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아는 노래'가 아니라도 충분히 매력적이었던, 아는노래뎐

글 입력 2017.08.01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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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노래'가 아니라도
충분히 매력적이었던
아는 노래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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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국악을 좋아한다. 아니, 좋아하는 편이라고 하는 말이 더 맞을 수도 있겠다. 다른 20대들에 비해서 ‘비교적’ 좋아하는 것이니 말이다. 고등학교 음악 시간에 선생님께서 판소리를 틀어주셨을 때, 다른 아이들과 같이 졸지 않고 경청할 정도. 기억도 가물가물한 어느 옛날 가야금을 잠깐 배웠을 정도. 내가 국악을 좋아하는 것은 딱 그 정도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들보다는 그래도 좋아한다고 자부했다. 나는 그래도 국악에 편견이 없다고 생각했다. 여우락 페스티벌의 <아는 노래뎐>을 듣기 전에는 내가 가지고 있던 그것조차 편견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는 노래뎐>은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가요와 팝송 등을 젊은 소리꾼의 동시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다는 컨셉의 공연이다. 말 그대로 ‘아는’ 노래들을 불러 국악에 대한 거리감을 줄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공연이다. 사실 나는 이 공연의 컨셉을 듣고나서도 별 생각이 없었다. ‘그래봐야 국악이지’라는 생각도 어느 정도는 했었다. 물론 나는 그 느림과 한스러움을 좋아하긴 하지만, 어쨌든 약간 늘어지고 지루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생각한 것이다. 게다가 나는 가요에도 문외한이라 과연 ‘아는 노래뎐’이 ‘아는 노래’일까 고민스럽기도 했다. 여러모로, 공연에 대한 기대는 별로 없었던 셈이다. 그저 평소와 같은 ‘국악’을 들으러 간다고 생각했다.


2017 여우락 페스티벌(7.22.토)_아는 노래뎐_유태평양_국립극장 제공.jpg
아는 노래뎐 유태평양 


그런데 아는 노래뎐은 내가 알고있던 국악과 같으면서도, 또 달랐다. ‘젊은 국악인’은 나이만 적은 국악인이 아니었다. 정통 국악을 하면서도, 감각이 무척이나 젊은이들이었다. 처음 시작부에 ‘추억’이란 곡을 공연할 때부터 공연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국악의 멜로디에 밴드 사운드라니.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애초부터 그 둘을 분리할 수 있는 것인가 의심이 갈 정도로 잘 어우러졌다. 국악스러운 느낌은 버리지 않으면서도, 최근 가요식 사운드에 익숙해져있던 나 또한 익숙하게 즐길 수 있을법한 음악이었다.

거기다 극의 진행방식이 굉장히 새로웠다. 공연은 국악계의 전설이라고 불린다는 임방울 선생님과 김산호주의 사랑이야기를 중심으로 꾸려졌는데, 뮤지컬적인 요소는 거의 없었음에도 마치 한 편의 뮤지컬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차라리 토크 쇼에 가까운 형식이었음에도 공연 전체를 보고 나왔을 때 뮤지컬을 보고온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 신기했다. 그 둘의 ‘사랑’을 키워드로 묶다보니, 임방울 선생님의 국악과 기성 가요들의 엮임 또한 전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2017 여우락 페스티벌(7.22.토)_아는 노래뎐_장서윤_국립극장 제공.jpg
아는 노래뎐 장서윤


사실 예상했던 바와 같이 ‘아는 노래뎐’에서 ‘가요’로서 나온 것들조차 내겐 익숙지 않은 노래들이어서. 내겐 모든 노래들이 새로웠다. 오히려 ‘사랑가’와 같은 국악이 더 익숙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래서인지 나는 가요보다 국악들이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특히나 마지막에 ‘쑥대머리+갈까부다’는 국악 특유의 그 한스러움이 밴드의 음악과 잘 어우러져서 좋았다. 국악의 장점인 ‘한’과 현대 밴드음악의 장점인 속도감과 리듬감을 다 잡은 듯 했다.

사실 ‘아는 노래뎐’에서 내가 ‘아는 노래’는 거의 없었다. 내게는 전혀 ‘아는 노래’전이 아니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악에 대한 거리감을 줄이’겠다는 목적은 너무도 잘 달성한 듯 했다. 가요들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아는 노래’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아는 노래전은 국악 그 자체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공연이었다.

‘여기 우리 음樂이 있다!’ 여우락 페스티벌의 모토처럼, 국악의 존재감을 당당히 드러냈고 또 그로써 매력을 발산한 공연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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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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