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하다 - Vogue like a painting 展

글 입력 2017.08.06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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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본능적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존재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인간의 결과물들만 봐도 알 수 있는 전제.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매우 주관적인 기준이겠다. 하지만, 그래서 예술이 탄생했고 그 다양성도 보장되고 있다. 행위를 제외한 예술 작품들은 누군가에 의해 꼭 남기 마련이고 누군가에게 향유되면서 큰 의미를 가질 때가 있다. 그리고 그것에는 그림과 사진이 포함된다. 아, 물론 패션도 마찬가지이다. 아직 패션이 왜 예술에 속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고대부터 현대 사회까지의 그림이나 사진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어떻게 보면 패션일지도 모르는데. 현대에서 그를 ‘패션’이라고 정의해서 어색한 것은 사실이다.

확실히 그림과 사진 사이에는 명백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기록되는 물체가 다르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겠으며 그저 한 순간을 기록한다거나 사람의 머릿속에서 나와서 창조된다는 점 의외에는 아예 다른 개념의 것이다.

어쨌던 중요한 것은
‘사람이 만든다는 것’이다.

사람의 손에 의해서 그림은 그려지고 셔터는 눌러진다. 그 상황 자체가 창조자의 머릿속에서 계획된 것이며 연출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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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의 시대를 강조하는 사회의 흐름이 있다.

보편적인 기준을 허물고자 하는, 그리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나가고자 하는 그런 요구. 아무리 비슷해 보이는 두 개체 사이에도 어떠한 경계선이라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경계선을 많은 의미에서 허물고자 하는 시도가 보였던 전시가 바로 ‘Vogue like a painting’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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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롯이 나만이 가진 관점을
나타내는 언어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임을
예술의 역사와 위대한 화가들의
삶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 피터 린드버그-



아마 명화를 관람해 본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만의 관점에서 그림을 해석하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그냥 그림 앞에 서있기만 하는 것이 관람에 있어서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 경험이나 가치관에 따른 개인의 해석은 우리가 상상했던 수보다 다양할 것이다. 그 상상을 실현화한 전시였다. 그림이라는 매체에 얽히지 않고 포토그래퍼들은 사진으로 이들을 재창조했다. 단지 모방이 아닌 재해석, 재창조. 사실 어떤 작품에서는 모델이 되었다는 명화를 찾아보기 어렵기도 하다. 그래서 인위적임이 느껴지지 않았고, 그것이 좋았다. 단지 고전 명화들을 현대화해서 사진으로 옮겨 놓은 듯한 느낌보다는 포토그래퍼들의 경험과 생각들이 삽입되어 더 많은 이야기들을 담고 태어난 작품들이라는 감상이 더 잘 어울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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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사진’이라고 국한되어서 말하니까 조금 어색한 기분이 드는데 사실 장르들을 약간 넘어선 작품들이라고 느꼈다. 사진도, 그림도 아닌 말할 수 없는 무언가 같았다. 의상, 조명, 소품, 모델의 표정, 몸짓, 세트까지 하나하나 아주 세심하게 계획되고 계산되어 나온 결과물이라는 표현이 옳겠다. 그 계산에 의한 결과물들은 그리 따뜻한 느낌을 지니지는 않았다. 모델이 나와 눈을 마주치고 사진의 중앙에 위치하였지만 마치 마네킹을 보는 기분이랄까. 특유의 인간미를 느끼는 것은 불가능했다. 회화적인 느낌과 기법을 가득 지닌 사진이라. 몇 번을 생각하고 쓰는 리뷰지만은 딱히 무언가로 정의하기에는 아직도 너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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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인 전시를 놓고 감상해보면, 빛과 색을 참 민감하게 다룬 전시라고 생각된다.

우선적으로 작품들과 그를 지탱해주고 있는 가벽들의 색의 조화는 관람에 있어서 무시할 수 없던 요소였다. 초상화 파트에서는 사람의 얼굴과 표정이 더욱 잘 보일 수 있도록 비교적 어두운 배경을 이용했고, 정물화 파트에서는 사물의 싱싱함이나 본연의 색들과 조화롭게 이루어질 수 있는 짙은 노란색, 화려한 의상들과 몽환적이면서도 은근한 아름다움을 주는 로코코파트와 풍경화파트에서의 연하늘색, 팝아트만의 톡톡 튀는 느낌을 살려주는 주황색까지 가벽들의 색은 작품들의 전체적인 조화와 감상에 큰 역할을 했다. 그리고 각 파트에 대한 설명 틀에 맞는 네모난 빛을 비추어 해당 전시의 특유함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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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란 기존의 방식을
뒤엎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무언가를 궁금해하는 것이
바로 모든 지혜의 시작입니다."

-피터 린드버그-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패션 잡지가 이런 명작들이 가득한 전시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과연 다수의 사람들이 상상해낼 수 있었을까. 어떤 것을 정의하고 그에 국한해버리는 것은 결코 좋은 습관이 아니다. 다 아는 사실이지만 사회적으로 인정되고 통용되는 그 기준을 함부로 모호하게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창조적인 본능을 지닌 인간답게 그에 대한 도전들도 꾸준히 이루어짐을 이 전시를 통해 볼 수 있었으며 어떠한 방향까지 흘러갈지 기대가 되게끔 했다.

예술은 어쩌면 이러한 점에서 매우 대단하고 위대한 것이 아닐까 싶다.


[맹주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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