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공허한 대화, 그 부재감 ‘붉은 매미’

글 입력 2017.07.14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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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죽죽_붉은 매미 포스터.jpg
 

극을 보는 내내 불편했다. 극을 보고 있음에도 보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분명히 ‘텍스트를 강화한 언어 중심의 극’으로 알고 갔는데, 그래서 소품이나 동선을 최소화하여 인물들의 대사로만 극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알겠는데, 그 대사를 듣고 있는데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같이 극을 보러간 오빠도 “이건 뭘까?” “무슨 상황일까?”라고 속삭였었다. 극을 보는 내내, 그리고 극을 본 이후 나의 이 불편함이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끊임없이 생각을 해보았다. 답은, 역설적이게도, 대화였다.

그들의 대화에는 소위 ‘알맹이’가 없었다. 그들 모두 ‘언어’를 기반으로 – 심지어 각기 다른 언어를 사용한 것도 아니다. 모두 ‘한국어’를 통해서 이야기를 한다 – 대화를 해나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 각자 공허하게 메아리를 외치고 있을 뿐이었다. 마치 매미처럼. 서로는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각자의 주장만 나갈 뿐이다. 서로를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도 없다. 그들은 상호 소통을 하기 위해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를, 생각을 관철하기 위해 말을 할 뿐이다. 참으로 역설적이다. 사람 사이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언어’, 그리고 ‘대화’가 오히려 대화를 단절하고 부재감을 키우는데에 이용되다니.

 


 
극은 총 4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었다. 회사 내의 갈등을 다루는 1장, 아파트 단지의 갈등을 다루는 2장, 남매의 갈등을 다루는 3장, 그리고 부부의 갈등을 다루는 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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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퇴근한 시간에 촬영을 하기로 되어있는 포토그래퍼와, 그 촬영에 지각한 젊은 여자의 이야기로 극은 시작한다. 모두가 퇴근한 늦은 시각에 촬영을 해야 해서 기분이 나쁜 포토그래퍼에게, 젊은 여자는 “어쩔 수 없었어요”라고 말을 할 뿐이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가 짜증난 이유를 말한다. 물론, 대화는 아니다. 서로 외치기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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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꺼졌다 켜지며 시작한 2장에서는 두 남성이 등장한다. 딸을 마중 나간 남성은 고급 아파트 단지를 가로질러 가려다 고급 아파트 단지의 남성에게 제지를 당한다. “그냥 길만 지나갈 뿐인데 무엇이 문제냐”하는 남성과, “다른 길이 있으니 거기로 가고 이 곳은 아파트 단지 주민들의 소유이니 지나갈 수 없다”라고 주장하는 남성. 서로의 말이 타당하고 타협의 여지가 있을 법도 한데 오히려 그들은 점점더 과격하게, 언성을 높여가며 싸울 뿐이다. 이 갈등은, 다쳐서 피를 흘리며 딸(1장의 젊은 여성)이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고급 아파트 단지의 남성은 지나가던 중년 여성에게 도움을 청하려 하지만, “꺼지라”며 자신의 딸에게서 멀어지라고 요구하는 아버지. 역시나 이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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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에서는, 한 남자가 홀로 등장한다. 말을 하는 것으로 보아, 1장과 2장에 나타났던 젊은 여자의 동생인 것 같았다. 남자는 ‘누나가 이상하다’며 가족에게 의지하지 않고, 부유한 낯선 여자를 따라 집을 나간다고 한다. 낯선 여자가 준 귀걸이와 목걸이를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고, 그런 누나는 허영에 가득 차보일 뿐이다. 변해 버린 것만 같은 누나의 모습을 보며 동생은 눈이 붉어질 정도로 독백을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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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4장, 1~3장에 직 간접적으로 등장했던 젊은 여자와, 그녀가 쫓아간 부유한 낯선 중년의 자, 그리고 중년 여성의 남편이 등장한다. 4장의 갈등은, 아이를 원하는 남편과 아이를 원하지 않는 아내의 입장 차이에서 촉발된다. 아이를 낳을 거면 다른 여자에게서 낳으라고 하는 여자와, 끊임 없이 아이를 낳고 싶다고 주장하는 남자. 이 부부가 언성을 높여가며 언쟁하는 동안 옆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고 있던 젊은 여자는 화장실로 가서 낙태를 한다. 아이를 버리고 피를 철철 흘리는 모습으로 여자가 다시 등장하며, 극은 막을 내린다.



가정과 사회에서의 부재감 


젊은 여자를 중심으로 구성되는 네 개의 에피소드는, 우리 사회에서 빈번하게 나타나는 가정과 사회에서의 소통의 부재와 단절을 나타내는 듯 하다. 젊은 여자는 임신을 했고, 이 극에서 젊은 여자가 임신 했다는 사실을 아는 유일한 사람은, 1장에 나타났던 포토그래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포토그래퍼가 그녀의 비밀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해서 그들은 세상에 둘 도 없는 친밀한 사이는 아니다. 그들의 말마따나 “회사 동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기 때문.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같이 붙어 지낼 사이가 많은 것이고, 그렇게 물리적으로 가까이 할 뿐 정신적으로 가까운 사이는 아닌 것이다. 그런 그녀는 가부장적인 자신의 아버지에게도 당연히 임신 사실을 털어놓지 않는다. 자신이 아프던 말던 신경도 쓰지 않고, 언쟁하던 사내와 말다툼의 끝을 맺기만을 바라보는 아버지에게 임신 사실을 털어 놓은 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 싶었다. 3장에서 남동생의 독백은, 그런 가정의 소통의 부재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듯 했다. 남동생의 입장에서는 낯선 여자를 따라가는 누나가 허영 가득한 모습으로 보이겠지만, 그는 오로지 그의 시선일 뿐이다. 누나가 임신을 했는지 안했는지 모른다. 그녀가 어떤 마음으로 중년 여성을 따라가는지조차 모른다. 피를 나눈 가족 보다도 자신을 도와주는 타인이 더 편안한 존재일 수도 있는 것인데, 그는 오로지 그의 시선에서 누나에 대한 불만을 쏟아낸다. 그리고 그런 그녀는 아이를 화장실에 유기하기에 이른다.
 
꽤나 충격적인 결말이었으나,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왜 아이를 버려야만 했을까? 개인적으로는 가정과 사회에서의 부재감에 고통 받는 그녀의 극단적인 선택이었다고 본다. 어쩌면 일상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그 뿐인 사회의 직장 동료들. 그리고 같은 지붕 아래 살지만 그 뿐인, 정서적 교류와 교감이 없는 ‘피만 나눈 사이’의 가족들. 그런 정서적 교감과 소통의 부재의 상황에서 아이를 낳은 들 무슨 소용이 있었을까.
 
꽤나 비현실적인 극이었으나 돌아보니 은근히 현실적인 그런 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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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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