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월간 독서경영' - 특별호

글 입력 2017.06.03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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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식은 어린 시절부터 이어져온 지독한 습관 중 하나였다. 건강에 좋다고 엄마가 그렇게 권하던 음식은 맛이 없다며 일절 손대지 않았고, 늘 몸에는 쓰고 입에는 단 것들만 골라 먹곤 했다. 좋아하는 것만 끊임없이 손대는 얌체 같은 식성은 시간이 지나도 그칠 줄을 몰랐고, 그리고 더욱 얌체같게도 글을 읽는 데까지도 범위를 넓히고 있었다. 올해 목표 중 하나가 ‘꾸준하게’ 책 읽기였고, 주위에서 늘 말하던 것이 ‘독서의 중요성’이였던 만큼 나는 그 두 가지를 실천하기 위해 좋아하는 분야의 글만 읽어나갔고, 그러다보니 책을 읽으면서 남았던 것이 불편한 의무감과 같은 것들이었다.
 
그리고 이런 나와 달리, <월간 독서경영>에는 온전한 자의에 의해 책을 읽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했다. 사원들의 복지를 위한 방법으로 독서를 실천하고 있는 회사, <태백산맥>과 <아리랑>의 작가 조정래와의 인터뷰, 한 권의 책을 통해 자아를 완전히 변화시킨 군인의 이야기, 그리고 처음 듣고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던 ‘독서’와 ‘경영’이라는 약간은 이질적인 단어가 만들어내는 시너지 효과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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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던 것이 오랫동안 한 분야를 사랑해온 장인의 느낌이 드는 소설가 조정래의 근엄한 사진이었다. 마찬가지로 잡지를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도 그와의 인터뷰였는데, 읽기를 게을리하는 독자를 비롯하여 현실도피를 하며 쓰기를 미루는 작가들에 대한 촌철살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글’에 담긴 그의 진정한 애정 같은 것이 쉽게 느껴졌다. 특히 조정래 작가는 책을 등한시하는 우리나라의 교육제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는데, 문학을 읽으면서 속에 담긴 의미를 생각해보게 하는 것이 아니라 글에 담긴 단어 하나에 하나씩 의미를 세고 무조건 외우기에 급급했던 지난 고등학생 시절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덧붙여, 하루의 시작과 끝을 스마트폰과 함께하는 부끄러운 내 모습도 함께.


 
책은 어떻게 읽어야 할까?


또 하나, 개인적으로 책을 읽으면서 한편으로 내내 고민됐던 점이 ‘책 읽는 방식’에 관한 것이었다. 이미 모든 것이 매뉴얼처럼 정형화 되어가고 있는 세상 속에서 생각의 폭을 넓힌다는 독서에 대해서도 정해진 방식을 생각하는 것이 모순적이긴 했지만, 어쨌든 나는 그랬다. 간접 경험을 통해 생각의 폭을 넓히고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알게 해주는 것이 독서인데, 내가 읽은 책들이 결론적으로 내게 자양분이 되어줄 수 있는 것인지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내게 하나의 실마리와 같았던 역할이 되었던 부분이 바로 권민창 중사와 사이토 다카시의 독서법이었다.

부모님의 뜻에 따라 군인이 되기로 결심했지만 별다른 목표의식 없었던 권민창 중사는 친구가 추천해준 한 권의 책을 읽고 본격적으로 독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그는 독서를 생활화하고 재미있게 느끼기 위해 ‘Carry-on’이라는 자신만의 독서법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사이토 다카시는 책에서 중요한 내용이나 인상 깊은 구절은 3가지 색깔로 표시하며 읽을 것을 이야기하는데, 이들의 독서법을 통해 ‘여타의 것들과 달리, 아끼는 책일수록 좀 더 지저분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책을 읽을 때 표시를 하고 읽으면 ‘나만의 책’이 된다는 사이토 다카시의 말도 좋았지만, 약간은 세속적(?)이었던 권민창 중사의 조언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지금 제가 목표하는, 그리고 지향하는 바와는 거리가 있지만 당시 그 책은 이십 몇 년간 제가 갖고 있던 가치관을 순식간에 바꾸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전 이렇게 생각했죠. ‘2만원도 안 되는 돈으로 3시간을 투자해서 몇 십년간 갖고 있던 가치관이 바뀔 수만 있다면 이건 내 인생에서 남는 장사겠다’라고.”
 
이처럼 이 잡지는 ‘책’이라는 큰 주제로 각자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양하게 이야기해주고 있다. 특히 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막연히 읽으라고만 대화를 건네는 것이 아니라, 잡지의 제목처럼 조직의 발전을 위해 독서가 어떤 식으로 활용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부분에 있어서는 굉장히 실용적이고 현실적이었다. 진심으로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 속에서 새어나오는 지식과 교양 같은 것들이 나에게는 또 다른 새로움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포장을 갓 뜯어낸 책의 페이지를 넘길 때 나는 냄새처럼, 서점에서 모든 책을 펼치고 읽어볼 때 느끼는 행복감처럼. <월간 독서경영>은 책에 대한 애정과 욕구를 끊임없이 생기게 만드는 잡지가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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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예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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