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 특유의 감성, 지브리에 대하여 [영화]

글 입력 2017.08.01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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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 하울의 움직이는 성
마녀배달부 키키 / 이웃집 토토로 / 붉은 돼지
원령 공주 /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천공의 성 라퓨타 / 벼랑 위의 포뇨



위의 영화 목록을 보며, 장면이나 느낌이 기억나는 영화가 적어도 하나 이상은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이 지브리 영화이며, 영화를 많이 보지 않더라도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이름은 누구나 알 것이다.

나 같은 경우에도 지브리의 팬 중 한 명으로, 어릴 때부터 지브리에 대한 사랑은 이어지고 있다. 어렸을 때 접한 지브리의 영화는 나에게 판타지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고, 그때의 그 신선한 충격은 지브리라는 것이 나에게 있어서 판타지, 그리고 그 특유의 감성으로 남게 해 주었다.

최근 잠실에 생긴 지브리 스튜디오 굿즈 샵을 방문하면서, 지브리에 대한 생각이 다시 머릿속에 계속 떠오르게 되었다. 그러면서 대체 무엇이 '지브리'만의 감성을 갖게 하는 것인지, 왜 지브리가 그 자체만으로도 특별한지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작은 고찰을 적어보고자 한다.



셀화와 배경

지브리 31주년 파스텔배경.jpg
([지브리 스튜디오 31주년 기념]으로 지브리에서 배포한 폰 배경화면)


지브리 셀화 갈색.jpg
(영화 [이웃집 토토로] 중 한 장면)


한 번이라도 지브리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지브리 영화는 배경이 참 곱고 아름답다. 그 이유는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서 수작업으로 배경을 완성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직접 손으로 그렸기에 세심한 묘사와 독보적인 파스텔톤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은 셀 애니메이션 방식인데, 이는 간단하게 말해서 기존의 배경 위에 셀화를 놓고 연속적인 움직임을 한 장면씩 끊어서 촬영한 후 정상 속도로 재생하여 연속적인 움직임을 창조하는 방식이다. 기본적으로 셀 애니메이션은 수작업을 기반으로 한다. 지브리는 컴퓨터 그래픽과 같은 최신 기술을 따르는 것이 아닌, 지브리만의 독자 노선을 쭉 걸어왔다. 최근에는 디지털화한 셀 애니메이션 방식도 있지만, 지브리는 수작업에 의한 셀 애니메이션 방식을 고수한다. 수작업으로 배경을 그리고, 모든 작화를 한다.

이는 지브리 스튜디오 스스로도 강조하는 부분인데, 지브리의 스즈키 도시오 PD는 "지브리는 옛것을 지킨다는 점을 원칙으로 합니다. 인간이 직접 손으로 그렸다는 점을 많은 관객이 은연중에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손으로 그리는 것, 지브리가 완강하게 고수하고 싶은 부분입니다."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처럼, 수작업이 갖고 있는 고유한 감성을 지브리는 지킨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브리는 셀화에서도 그 감성을 살려내고자 한다. 보통은 셀화의 테두리를 검은색으로 하는 데에 비해, 지브리는 셀화의 테두리선을 나타내고자 하는 감성에 맞게 색깔을 바꾼다. 위의 이웃집 토토로 중 한 장면을 봐도, '메이' 셀 화의 겉 테두리가 갈색이다. 이웃집 토토로 아트북에 의하면,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기 위해 그렇게 했다고 한다. 비록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쉽게 눈치채기는 힘들지만, 이러한 부분에서도 지브리의 세심한 노력이 있었기에 그러한 감성이 더 다가오게 했다고 생각한다.



스토리

마녀배달부 키키.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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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리 캐릭터.jpg
(첫번째 : 영화 [마녀배달부 키키] 중 한 장면, 두번째 : 영화 [벼랑 위의 포뇨] 중 한 장면, 세번째 : 지브리 캐릭터 모음 일러스트레이션)


지브리의 스토리, 그 중에서 미야자키 하야오의 스토리는 대부분 판타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그 판타지는 완전 딴 세계의 판타지가 아닌, 우리가 함께 느끼고 이입할 수 있는 판타지이다. 주로 우리가 사는 세상과 세계관이 같거나, 혹은 주인공의 모습에서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난다.

대표적으로 토토로가 있는데, 토토로 아트북에 의하면 영화의 배경은 1940~50년대이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일본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누구나 어릴 적 기억에 남아있는 동네 - 1970년대 세대 기준으로' 라고 말했다.) 또한 아트북에서는 영화에 나오지 않는 숨겨진 결말이 나온다. <토토로 이야기가 끝나고 현대 사회의 모습이 드러나면서, 도심 한가운데에 엄청나게 큰 나무가 있는 집이 하나 등장한다. 그 주변은 모두 현대의 모습을 지닌데에 비해, 그 집만은 옛날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옛날에는 이 도시가 시골이어서 주변에 산과 논, 그리고 이 집만 유일하게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주변의 산과 나무를 깎고 집을 지어서, 현재와 같은 도시가 되었다. 그 집에는 여전히 사람이 살고 있는데, 그 집의 주인은 '메이' 할머니로, 어렸을 때에 '토토로'라는 존재가 집에 있는 큰 나무를 심어주었다고 얘기한다. 그 할머니를 찾아가면, 가끔 '토토로' 이야기를 해준다...> 라는 식으로 원래는 이야기가 완료된다.

즉, 산타처럼, '어쩌면 존재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식의 생각을 한번 쯤 하게 하는 것이 지브리의 판타지이다. 벼랑 위의 포뇨를 보더라도, 평범한 남자아이인 소스케에게 포뇨가 등장하면서 판타지가 시작된다. 한번 쯤은 '포뇨가 존재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포뇨가 존재한다고 믿고 싶게 만드는 것이 지브리의 방식이다.

혹은 아예 다른 세계관의 판타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위화감 없이 그 판타지를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판타지 속 인물들이나 상황이 현실과 비슷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마녀배달부 키키를 보더라도, 분명 키키는 하늘을 날 수 있는 '마녀'이지만, 키키는 그저 영락없는 13세 소녀처럼 보인다. 마녀라 해서 마치 슈퍼히어로처럼 현실과 다른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13세 소녀가 할 법한 고민을 하고, 우리가 겪었던 문제를 똑같이 마주하기도 한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그녀가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비록 세계관 자체가 다르더라도, 이미 키키는 마음 속에 살아있는 것이다. 이처럼, 지브리의 판타지는 살아있는 판타지이다.



음악

히사이시조 부도칸.jpg
('히사이시 조 in 부도칸' 포스터 - 지브리 컬렉션을 연주했다.)


지브리의 영화가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음악 때문이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름과 더불어, 지브리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바로 '히사이시 조'이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때부터 히사이시 조는 지브리와 함께 하였는데, 미야자키 하야오가 맡은 거의 모든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음악 감독으로 활동하였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OST인 '인생의 회전목마'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OST인 '언제나 몇번이라도'는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도 한번 쯤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한 곡들이다. 섬세하면서도 따뜻하게 가슴을 울리는 지브리의 영화와, 히사이시 조의 음악은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히사이시 조의 음악은 지브리에 있어서 대체 불가능이다.





이렇게까지가 작은 식견으로 본, 지브리만의 특별한 점들이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에 대해서 뭐라고 평가할 수는 없지만, 나처럼 지브리에 대해서 특별한 감성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얄팍한 지식과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감정으로 쓴 글이지만, 그저 지브리의 한 팬이 특별한 감정으로 써 본 글이라고 봐주기를 바란다.


[이현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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