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어른들에게 더 필요한 동화
- 몽당이와 채송이 그리고 통아저씨 -

참 오랜만에 동화책을 펴봤다.
집에는 이제 동화책을 읽을만한 또래가 없어서
책을 신청하고 조카에게 선물해야겠다고 생각했던 책이었는데
읽다보니 짧은 내용인데도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위로가 될만한 책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 나오는 몽당연필과
채송화 그리고 옥수수통 아저씨는
다 각각 마음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다.
다들 주인에게 사랑받고, 주인에게 쓸모있기 때문에
자신이 가치있다고 생각했지만
한 순간에 버려져 쓰레기장으로 모이게 된 것이다.
스스로가 가치있다고 생각했지만 버려졌을 때 느끼는 무력함과
쓸모없어졌다는 느낌이 비단 동화속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나는 안다.
내가 대학교 3학년 때, 증권회사에서
3개월 간 인턴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왔었다.
그 당시에 팀의 막내로서, 작은 일부터
굵직한 프로젝트 보조역할까지 경험해볼 수 있었는데
그렇게 3개월을 보내고 다시 휴학생으로 돌아왔을 때
엄청난 상실감과 허탈함을 겪었다.
남들은 다 그대로인데
나 혼자만 덩그러니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느낌
이젠 내 역할이 없어서 쓸모없어진 느낌이
스스로를 우울하게 만들어버린 것 같았다.
고작 3개월 일한 내가 이정도인데
10년~25년을 회사에서 보냈던 어른들은 어떨까
아마도 지구에서 방출된 느낌이 들지도 모른다.
"왜 쓸모없는 신세에요? 아저씨는 아주 소중한 분이에요."
"나는 오랫동안 이곳에 희망의 소식을 전하고 있었어."
하지만 이 동화에서
내가 가장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바람'은
몽당연필, 채송화, 옥수수통을 자신이 쓸모없는
존재라고 생각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몽당연필에겐 아직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고,
채송화에겐 바람으로 향긋한 향기를
다른 이들이 맡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옥수수통에겐 바람소리로 하모니카 소리를 내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이들을 통해 다른 이들에게도 희망을 전해주게 한다.
어쩌면 우린 이렇게 바람 같은 존재들 때문에
한 번 더 일어나게 될지도 모르는데
그리고 어쩌면 우리 스스로가 바람이 될 수도 있는데
너무 빨리 포기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어요."
"우리는 모두 아름답고 행복할 수 있어요."
책을 읽고 나서 나는 우리 한국사회의 청년들 생각이 났다.
어릴 때부터 시키는 대로 열심히 공부하는데
왜 공부하는 지 이유를 모른다.
그냥 공부를 해야 내가 가치있는 사람이라고 느껴지니까
그래서 대학교를 가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가치없고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몽당연필, 채송화, 옥수수통 모두
주인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쓸모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왜 우리는 내가 아닌 남을 만족시켜야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정작 몽당연필, 채송화, 옥수수통은 다른 것을 잘했을 수도 있고,
아마 스스로를 만족시키면서 더 행복하게 살았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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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책인데 너무 깊게 생각을 했나 싶지만,
아이들에겐 이 세상에 쓸모없는 존재란 없으니
스스로를 위해 행복해지라고 말해주고 싶고,
어륻들에겐 버려졌다 해서 쓸모없는게 아니라
스스로를 사랑하면 나의 다른 장점이 보일 수 있다고 말해주는 책같다.
오랜만에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낀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