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공.감.대] 감각07. 아날로그 트렌드 = 아날로그의 반격?

글 입력 2017.08.09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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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트렌드 = 아날로그의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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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어플 Gudak Cam


  '아날로그'와 '4차산업 혁명'이라는 단어가 나란히 대세로 공존하고 있는 기이한 시대. 심지어 디지털이 일상을 정복한 이래 거의 멸종했다 여겼던 '아날로그'가 반격을 꾀하고 있다고 설명하는 기사들을 요즘엔 더 자주 접하고 있다. LP와 관련된 향수 짙은 게시물들이 자주 등장하고, 장롱 속에 숙성시켜 놓았던 엄마아빠의 수십 년 넘은 필름카메라를 찾아 수리해 사용하는 젊은 세대가 나타났다. 흑백사진의 감성을 찾고, 종이수첩과 만년필, 오프라인 독립서점이 뜨고 있는 시점이니 과연 '반격'이라는 표현이 그럴듯하다고 볼 수 있겠다. 요즘 핫하다 못해 알 만한 사람은 거의 다 쓰고 있는 아이폰 어플 'gudak'의 눈에 띌만한 성과도 바로 이 거대한 흐름을 관통하는 지점이라 본다.

  그러나 과연 아날로그가 정말로 반격에 궁극적으로 성공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VR체험 공간들이 늘어나고, 필름을 스캔하여 SNS에 올리고, 아날로그적 감수성을 전자제품의 마케팅으로 활용한다고 하는데. 심지어 얼마 전, 종합유선방송사업자 중 CMB가 케이블TV 방송 최초로 전체 서비스 권역에서 아날로그 방송을 중단하여 모든 가입자를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했다고 하는데. 우리는 이 모순된 소식들을 동시에 접하고 있다. 여기서 드는 의문점 하나. 물리적 포맷이 어떻든 콘텐츠만 '아날로그'의 형태를 띤다면, 다시 말해 아날로그를 디지털적으로 소비한다면 과연 '아날로그의 반격'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의미 있는 것이라 말할 수 있는가? 과연 아날로그적 '가치'까지 우리 일상까지 밀려들어왔다고 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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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식, 실제적 감각, 느린 삶, 히피 감수성, 수작업, 차별화, 개인. 이런 키워드가 유행한다고는 하지만 그 유행이 실제 내 삶과 얼마나 연관성이 있는가? 그에 대한 욕망은 모두에게서 과잉되고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여러 포털사이트와 SNS에서 하루에도 몇 건씩 아날로그 관련 게시물들이 올라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삶의 양식과 일상적 제도도 역시 그렇게 따라주고 있을까? 글쎄...? 실제로 나는 직장에서 아니 내 집에서 자율적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는가? 값비싼 LP판을 돌리기 위해 턴테이블까지 구비해 둘 만큼 경제적 여유가 있는가? 어떤 곳에서도 내 고유한 개성을 편하게 드러낼 수 있는 사회 공동체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가? 자연과 직접적인 교감을 느낄 수 있는 시간들이 많은가? 스스로에게 물었을 때 자신이 선택한 아날로그 디자인 제품을 과연 유행이 아니었더라도 만날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하는가?

  어쩌면, 이 많은 현상들이 ‘디지털’ 기술만으로는 수익 창출에 한계를 느끼는 자본구조가 조성한 분위기가 아닐까? 아날로그를 ‘디지털적으로 소비하는 습관’은 소비자가 요구한 것이 맞을까? 지속가능한 사업으로 ‘아날로그’라는 키워드가 떠오르고 실제로 이런 환경들이 주목받는 것은 그저 우리의 삶이 질적으로 한 차원 높아지거나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겼다거나, 일상이 재편되어 공간에 대한 심미성이 발전했기 때문일까? 인간의 사유 체계와 생활 습성에 엄청난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는 4차 산업혁명과 아날로그를 공존시키기 위해서 여러 방면으로 거시적인 관점에서 ‘투자’하고, ‘모색’하고 있는 세력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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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흐름은 막을 수도 없고 딱히 막아야 할 만큼 불길한 것도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는 어떠한 가치도 ‘취향’으로 대체해버릴 수 있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촉각적으로, 시각적으로, 청각적으로 새로운 감수성들을 접하면서 우선 즐거움부터 느낀다. 원래의 아날로그 세대가 아닌 디지털 세대가 아날로그에 심취함으로써 만들어지게 될 문화는, 그리고 시장은 어떻게 될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러나 한 가지 마음 한편에 쌓여가는 찝찝한 구석을 지울 수는 없다. 주변의 분위기가 내 삶과 너무나도 괴리가 크다면, 아날로그 시장을 거머쥔 손이 감각적인 소비자가 아닌 거대한 자본계라면, 이 변화의 바람이 안겨주는 새로움도 잠시일 뿐 쉽게 진부해지고 피로해지지 않을까.




[김해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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