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도서] 오늘은 바람이 좋아, 살아야겠다

글 입력 2017.08.01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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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는 삶은 모두 고단하다. 날이 갈수록, 해가 질수록 더욱 고단해져간다. 예술가들또한 마찬가지다. 위대한 예술가로 남은 우리들의 예술가중에는 예술을 피난처로 삼을만큼 인생의 고단함을 맛봐야 했던 예술가들이 다수였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도, 마음이 여유로 충분치 않은 삶을 살아냈다. 늘 시간에 쫓기고 마감에 쫓기는 일명 프로마감러의 삶이 옛날이라고 없었겠는가. 누구라고 치열하지 않은 삶을 살까. 그리고 누가 그렇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책은 프란츠 카프카, 마르키 드 사드, 르네 샤르, 고골, 바흐만, 거투르드 스타인, 콜레트, 애드거 앨런 포, 폴 발레리, 카렐 차페크, 나보코프 등  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11인의 문학 연금술사들, 그들의 창작세계를 엿볼 수 있는 시인의 에세이다.시인은 그들이 남긴 작품과 인생을 통해 그들이 어디서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았는지, 그들이 누구와 사랑을 나누다 헤어졌는지, 그들이 자신의 예술을 위해 어떻게 온몸을 불살랐는지… 그들의 흔적을 따라가며 그들을 이 지상으로 불러낸다.



그의 유일한 피난처는 책상뿐이었다. "작가의 삶은… 책상에 달려 있다. 작가가 정신착란에서 벗어나려 한다면 결코 책상에서 멀어져서는 안 된다. 이를 악물고서 책상을 꼭 붙잡고 있어야 한다." 그렇게 그는 책상 앞에 버티고 앉아 글을 쓰고 또 썼다. "내 삶은 출생을 앞 둔 망설임이다."며 그 아픈 사투와도 같은 망설임을 잉크에 적셔 요제프 K와 그레고를 잠자, 단식광대와 곡예사, 가희 요제피네와 시골의사… 등을 창조해냈다.

-21쪽, 프란츠 카프카







한적하고 조용한 그의 집을 나오면서 나는 그가 힘주어 말한 20세기 시인들(보들레르, 랭보, 네르발, 엘뤼아르, 아폴리네르)과 "시사적(時事的)인 것은 시의 가장 나쁜 적이다"라는 말을 다시 한 번 곱씹으며 그의 시 중 한 단락인 「천상의 새」를 나직이 음미해 보았다. '나는 인간의 불행을 좇아 불행의 여유로 불행의 껍질을 벗기고 있다.'

-59쪽, 르네 샤르


그를 가리켜 프랑스의 시인 폴 발레리는 "위대한 문학 엔지니어"라 칭하였다. 그만큼 포는 작품 구성에 있어서 어느 한 부분도 우연이나 직관에 의지하지 않고 마치 수학 문제를 풀 듯 용의주도하고 치밀하게 계획해 썼다. 단어 하나하나에도 소홀히 하지 않았으며, 시 「갈가마귀」에서도 소리가 잘 울리는 ‘네버모어’라는 말을 계속 반복하게 함으로써, 시를 다 읽고 난 후에도 그 소리가 오랫동안 귓속에서 메아리처럼 맴돌 수 있게 신경을 썼다.

-133쪽, 애드거 앨런 포



이 책의 에세이스트인 1990년 등단한 김상미 시인이 우리 문단에 선보인 시들의 존재감은 더할 나위 없이 풍성하고 깊다. 이토록 입말 글말을 예쁘게 또 천진하게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이가 있을까 싶게 시 한 편 한 편에 내재된 형용을 탁월하게 빚고 있는 개성적인 시인으로, 자신의 문학소녀시절부터 사랑하고 사랑한 작가들, 삶 자체가 문학의 원형상징(archetypal-symbol)인 이들 11인의 작가들을 시적 영감 가득한 문장으로 이 지상으로 불러낸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선물'인 동시에 '매혹'을 선사하고 있다. 그녀가 우리에게 선사할 예술가들의 이야기, 그리고 예술가들이 톺아내는 삶의 진솔한 이야기들이 기대가 되는 책이다.


[박유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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