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마지막 수업, 선생님의 따뜻한 격려가 우리를 울렸다. [문화 전반]

글 입력 2017.07.30 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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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한 달간의 자격증 수업이 끝났다. 어딜 가나 자격증을 요구하는 탓에 나 또한 어쩔 수 없이 배우기로 마음먹었다. 컴퓨터활용능력 자격증을 배우면서 느는 건 첫째도 스트레스, 둘째도 스트레스. 동작이 느린 나에게는 힘들었다. 수식용어는 왜 그리도 많은 건지. 외워야 할 것 투성이었다. 매일매일 자격증을 따야한다는 마음으로 수업에 임했지만, 선생님은 달랐다. 어느 날, 수업에서 선생님은 문득 자신의 인생이야길 꺼내셨다.

 
“저는 사실 전공이 전자공학과였어요. 그런데 보수가 적다 보니, 그것만으로는 먹고 살 수는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39살에 뒤늦게 혼자서 컴퓨터활용능력 자격증 공부를 했었어요. 그 땐, 이런 교재도 없어서 인터넷 카페에서 얻은 지식으로 미친 듯이 달달 외우고 시험보고 그랬었죠. 이런 책이 있었더라면, 진짜 좋았을텐데. 저는 지금도 꾸준히 어떤 유형의 문제들이 나오는지 파악하기 위해 시험보기도 해요. 여러분들은 지금 자격증을 의무적으로 임하겠지만, 그렇게 봐주시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이 자격증 하나가 여러분의 인생을 완전히 바꿀 수도 있거든요. 제 제자가 그랬어요. 전업주부였는데, 이 자격증을 엄청 힘들게 땄었어요. 그러다 지금은 이 자격증 하나로 학원을 차린 원장선생님이 됐어요. 그러니까 여러분들에게도 이 자격증이 인생을 바꿀 수도 있는 기회가 될지도 몰라요.”
 
 
이 말을 들은 순간, 선생님이 멋져보였다. 39살의 나이에 자신의 전공과는 반대인 컴퓨터 전공으로 방향을 바꾸셨다니. 아마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안정적인 직업을 요구하는 나이에 전공과는 다른 시도를 한다는 것은 무모한 도전이나 다름없었을 것이다. 나는 25살에 자격증 배우는 것만 해도 머리가 터질 것같은 느낌인데, 선생님은 39살에 이 공부에 매진하셨다니 그냥 감탄사만 계속 흘러나왔다. 선생님의 말씀에 더 자극받아 수업에 열중하기도 했다. 사실 학원이라고 하면, 그저 학생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바라보는 선생님들이 대다수였던 것 같은데. 이렇게 학생들한테 조언을 해주는 선생님도 계셨다니, 뭔가 놀랍기도 하고, 대단히 감사한 부분도 있었다.
 
어느 덧 수업은 막바지로 다가왔고, 나는 드디어 마지막이 오긴 오는구나하고 내심 좋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수업이 끝난 후, 짐을 싸려던 찰나 선생님께서 마지막으로 할 이야기가 있다며, 그 동안 못다한 이야기들을 풀어놓으셨다.

 
“여러분 오늘 나오시느라 수고 많았어요. 지금까지 열심히 했든, 안 했든 상관없어요. 저는 여러분이 오늘 마지막 수업인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나와 준 것만 해도 이미 의지가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한참 더울 때인 7월에 땀 뻘뻘 흘리며 나와서 수업 듣느라 고생 많았어요. 오늘 하루는 자신을 위해 꼭 맛있는 것을 먹도록 하세요. 왜, 있잖아요. 평소에 비싸서 안 먹는 그런 음식. 그런 음식을 꼭 먹도록 하세요. 오늘은 자신에게 보상을 하는 그런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사람은 왜 항상 지난 것에 반성만 하게 되는지 모르겠어요. 내가 그렇게 잘 못하면서 살아온 것도 아닌데. 그러니까 너무 자책하면서 살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어딜 가나 합격한 자격증만 요구하지, 그 과정은 몰라주는 것 같아요. 이 더운 날에 자격증 따보겠다고 열심히 수업 들으러 오는 것만 해도 정말 대단한 건데. 그렇죠? 저라도 여러분의 노력에 칭찬해줘야지, 누가 칭찬해주겠어요. 여러분, 한 달 동안 진짜 수고 많았어요. 앞으로도 자신한테 칭찬을 많이 해주도록 하세요. 아시겠죠? 꼭 자신이 하고 싶은 것 시도하면서 살도록 하고, 자격증도 합격하면 꼭 소식 들려주도록 하고요. 그럼 잘 가요.”

 
자격증 수업을 들으러 왔는데, 왜 눈물이 나는 걸까. 선생님의 말씀을 듣는 순간 울컥했다. 한 번도 내게 이런 말씀 해주신 분이 없으셨는데. 마치 힐링 받으러 온 기분이었다. 나에게 정말 대견하다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그런 기분이었다. 성실히 하지 못했던 것 같은데 그저 자격증 수업 들으러 와주느라 수고했다니. 눈물났다. 난 이제껏 나 자신한테 칭찬 한 번 해주지 못했었는데. 항상 나는 왜 이렇게 못 하는 걸까하고 반성만 해왔었는데. 선생님의 말씀을 통해 그 동안 나 진짜 열심히 살아왔구나하고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 난 항상 나태하고, 부족하고, 그런 건 줄로만 착각하고 살아왔는데. 이 더운 날에 왜 자격증 수업을 들어야 하나하고 간혹은 가기 싫은 날도 있었는데. 선생님께서 열심히 살아온 인생 이야기에 괜스레 마음이 숙연해졌던 것같다. 그 동안 나는 나 자신에게 너무 관대하지 못했음을 알 수 있었다. 어쩌면, 나는 칭찬에 너무 무뎌져서 살아온 것은 아닐까. 남들의 기준에 맞춰 ‘저 정도는 해야지, 난 아직 너무 부족해.’라고 말이다. 이 젊음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환경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채 너무 스펙에만 매달려 살아왔구나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더위도 어느 새 잠잠해졌다. 되돌아 보니, 새로운 것들에 대한 도전으로 살아온 7월이 후회스럽지가 않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사람들의 인생에 끼어들고. 다른 삶을 배울 수 있는 현재가 너무 좋다. 곧 다가올 8월은 어떻게 보낼까. 어떻게 살든, 그냥 재밌고 알차게 보내자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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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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