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죽은 영혼을 달래는 위로의 곡과 신에게 돌리는 찬미의 곡 [공연]

글 입력 2017.06.25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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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오라토리오는 1991년에 시작하여 현재 총 400여회의 국내, 해외 연주회 개최, 국제 학술세미나 개최, 세계 90개국 음악인들과 글로벌 네트워크 형성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합창단과 오케스트라로 구성된 교회음악연주단체이다. 이번에 2017년을 맞이하여 서울오라토리오에서는 서초구에 위치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제67회 정기연주회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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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오라토리오 사진)



W.A.Mozart REQUIEM


: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레퀴엠]은 음악사상 가장 숭고하고 비극적인 진혼곡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기독교 신앙을 밑바탕으로 보편적인 인간적 감동을 표현하려 했다. 특히, 이 작품은 레퀴엠을 예배용 음악에서 예술 감상용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는 평을 받는다. 당시 쉴 새 없는 작곡으로 인해 쇠약해진 모차르트는 결국 병으로 눕게 되었고 죽기 전까지도 이 곡을 작곡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레퀴엠은 모차르트의 마지막 작품이면서 미완성 작품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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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차르트가 죽기 전까지 함께 있었던 그의 제자 쥐스마이어가 나머지를 작곡하여 지금의 레퀴엠 형태로 남게 되었지만, 생전에 모차르트가 해놓은 스케치나 레퀴엠 작곡을 위해 연주하던 것을 기억하여 작곡에 이용했으리라는 추측이 있다. 특히, 마지막 곡인 Communio는 곡의 첫 부분인 Introitus와 Kyrie의 선율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를 모차르트가 제자들에게 지시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서울오라토리오 설명)


  “모차르트” 우리에게 너무도 잘 알려진 이름이다. 나는 중학교 시절 모차르트의 일생을 다룬 영화도 본 적이 있고, 수행평가로 모차르트 뮤지컬을 세종문화회관에서 감상한 적도 있다. 다른 작곡가들에 비해 모차르트가 자신의 천재성을 우월감으로 이용했다고 생각했던 나는 그의 일생을 들여다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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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모차르트'의 한 장면)


  자신의 천재적인 재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던 사회, 높은 사람이 원하는 곡을 작곡해야만 명성을 얻을 수 있었던 구조, 억압적인 가정환경 속에서 모차르트가 겪어야 했을 정신적 고통은 어마어마했을 것이다. 내가 봤던 모차르트 영화에는 그가 레퀴엠을 마저 작곡하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하며 끝이 난다. 만약 그가 생전 살아있더라면 이 곡은 다른 방향으로 끝이 났을까? 레퀴엠을 듣는 내내 마지막에 집중하며 듣게 되었다.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이름만 들어보았지 풀 오케스트라가 콘서트홀에서 재현하는 것을 직접 두 눈으로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으니 말이다. 살아오면서 보게 된 모차르트의 일생, 레퀴엠을 듣는 내내 기억이 상기되며 더욱 그가 좋아지는 시간이었다.



A.Bruckner TE DEUM


: 안톤 브루크너 [테 데움]은 브루크너의 가장 잘 알려진 교회 음악으로 네 명의 독창자와 8성부의 합창, 대규모 오케스트라를 위해 쓰여 졌다. 곡은 크게 세부분으로 나뉘며, 그것을 다시 다섯 부분으로 나눈다. 브루크너는 스스로 이 곡을 두고 ‘내 일생의 자부심’이라는 말을 남겼다. 그의 심오한 신앙은 자품의 초안이 끝난 뒤 8일 뒤에 헤어만 레비에게 보낸 편지에서 엿볼 수 있는데 ‘테 데음은 그토록 많았던 빈에서의 고통 가운데서 나를 안전한 길로 인도하신 신께 대한 무한한 감사의 표현’이라고 밝혔다. 악보의 앞머리에는 ‘O.A.M.G(모든 것을 창조주의 더 큰 영광을 위하여)’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임종 무렵 그는 자신의 9번 교향곡의 4악장을 완성하지 못하고 죽을 것 같은 예감이 들자, 이 테 데움으로 4악장을 대신해도 좋다는 유언을 남겼다. 광휘에 차고 장엄한 테 데움은 신실하고 겸허한 인간이 전능한 신과 위대한 신비적 교의에 대한 헌신을 표현한 작품이다. (서울오라토리오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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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들었을 때의 느낌은, 모차르트의 레퀴엠보다 웅장한 스케일에 몸 전체가 압도당하는 기분이었다. 레퀴엠이 죽은 영혼을 달래며 위로하는 곡이라면, 정말 테 데움은 신께 영광을 돌리려는, 신에게 드리는 그 기쁨을 온 악기와 목소리 다하여 표현하는 듯 하다. 그 찬미의 멜로디에 아무 말 하지 못하고 나 자신이 신에게 돌아가지 못했던 기억을 더듬으며, 함께 기쁨의 노래를 부르고 싶어지는 그런 곡.  사실 앞선 곡에 비해 작곡가의 이름도 알지 못하였고, 테 데움보다는 레퀴엠에 더 기대하며 공연장에 들어섰지만, 테 데움의 멜로디는 내 마음에 박혔다. 졸음을 달아내는 소프라노의 목소리와, 내가 좋아하는 테너와 베이스의 낮은 울림. (사실은 레퀴엠보다 테 데움이 역동적이고 웅장해서 내 마음에 더 들어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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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정통 클래식의 진수를 볼 수 있었던 좋은 공연이었다. 앞으로도 서울오라토리오에서 계속 할 정기연주회에 다른 사람들도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문화리뷰단_ 박이슬


[박이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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