람의 듀오곡을 연주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기타리스트 최인은 '서', '산-바다 연작', '공간', '석풍수'를 들려주었다. 그의 음악은 마치 영화처럼 기승전결이 있었다. 그 표현이 가장 잘 나타난다고 생각한 곡은 그의 '서'라는 곡이었다. '서'는 서예를 음악으로 표현한 곡으로,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 섬세한 붓놀림이 소리로 표현된다. 서예의 시간성과 퍼포먼스적인 요소가 음악의 요소와 비슷하다는 점, 그리고 그 깊이와 정신이 동양문화의 정수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영감을 얻어 쓴 곡이라고 한다. 기타 현만 퉁기는 것이 아니라 때로 몸체를 두들기기도 하고, 더 작은 소리를 내기 위해 현을 다른 방식으로 퉁기는 등 다양한 기타주법을 보여주었다. 기타 소리로 적막감, 고요함, 긴장감, 그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다니 놀랍다.

Paul Erik은 'Chant', 'Somewhere', 'Too late to say good bye', 'Angel's Lament'를 연주했다. 그의 음악도 최인과 마찬가지로 풍경을 그려내었는데, 최인의 연주가 좀 더 산뜻하고 경쾌한 풍경을 묘사했다면, Paul은 대자연의 격정적임을 담아내었다가 때로는 좀 더 무겁고 어두운 그림을 그리기도 하는 등 묵직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 중에서 'Chant'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크로아티아에 있는 Omis라는 도시에서 영감을 받았다면서, 이 도시는 한 면에 투명하고 아름다운 아드리해를, 다른 한 면에는 가파르고 웅장한 산, 이렇게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 대조적인 장면을 다소 어두운 분위기의 음색과 마이너와 메이저 키를 오가는 모호한 선율로 표현했다. 신기한 곡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듀오로 연주해준 'Ice Flower', 'Water Music', 'Prayer'도 정말 좋았다. 기타 선율은 기본적으로 얇고 섬세한 느낌이라, 그 두 음이 교차되는 것은 소름끼칠 정도로 절묘하고 아름다웠다. 전반적으로 마음이 편안해지는 곡들로 구성되었다. 때로는 애잔하게, 때로는 부드럽고 감미로운 음을 들려주기도 하고, 얇게 퍼진 얼음조각, 계절의 경계에서 녹아 떨어지는 물의 반짝이는 풍경을 보여주기도 했다.

두 기타리스트 분도 참 잘 어울린다. 작은 손동작, 눈짓, 하나하나에 서로 교감하며 무대를 진행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연주가 끝나고도 박수 갈채는 끊이지 않았다. 팔이 아프도록 박수를 치는데, 그 가운데 환히 웃으며 어깨동무하고 인사하시는 모습이 참 당신들의 음악 같은 모습이구나 했다. 아우디노스 기타 듀오 콘서트, 그들은 풍경을 음악으로 담아내었고. 나는 그들이 음악으로 담아낸 풍경 속을 아주 즐겁게, 여행하고 왔다.
 

[신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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