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모성애의 문제인가, 케빈에 대하여 [영화]

부모가 자녀를 사랑하는 방법
글 입력 2017.08.20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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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애의 문제인가, 케빈에 대하여
 

부모가 자녀를 사랑하는 방법
 


Prologue.

  학기 중에 보고 싶은 영화 목록에 써놓았던 것을 보고, 영화 <케빈에 대하여>를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보았다. 단순히 제목에 끌려 어떤 내용인지는 알지 못하고 영화를 보고 있으니 많은 궁금증이 들어, 내용에 더욱 몰입하면서 감상할 수 있었다.

   <케빈에 대하여>는 한국어 제목이고, 영어 제목은 이다. 어감이 다른 두 언어의 제목 중 후자가 영화의 내용을 더 잘 전달해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들었다. 영화를 만든 이는 케빈에 대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일까.

 
케빈에 대하여_1.jpg
 

 
1. 에바와 케빈

  에바는 자유로운 여행가로, 아들 케빈을 낳으면서 출산이 그녀의 직업 활동에 방해를 받을까 매우 걱정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그래도 아이를 낳게 되면, 너무 사랑스러워 모든 여성들이 모성애를 갖고 아이를 보살피게 된다는 것이 통론이라고 하지만 그녀는 조금 다르다. 보통 부모들이 갖는, 자녀에 대한 애정이 덜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최선을 다해 아이를 돌보려 했다. 케빈과 잘 놀아주기도 하고 잠들 때는 책도 읽어주었다. 그런데 아들 케빈은 에바를 싫어하기만 한다. 엄마 에바가 좋아하는 것들의 딱 정반대되는 행동만 일삼고, 그런 케빈은 점점 비뚤어진 채로 성장한다. 청소년이 되자 점점 더 걷잡을 수 없는 사고를 치기 시작해, 결국 케빈은 여동생과 아빠, 친구들을 살해하는 극단적인 범죄까지 저지르고 만다.

 
케빈에 대하여_2.jpg



2. 모성애의 문제인가

  극단적인 결말로 조금 충격을 먹은 채 영화의 리뷰를 찾아보니 모성애의 부재에 관한 이야기가 많았다. 그렇지만 나는 그에 동감할 수 없었다. 에바는 모성애를 타고나지 않았다 하더라도 최선을 다해 케빈을 돌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에바를 완전히 무시하고 반대되는 행동만 했던 것은 케빈이었다. 케빈의 생각은 다를 수도 있겠지만, 그의 잘못된 행동이 에바의 모성애 문제로 이어지는 것은 인과관계로 성립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3. 부모의 역할은 어디까지

  엄마인 에바가 채워주지 못한 사랑이라도 아빠에게서 받는 것이 충분해보였던 케빈은 왜 그토록 비뚤어진 선택만을 했던 것일까. 그리고 그것은 어디서 비롯된 문제이며, 결핍이었을까. 질문이 꼬리를 물자 부모의 역할은 어디까지일까에 대한 생각까지 이르렀다.

  자녀가 잘못을 한다면 부모는 어떤 방법으로든 자녀를 바른 길로 이끌어가려 노력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케빈의 문제는 모성애의 결핍이 아니라 자녀를 사랑하는 방법을 몰랐던 부모에게서 원인이 시작되었던 것이라고 잠정적인 결론을 내려보았다. 케빈에게 선천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어서 성장배경과 상관없이 일을 저지르게 된 것일 수도 있지만, 자신이 범한 일들이 잘못이라고 더 따끔하게 일러주는 부모가 있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도 있다. 에바는 어릴 때부터 케빈을 키우며 자신을 싫어하는 모습에 너무 지쳐버렸던 것 같고, 케빈의 아빠는 에바와 케빈의 관계를 몰랐거나 부정했기에 그를 바른 길로 이끌어줄 부모의 역할은 둘 중 누구에게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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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We need to talk about Kevin

   케빈은 자신을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을 알지 못했다. 늘 분노와 불만으로 가득 차 있었고, 부모에 대한 반발심이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소년이었다. 그런 케빈은 부모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에는 너무나 서툴렀고, 자신의 불만을 계속해서 잘못된 행동으로 표출했다. 모든 일이 일어나고 난 2년 뒤, 그는 에바와 마주하며 자신의 잘못을 언뜻 깨닫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케빈은 자신이 사랑받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아니면 부모의 사랑이 싫거나 불만이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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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귀한 탄생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는 ‘Kevin’이라는 이름은 영화의 내용과는 대비되어 더욱 그 문제의식에 불을 지핀다. 그 문제의식의 방향이 모성애일지, 선천적인 성격의 문제가 있었을 자녀의 문제일지는 관객의 판단에 맡긴 채 막을 내리는 영화 <케빈에 대하여>. 부모와 자녀의 관계에 대해 여러 이야깃거리와 물음을 남기는, 조금은 어려운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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