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책을 읽었을 뿐인데, 왜 취한 기분이 들지?

리뷰
글 입력 2017.07.25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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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 앉아 책을 보고 있는 와중, 함께 있던 애주가 동료가 관심을 보이기에 책을 건네줬다. 보통 첫 장부터 찬찬히 넘기다가 방대한 양의 텍스트에 질려 신속히 되돌려주는 게 정상인데 그는 달랐다. 가장 앞쪽에 있는 목차를 유심히 보더니 책장을 넘겨 포르투갈의 포르토 와인(p.60)이 나오는 부분을 읽기 시작했다.
 
단 네 장의 분량이었지만 그는 보는 사람의 입을 다물게 할 정도로 집중해서 읽었다. 그러곤 “2년 전 포르토 와인은 아직까지도 잊을 수 없다”는 한마디를 내뱉었다.
 
술을 매우 좋아했던 한 일본인이 애정을 담아 써내려간 글은 이처럼 술에 얽힌, 술을 마시던 공간을 둘러싼 오래된 기억을 끄집어낸다. 놀라운 점은 직접 가보지 않았던 곳도 책을 읽다보면 친근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혐오스러운 냄새를 풍기는 술안주 ‘수르스트뢰밍’(p.41)을 먹은 남자와 표정이 좋지 않은 그의 여자친구가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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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인 음주 공간, '연건당' (4호선 혜화역 부근) 


술 이야기를 듣는 것만큼 재밌는 볼거리는 한 쪽에 적어도 한 개 이상은 존재하는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들이다. 투박해 보이지만 어딘가 세련미가 묻어나는 사진들은 글쓴이의 직업이 사진가라는 점을 상기시켜준다. 니시카와는 무려 두 권이 넘는 사진첩을 세상에 내놓고 거기서 얻은 수익으로 술을 마시러 떠난, 그야말로 엄청난 양반이다.
 
책을 받아보기 전엔 작가가 수많은 나라들을 어떤 식으로 연결시키며 거기에 술 얘기를 풀어나갈지 의문이 들었다. 정확히 말하면 글이 ‘길고 지루’할 것 같았다. 하지만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단편소설을 읽듯 짧고 간결한 호흡을 선보이는 이 책은 조금 읽다가 멈출 수 있음에도 시간을 쪼개서라도 계속 읽게 하는 힘을 지녔다.
 
아... 더운 날씨 탓인지도 모르겠다. 지금 이 순간만큼 시원한 물속에 담겨있던 막걸리 한 잔이 그리운 적이 없었다.
 
막걸리를 어디 뒀더라... (끝)


[이형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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