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눈앞에 펼쳐진 이상하고 아름다운 광경 [공연]

글 입력 2017.06.19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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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성악 공연을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스토리가 분명하고 무대가 화려한 뮤지컬, 오페라는 볼거리가 많아 좋아하지만,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로 성악가가 가만히 서서 노래 부르는 그런 공연 말이다. 얼티밋 카운터테너 공연을 보기 위해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 들어가 의자에 앉는 순간까지 말 그대로 ‘꿀잠’을 자면 어떡하지 라는 두려움이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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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CNN이 '최고의 앙상블'이라고 극찬한 현악오케스트라, 세종솔로이스트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작은 세종솔로이스츠의 멤버구성에 놀랐다. 작년 이맘때에 B석까지 매진된 클래식공연을 볼 기회가 있어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을 찾아왔었는데(정말 거대한 공연이었는지 들어가는 입구 근처에 외국인들이 정말 많았고 공연이 끝나자마자 관객의 기립박수와 브라보 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공연이었다.), 당시에는 콘서트홀의 무대를 오케스트라가 전부 메우고 있었고 뒤로는 합창단이 줄을 맞춰 들어오는 멋있는 광경이 펼쳐졌었다. 그때의 기억을 갖고 무대를 보니 비어있는 공간이 어딘가 허전해보였다. 하지만 악기의 소리는 인원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대형 오케스트라에 비해 적은 인원의 현악오케스트라인 만큼 한 악기 악기마다의 개성있는 소리들이 더욱 잘 들렸고, 모든 현악기들이 하나되어 만들어내는 음색이 너무 아름다웠다.

  피아노 옆에는 커다랗고 이상하게 생긴 악기가 하나 있었는데, 테오르보라는 바로크시대에 사용된 류트족 악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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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운터테너: 데이빗 대니얼스 & 크리스토프 뒤모

  카운터테너에 대한 사전지식 없이 공연장에 들어간 사람은 깜짝 놀랄 것이다. 첫 순서로 데이빗 대니얼스의 목소리를 들은 순간, 카운터테너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나도 너무 놀라웠다. 눈을 살포시 감고 들으면 영락없는 여자 성악가의 목소리다. 눈을 뜨고 내 눈앞에 있는 사람을 보면 남자임이 분명하다.

  순간 '남자목소리가 이렇게 아름답게 올라가도 되는거야...?'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과거에는, 옛날 옛적에는 여성에게 무대의 기회가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거세의 방법으로 여성의 음역대를 내는 남성 성악가를 배출했다고 한다. 카운터테너의 목소리는 눈을 감고 들을때 진가를 발휘하는 것 같다. 신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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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LTIMATE COUNTERTENORS with Sejong Soloists

  우선 공연 프로그램 순서에 대해서 칭찬하고 싶다. 세종솔로이스츠의 소리로만 채운 곡, 데이빗 대니얼스와 함께하는 곡, 크리스토프 뒤모와 함께하는 곡, 데이빗 대니얼스와 크리스토프 뒤모의 듀엣 등 다양한 인원 구성이 지루할 틈 없이 바뀌기 때문에 눈을 감고 카운터테너의 목소리를 감상해도 전혀 졸음이 쏟아지지 않는다. 또한, 나는 Xiao-Dong Wang과 Suliman Tekalli의 비발디의 오페라곡 <바야제트> 듀엣 연주가 사랑에 빠질 정도로 좋았다. 경쾌한 클래식을 좋아하는 나에겐 공연장을 나온 뒤 그 무대밖에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였다. 다만 이번 공연에서 아쉬웠던 점은, 크리스토프 뒤모와 데이빗 대니얼스의 듀엣 곡이 1곡 뿐이었다는 것이다. 각자 독무대보다 듀엣으로 호흡을 맞춰 내는 하모니가 그들의 개성이 더하기가 아닌 곱하기가 되어 들렸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더 보여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이 글을 적는 지금도 남아있다.



 
공연이 끝난 지금도, 나의 기억 속에서 이상하고도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있는 순간. 세종솔로이스츠와 카운터테너의 만남은 다음을 기약하고 싶을 정도로 찬란한 시간이었다.



문화리뷰단_ 박이슬


[박이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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