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군무와 연극적 화법의 향연, 연극 '트로이의 여인들'

글 입력 2017.08.14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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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의 여인들'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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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한 트로이, 여전히 그 곳에 남아있는 여인들은 패전국으로 이리 저리 흩어진다. 패전국의 백성이자, 왕족이자, 또 여성인 그들은 여러 권력에 의해 원하지 않는 멸망의 길을 걸어야만 한다. 그들의 목소리, 발소리, 숨소리, 노랫소리, 몸짓, 발짓, 손짓이 끝까지 기억되고 있다.

떼아뜨르 봄날의 공연은 심청 이후로 두 번째였다. 내가 기억하는 그들의 공연은 매우 진중하면서도, 코믹함이 섞여있었고, 더불어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이번 공연 역시 그러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군무와 연극적 화법은 그들이 내세웠던 ‘퍼포먼스’의 조건을 충분히 충족했다. 동시에 내뱉는 말들, 분주한 팔과 다리, 상기된 표정의 독백, 충분히 감탄스러운 연출이었다.

그러나 아쉬웠던 점이 분명 있었다. 보여주고자 했던 연출과 스타일은 분명했지만, 그 내용과 대사들이 주제를 확실히 전달했는가, 그것은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다. 그리고 그 주제에 대한 철학적 탐구도 필요해보였다. 뒤늦게 적어보자면, 함께 본 친구가 남긴 한줄평은 이러했다. ‘주제를 다 담기엔 부족했던 70분’. 내 감상평 역시 비슷하다. “피억압자들이 보여주는 정의-그리고 폐허 속에서도 굳건한 존엄함”이 공연이 내건 이야기였다면, 공연 속 트로이의 여인들이 그러한 모습을 충분히 보여주진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끝까지 전쟁의 원수를 욕하고 탓한다. 그리고 승전국의 미래를 저주한다. “저 사람의 아들이 똑같이 죽기를” 빈다. 이 대사의 의미가, 인간의 존엄함을 끝까지 지킨 피억압자들의 정의인 것일까? 주체적이기보다는 너무나 순응적인 태도에, 그리고 운명적 세계관을 믿는 모습에, 철학적 탐구가 더 필요하다고 느꼈다. 더구나 대사나 흐름을 보았을 때(특히 아기를 희망으로 여기는 장면) 극 속에서 페미니즘적 논의가 여전히 부재하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아쉬웠다.

무엇보다 가장 아쉬웠던 점은 바로 관객과 나의 가치관 불일치 문제였다. 왜 웃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는 장면들이 종종 있었다. 철학적으로 진중해야할 장면이 왜 웃음포인트로 소비되었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내가 너무 굳은 시선을 하고 있었던 걸까? 이 부분은 요즘 들어 참 고민되는 부분이다. -이 연극 리뷰와는 무관하지만(사실 경험이 포함되니 완전히 무관하진 않다) 폭력이 여전히 연극 내 웃음 코드로 소비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

하지만 이들의 군무와 독백, 손짓과 몸짓은 여전히 신선하게 느껴진다. 콘트라베이스와 기타 위,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한 마디 한 마디가 인상 깊었던 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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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전쟁으로 피폐해진 도시에 시체들과 함께 남겨진 트로이의 여인들. 그들은 유린을 당한 채 노예로 전락한다. 트로이의 왕비 헤카베는 오디세우스의 종이 되고, 그녀의 딸 카산드라는 강간을 당한 채 아가멤논의 침실로 불려들어간다. 또 아킬레우스의 사랑을 받은 포리크세네는 무참히 살해되어 아킬레우스의 무덤에 버려지고, 헥토르의 아내 안드로마케는 원수 네오프톨레모스의 여자가 되어야 할 운명. 그녀의 갓난 아들은 그리스의 군에 의해 절벽에 던져진다. 참혹한 비극 속에 던져진 트로이의 여인들은 그럼에도, 그리스군의 잔학상을 비판하면서 인간다운 최후를 준비한다.






/기획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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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가,
피억압자의 철학을 보여주는 “그리스의 여인들”

“그리스의 여인들” 시리즈에 등장하는 그리스 여자들은, 형언할 수 없는 고통과 고난 앞에서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거나 회복하려 온몸으로 맞서 싸운 용기와 기품의 소유자들이다. <트로이의 여인들>의 헤카베와 카산드라, 안드로마케는 전쟁으로 남편을 잃고 원치 않는 삶을 살아갈 운명이 되지만 의연함을 잃지 않는다. 오히려 전쟁을 일으킨 당사자에게 그 부당함을 항의하고, 승전국의 미래가 온전치 못할 것을 예언한다. 그녀들의 강력한 의지와 행동력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꺾일 수 없는, 존중 받아야 마땅한 인간의 존엄성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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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전쟁 후 폐허에 남겨진 여인들, 인간다운 존엄과 의연함을 지켜내다

도시는 함락되고 남편들은 살해당했으며, 다른 가족들은 이미 노예로 끌려갔다. 돌이킬 수 없는 파멸과 나락의 벼랑 끝에 선 패전국 트로이 왕국의 여인들, 왕비 헤카베와 딸 카산드라, 며느리 안드로마케와 헬레네! 패전의 절망과 비탄, 엄습하는 집단적 불안. 그 와중에도 차마 떨치지 못하는 구원과 탈출에의 절박하고 조심스러운 기대, 그러나 더더욱 명확하고 잔혹하게 하나하나 죄어오는 고통과 절망의 메시지들..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몸서리치지만, ‘트로이의 여인들’은 최후까지 존엄과 의연함을 잃지 않으려, 조용하지만 처절한 투쟁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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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적 연극 화법과 군무에 가까운 퍼포먼스로 가득찬 무대

극단 떼아뜨르 봄날의 그리스비극은 텍스트의 정수만 추리고 남긴 다음 그 빈자리를 음악적 화법으로 대치하고 채워나감으로써 텍스트의 핵심을 가장 효율적이고 입체적이며 감각적인 방식으로 제시한다. <트로이의 여인들>에는 작은 무대를 가득 채우는 13인의 여배우와 3명의 남자배우가 등장한다. 조용히, 그러나 강한 에너지로 움직이는 그들을 콘트라베이스의 낮은 음율과 반복되는 기타선율이 때로 긴박하게 때로 처연하게 감싸 안는다. 절제되고 박력 있는 움직임과 춤, 짧고 속도감 있는 대사와 장엄하고 유려한 독백 혹은 집단적 레시타티브의 적절한 혼용 등, 원작의 분위기와 정조가 감각적으로 박진감 있게 무대 위에 펼쳐진다.





/공연 정보/

공연기간 : 2017. 8. 10(목) ~ 8. 20(일) 
 평일 8시 / 토 4시, 7시/일 공휴일 4시 / 월쉼
공연장소 : 예술공간 서울
런타임 : 70분
제작 : 극단 떼아뜨르 봄날
후원 : 서울특별시, 문화체육관광부, 서울문화재단,
 종로구, BC카드, 예술경영지원센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기획 :  K아트플래닛
관람연령 : 만13세 이상
티켓 : 전석 30,000원 (청소년 50%, 만24세 미만 청년 30%)
예매 : 인터파크티켓1544-1555
  대학로티켓닷컴 1599-7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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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 02-742-7563 / k_artplan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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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글은 아트인사이트 문화리뷰를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이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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