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마음에 쉼터가 필요할 때 [문학]

이병률의 여행산문집를 읽고
글 입력 2017.06.09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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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게 된 것은 2013년, 고3때의 일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함과 진로에 대한 걱정 등으로 스트래스가 극에 달한 시기이다. 기분전환 겸 들린 서점에서 발견한 이 책은 사실 민트색이 돋보이는 표지가 마음에 들어 구매하게 됐다. 여행산문집이라 해서 머리도 좀 식힐겸 책을 통해서라도 여행의 여유를 느끼기에 좋을 것 같아 구매한 것이었는데, 사실 누군가의 여행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책이라기 보단 정말 작가가 여행하는 동안 수첩에다 매 순간 느낀 것들을 끄적어 놓은 글이나 순간순간의 느낌 등을 담아놓은 책에 가까웠다. 작가의 여행이야기를 기대했던 나는 작가의 이야기와 시들이 개연성 없이 담긴 이 책이 낮설게 느껴졌다. 그래서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가장 기억에 남은 책을 뽑으라면 그 중에 하나인 책이 바로 이것이다. 그 이유는 이 책의 단 한 페이지 때문이다.

책의 19#인 <언젠가는 그 길에서>라는 시는 이 책의 내용이 무엇인지 가물가물함에도 불구하고 내게 가장 선명하게 남아 지금까지도 내게 위로와 위안이 되는 시이기도 하다. 그 내용을 서술하자면,


언젠가는 그 길에서

갔던 길을 다시 가고 싶을 때가 있지.
누가봐도 그 길은 영 아닌데
다시 가보고 싶은 길.

그 길에서 나는 나를 조금 잃었고
그 길에서 헤맸고 추웠는데,
긴 한숨 뒤, 얼마 뒤에 결국
그 길을 다시 가고 있는 거지.

아예 길이 아닌 길을 가야 할 때도 있어.
지름길 같아 보이긴 하지만 가시덤불로 빽빽한 길이었고
오히려 돌고 돌아 가야 하는 정반대의 길이었는데
그 길 밖엔, 다른 길은 길이 아닌 길.


이 와 같이 매우 짧은 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시를 읽고 펑펑 울었던 것이 떠오른다. 학생때와는 또 다른 성인이라는 새로운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던 나에게 지금 내가 과연 잘 하고 있는 것인지, 혹여 나중에 후회할 선택을 하고있는지 등 실패레 대한 불안감이 매우 컸다. 게다가 오랫동안 준비해오던 것이 잘 풀리지 않아 큰 실패와 패배감에 휩싸였던 시기라 그 불안감은 배가 되었던 것 같다. 그런 상황 속에서 이 시는 너무 나를 잘 대변하고 있었다. 흔히 대부분이 선택하는 길을 갈 것인지, 스스로도 확신이 없지만 다시 꿈꾸던 길로 도전할 것인지. 시 처럼 그 꿈을 위했던 시간이 내겐 힘들었던 시간이기도 했고 이미 실패를 맛보았기 때문에 자신감 하락으로 그 꿈을 포기못하는 내 자신을 원망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 시의 마지막 말 처럼 나에겐 '그 길 밖엔, 다른 길은 길이 아닌 길'이었던 것이다. 이 글귀는 지친 나에게 위로와 용기가 되었다. 혹여 선택한 길이 틀린 길이었으며, 다시 출발점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하더라도 그 순간 나에겐 그 길만이 존재했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그 순간으로 천번을 돌아간다하더라도 나는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며, 나에겐 다른 선택권이 없었음을 인정하고 나니 용기가 생긴 것이다. 실패하더라도 후회 안할 용기말이다.

이미 사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다시 이 책을 떠올리게 된 것은 지금 나에게 이러한 용기가 필요해서 이다. 대학교 4학년을 앞두고 휴학을 한 시점에서 여러가지 경험을 쌓을 것이라고 다짐했던 당시와 달리 지금 나는 이런저런 상황에 매여 과연 내가 잘 하고 있는 것인지 고민하고 미래에 대한 걱정 역시 커지고 있다.  오히려 수많은 걱정들이 내 발을 묶고있는 상태인 것이다. 즉, 용기가 필요한 나에게 다시 이 시를 마음에 새도록 하면서 또 나처럼 용기와 위로가 필요한 이들에게 이 시를 선물하고 싶다.


[김휘소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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