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꿈꾸는 것도 좋지만 언젠가는 깨어나야 해 [문화 전반]

영화 몽상가들 리뷰
글 입력 2017.06.02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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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가들 The Dreamers (2003)
 
 
지인의 추천으로 처음 보게 된 영화 <몽상가들>.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하리라.’라는
성경의 한 구절이 떠오르는 아주 임팩트 있는 영화였다.
 


영원할 것 같았던 청춘의 열기, 사랑, 그리고 꿈…
아름다운 시절에 바치는 거장의 러브레터

자유를 외치는 젊은이들의 뜨거운 열기로 가득한 1968년 파리, 영화광인 미국인 유학생 매튜는 시네마 테크에서 쌍둥이남매 이사벨과 테오를 만나 가까워진다. 부모가 휴가를 떠난 이사벨과 테오의 집에서 한 달 간 지내게된 매튜는 영화와 음악, 책, 혁명 등의 이야기를 자유롭게나누며 특별한 추억을 쌓는다. 자연스레 이사벨에게 사랑을 느끼는 매튜,하지만 이사벨은 테오와 떨어지려 하지 않고 세 사람의 특별한 관계는 계속되는데…
 
( 출처 : 네이버 영화 )



배경은 프랑스. 지극히도 자유롭고 아름다운 땅이다. 영화는 미국인 유학생 매튜가 프랑스인 쌍둥이 남매 이사벨과 테오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영화를 사랑하는 세 청년은 조금 대화를 나누더니 이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친해지게 된다. 이 영화의 초반부를 보면서 조금 놀랐던 부분 중에 하나가 바로 쌍둥이 남매의 친화력이었다. ‘저런 것이 파리지앵의 여유로움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들은 어떻게 보면 이방인인 매튜를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자신들의 가족처럼 대한다. 처음 쌍둥이의 집에 방문하여 그들의 부모님들과 대화를 나누던 매튜는, 다소 민감한 주제로 과격하게 대화하는 그들을 보고 조금 당황하지만, 이내 자신만의 엉뚱한 철학으로 그 분위기를 누그러뜨린다. 그렇게 쌍둥이의 부모님한테 까지 ‘흥미로운 녀석’으로 찍힌 매튜는 이사벨 그리고 테오와 진정한 삼총사를 이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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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좋은 타이밍으로, 두 남매와 매튜가 친해지자 마자 쌍둥이의 부모님이 긴 시간 여행을 떠나게 되고, 낡은 호텔방에서 머물던 매튜는 쌍둥이의 초대로 그들의 집에서 같이 지내게 된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궁전같은 집. 그 멋진 집은 쌍둥이의 부모가 집을 비우자 마자 엉망진창이 된다. 제멋대로 뒹굴며 자유를 만끽하는 그들. 그러나 그 모습을 스크린 넘어서 보고있던 나는 무언가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어쩌면 이방인 매튜가 느끼는 어색함 보다 더 그 모든 상황을 진지하고 흥미롭게 지켜보면서도 약간은 어색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지금껏 저런 자유는 맛본 적이 없었으니까 말이다.
 
어느 날, 매튜는 자기가 자던 방에서 나와, 화장실에 갔다 돌아가는 도중 우연히 방문이 살짝 열린 틈을 타 그 안을 엿보게 된다. 방 안에는 침대가 있었고, 그 침대 위에는 옷을 다 벗은 채 누워서자고 있는 두 남매가 있었다. 매튜가 놀란 만큼 나도 굉장히 놀랐다.그 순간 별 생각을 다했다. ‘두 사람의 정체는 대체 뭐지, 알고 보니 매튜를 노리는 인신매매 집단 아니야?’ 씬이 몇 차례 넘어가는 동안에도 나는 동양스러운 보수적인 발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아마 보수적인 나에게는 조금 빠른 전개 였을지도 모른다. 완전히 매튜의 입장에 감정을 이입해서 두 사람을 신기한 존재로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 신기해’라는 흥미로운 감정과 ‘그래도 저건 좀..’이라고 느끼는 나의 모순적인 두 감정들이 마구 뒤섞인 상태였다. 영화 속에 깔리는 OST마저 나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고조시키기에 충분했다. 무언가 조금 나른하면서도 아슬아슬 위험한 분위기의 꿈 속을 걷는 것같은 노래들이 심리적으로 이 영화에 더 잘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줬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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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됐든 쿨한 이 청년들은 빠른 속도로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그들은 영화를 사랑한다는 공통점을 가졌기 때문에 더욱 더 깊게 얽힐 수 있었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부러웠던 것은 바로 그들의 유대감이었다. 언제 깨질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유대감이기에 더욱 더 스릴 넘치고 부러운 그들의 유대감. 한 명이 갑자기 영화 속 한 장면을 묘사하기 시작하면 나머지 두 명은 그 영화 장면을 재빠르게 캐치해내고 뒤에 이어지는 대사를 맞춰준다. 마치한 편의 단편 연극처럼 이어지는 그들만의 놀이가 너무나도 부러웠고, 뭔가 영혼까지 맺어져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겁이 많은 외국인인 매튜를 어르고 달래서 결국 셋이 함께 루브르 박물관을 달리는 그 모습까지, 어쩌면 조금 철없어 보일지 모르겠지만 그들의 자유로움과 천진난만함에 나는 반해버렸던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 또한 그런 꿈같은 친구들을 만나서 이 지긋지긋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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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종 아빠에게 ‘너는 피터팬 증후군이니?’라는 말을 듣곤 한다. 친구들은 노스탤지어라는 단어를 보며 나를 떠올리곤 한다. 이제 20대 중반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난 아이돌이 좋다. 옛날에 즐겨봤던 만화를 자주 꺼내 본다. 2000년대 초반의 감성이 그립다. 아니 조금 더 오버해서 내가 태어나기 훨씬 이전의 시대가 '그립다'라는 감정이 들 때가 있다.누구보다 자신이 새로운 것을 잘 받아들이고 열려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지만 결국 나는 내가 향유하고 있던 과거의 것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사회는 변하고 기술은 점점 더 발전하지만 나는 여전히 아날로그적인게 좋고, 조금은 유치하고 장난스러운 사이가 좋고, 진지하고 무서운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보다는 ‘그땐 그랬지~’라며 추억을 회상하는 가벼운 이야기나 우스운 가십 거리나, 영화나 드라마의 이야기가 더 재미있다. 그러나 나의 현실 시계는 누구보다 빠르게 흐르고 있으며, 아직도 중학교 시절 교복을 꺼내서 입어보는 나는 어느덧 현실을 부정할 수 없는 현실 속에 사는 대한민국의 23살이 되었다. 언제나 현실의 일은 떠올리고 싶어하지 않는 내가 이 영화를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던 것은 영화 속 이사벨과 테오의 모습이 내가 부정하는 나의 모습과 닮아 있어서 그랬던 것일지도 모른다. 영화의 엔딩 씬에서 매튜가 그들로부터 뒤돌아 서서 걷는 모습이 비춰질 때, 마치 황급히 꿈에서 깬 듯한 기분이 들었던 이유는, 영화를 보는 동안 나도 모르게 이사벨과 태오와 하나가 되어 꿈 속을 걷다가 현실로 돌아왔음을 인식해서 그랬던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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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이룰수 없는 꿈일 수록 더욱 더 달콤하다. 나는 언제나 이상을 바라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다. 어찌 보면 현실에 꽤 잘 순응하면서, 남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나만의 터무니없는 무언가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현실적으로는 남들처럼 회사에 들어가서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지만, 나의 마음 속 한 켠에 살고 있는 작디 작은 꿈은 언젠가 노년 시기에 프랑스에서 작은 한인 민박집을 해보는것이다. 가끔 망상에 가까운 몽상을 하는 것을 즐긴다. 나만의 세계가 확고하며 어떤 다른 것이 내 영역을 침범하려 하는 것과 내가 추구하는 것이 틀렸다며 지적 당했던 것이 불편했던 적이 분명히 있었다. 이것은 정말 부정할 수 없이 이사벨과 태오와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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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매튜의 입장에서 나를 바라본 적도 적지 않다. ‘너 지금 뭐하고 있는거야’라는 말들로 자신을 채찍질 하며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에, 혹은 지독하게도 철학적인 일들에 관심을 가지는 나 또한 내 속에 분명히 존재한다. 자신을 좀 더 어른이 되도록 타이르고 현실과 타협하게끔 만드는 나는, 정말 나도 모르게 서서히 만들어졌다. 그렇게 내 안에 언젠가부터 존재하게 되었다. 어른스럽지 못하게 행동하는 친구들을 보며 ‘정말 애같이 구네’라고 속으로 비웃는 나도 분명 존재한다. 어찌 보면 모순적일 수도 있지만 가끔은 그런 나도 튀어나온다. 좀 더 단정하고 모두에게 존경받는 어른이 되고 싶고, 꿈 따위야 어찌됐건 한 명의 어른으로써 제대로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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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결국 몽상가라던가 현실주의자 라던가는 결코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모두 우리의 마음 속에 두 명 혹은 세 명 아니어쩌면 그 이상의 ‘나’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는 굉장히 광범위 하고 많지만, 나는이 부분에 초점을 두고 봐서 그런가, 내 안의 나를 성찰하고 ‘몽상가로서의 나’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나는 지금도 꿈을 꾸고 있다. 타국으로 교환 학생을 와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의 나도 꿈 속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한국으로 돌아가는게 조금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현실과 제대로 마주한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겁이 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꿈은 언제까지나 이어지지 않는다. 결국 우리는 꿈에서 깨는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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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하고, 영화의 명장면 이라고도 할 수 있는 욕조 씬은 잠깐 꿈에서 깨는 느낌이 들게 할 정도로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 주었지만, 여러가지 영화 관련 해석 글을 읽으면서, 외설과 예술의 중간에서 예술 쪽에 발가락 하나를 더 걸치고 있는 그런 장면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어떤 것이든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온전한 예술로 치부하기엔 이 영화는 계속해서 수위 높은 아슬아슬한 장면들을 스크린을 통해 내보내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그냥 예술쪽으로 온전히 앉혀 놓고 싶을 정도로 영화가 끝나는 순간 느끼는 짜릿함과 엄청난 꿈에서 깨어나는 것 같은 충격은 정말 어마어마하다. ‘이런 장면들이 모이고 모여서 이런 이야기가 되고, 관객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영화다. 분명 당신이 이 영화를 초반부까지 보다 말아 버린다면 이 영화는 단순히 ‘외설적이고 유치한 단지 색채가 조금 예쁠 뿐이며 배우들이 예쁘고 잘생긴 영화’가 되어 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차분하게 영화를 끝까지 보고, 감독이 의도하고자 했던 세 가지, 무언가 변화될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던 정치적 유토피아, 영화적 유토피아, 섹슈얼 유토피아를 제대로 마주한다면 분명 당신은 이 영화를 다 보고나서 ‘아 이것은 내 인생 영화야.’라고 제대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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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한 편의 꿈을 꾸었다 깬 것 같은 기분이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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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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