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이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어요" - 몽당이와 채송이 그리고 통아저씨

글 입력 2017.05.26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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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의 동화책이었다. 교회 동생들이 생각나 나도 모르게 이 책을 부탁드렸더랬다. 나보다 먼저 어머니께서 택배 포장을 뜯어보셨고, 어머니도 그러셨다. 정말 오랜만의 동화책이라고. 나도 동생도 머리가 꽤 크고 나서부터는 동화책을 살 일이 없었다. 읽을 일도 드물었고. 어린이를 위한 책이라고 해서 어른이 읽지 않을 일도 없는데 그 작고 얇은 만큼의 여유도 없었던 걸까. 동화책은 참 은유적이면서도 직설적이라 좋다. 그리 길지 않은 내용 안에 메세지를 담기 위해서일까. 동화책은 가벼운 책이 아니다. 한 문장 한 문장이 묵직하다. 그렇게 한 장, 한 장 종이를 넘기는 손이 느긋해진다. 이 '몽당이와 채송이 그리고 통아저씨' 책을 펼쳐들었을 때, 사실 나보다 어머니께서 더 좋아하셨다. 책이 말해주는 것들이 너무 따듯하고 포근하다고. 마음이 참 예쁜 동화책이라고 하셨다. 나 역시 공감했다. 최근에 나오는 동화책들 중 몇은 아이들 대상의 동화답지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은 '동화책 다운 동화책'을 읽은 느낌이었다.

제목에 등장하는 몽당이와 채송이, 통아저씨는 쓰레기장에 버려져 지내는 친구들이다. 다들 이 곳까지 오게 된 데에는 가슴 아픈 사연을 지니고 있다. 몽당이는 한 때 아이의 손에서 멋진 글자를 써냈었고, 채송이는 다른 친구들과 함께 꽃밭에서 곱게 피어 있었으며, 통아저씨는 가족들과 옥수수밭에서 지내기도 하고 할머니의 등긁개가 되었었다. 하지만 지금 그들이 있는 곳은 쓰레기통. 그들이 처한 상황에 한탄하며 슬퍼하지만 그들에게 한줄기 바람이 찾아온다. 희망을 가지라는 작은 속삭임. 몽당이가 그의 목소리를 듣고 자신의 마음을 재차 일구고, 그렇게 얻게 된 삶에 대한 희망과 용기를 채송이에게도, 통아저씨에게도 전해준다. 다들 한 때의 자신을 추억하면서 앞으로의 자신을 응원한다. 나는 충분히 가치있는 존재였고, 지금도 그 마음과 그 꿈을 간직하고 있는 존재라고. 지금 이 곳에서도 그림을 그릴 수 있고, 꽃향기를 낼 수도 있다. 지금 우리가 살아있고 함께 있다는 사실 자체에서 느끼는 작은 감사함.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이게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들 사이에서 작게 울린 희망은 결국 퍼지고 퍼져, 쓰레기장을 모두 덮을 만큼 커다란 희망이 된다. 작은 마음이 모이고 모여 나에게서 너에게로 전달되는 모습들이 참 예쁘다. 그 뒷이야기가 나오진 않았지만 쓰레기장 친구들은 아마 잘 지내고 있을 거란 확신이 든다. 설사 그들이 머문 장소를 벗어나지 못했더라도, 더이상 쓰레기장은 잿빛이 아니라 알록달록 화목한 화원일 테다.

동화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동양화적인 부드러운 선과 색감도 내용과 참 잘어울린다. 조금 그을린 듯 잿빛의 공간, 하지만 투명하고 맑고 예쁜 분위기가 참 잘 담겼다. 표지를 다시 보니 바람과 별이 들려주는 동화책1이라고 써있다. 몽당이와 채송이 그리고 통아저씨처럼, 따듯한 동화들이 시리즈로 쭉 나오려나 보다. 기억해 뒀다가 주변에 말씀드려야겠다. 잊고 지내던 감사한 것들을 되새기게 해줘서 정말 고맙다. 우선 이 예쁜 동화책을 교회 동생들 무릎에 앉혀 두고, 조곤조곤 읽어줘야지. 예쁜 아이들에게 예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아이들이 어떤 초롱초롱한 눈을 하고 이야기를 들을 지 벌써부터 마음이 뿌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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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슬퍼하지 마. 이 세상에서 쓸모없는 것은 없어.
여기에서도 너는 꽃을 피울 수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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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직 살아있으니까.
난 아직 이렇게 숨 쉬고 있으니까.
감사해, 정말 감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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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너희들도 친구들에게 희망의 소식을 전해준다고 하니 내가 너무나도 기뻐.
너희들이 하는 일을 언제나 지켜보면서 도와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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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어요."

"우리는 모두 아름답고 행복할 수 있어요." 



[신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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