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여독이 진한 전시, 아라비아의 길展

글 입력 2017.05.25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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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라비아의 길 - 사우디아라비아의 역사와 문화展은 내게 마치 박물관 같았다. 실제 10여 개에 달하는 박물관들에서 아라비아 관련 유물들을 옮겨 놓은 전시라서 그렇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신기했기 때문이다. 처음 보는 것들 천지였다. 어린 시절,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했을 때 엄마아빠 손을 잡고 찾았던 박물관에서 지금은 별로 놀랍지 않은 것들을 보며 마냥 신이 났던 게 떠올랐다. 사진 촬영도 허용되어 보다 풍부한 리뷰를 전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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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을 중심으로 기획된 전시이니만큼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향로의 길, 순례자의 길이 뒤엉킨 아라비아의 지도가 커다랗게 그려져 있었다. 단체로 오신 분들이 서 계셔서 사진을 따로 찍지는 못했지만 전시의 테마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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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부 <아라비아의 선사시대>와 제2부 <오아시스에 핀 문명>은 기원전 1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서부터 시작됐다. 지금과 달리 비옥한 습지였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는 이 지역의 오랜 역사를 보여주기 위해 코끼리뼈와 같은 고고학적 성과들이 곳곳에 전시되어 있었다. 더불어 당시 이 지역에서 삶을 꾸려갔던 사람들이 사용했던 각종 석기와 도구, 그릇 등을 볼 수 있었는데 그 중에는 우리나라에서도 발견된 뗀석기나 간석기, 붉은간토기나 가락바퀴가 포함되어 있어 인류 사이엔 뭔지 모르지만 어떤 접점이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달라도 신기했고, 같아도 신기했다.

 
아라비아의 길-황금 가면.jpg

 
 아라비아 만 연안에서 발달한 딜문Dilmun 문명의 흔적을 보여주는 유물들도 다량 전시되어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황금 가면 타즈는 화려한 금빛으로 인해 나를 포함한 관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부유한 집안 소녀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해는 황금 가면, 황금 장갑을 끼고 있었는데 그렇게 오랜 세월을 어두컴컴한 땅 속에서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을 거라 생각하니 신비로운 물건이다 싶으면서도 외로워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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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부 <사막 위의 고대 도시>에서는 지금은 자취를 감추었지만 아라비아의 바탕이 되었던 몇몇 도시들과 그들의 문명을 살펴볼 수 있었다. 지리적 특성상 그리스와 교류가 많았기 때문에 헤라클레스나 헤라, 아르키메데스 등 친숙한 인물들이 아라비아만의 독특한 형태로 표현된 점이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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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카 신전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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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란


 제4부 <메카와 메디나>로 가는 길에 이르자 비로소 이슬람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졌다. 메카 신전의 문을 덮는 양탄자와 더불어 과거 메카 신전을 찾은 수많은 순례자들이 밀고 당겼을 메카 신전의 문도 실제로 볼 수 있었다. 또한 아라비아 왕국을 건설했던 압둘아지즈 왕의 코란도 마주할 수 있었는데 그 때는 실로 묘한 감정이 들었다. 전시장 안에서 나는 아라비아가, 이슬람이 참 마음에 들었는데 IS와 같은 테러단체나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논리가 코란에서 나왔다고 생각하니 또 마냥 반가울 수만은 없었다. 내 옆을 지나가던 커플도 같은 생각을 했던 모양인지 IS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하지만 고대 문자로 새겨진 묘비에 녹아든 대다수 선량한 시민들의 삶과 신앙심을 훔쳐보는 일은 경건했고 또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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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라함이 새기다"
"1085년 10월 13일, 그가 잠들다"
"야히야의 아들인 라지와 그의 딸 무니파가 잠들다. 신의 자비가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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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세상에 아름다움과 완벽함을 주었소"
"또한 그대도 영원할 수 없으며 그들이 영원할 수 있겠는가"
"타바리스탄 태생의 판사, 율법학자인 샤이크 아부 바크르"





 이번 전시는 하나의 박물관이었고 또 여행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갈 수 없는 그곳을 내 발 밑에 놓아주었으며 내가 볼 수 없는 그것을 내 눈 앞에 가져다주었다. 그래서 여독이 지독한 전시, 아라비아의 길展이었다.



전시 정보

기간 ㅣ 2017.05.09~2017.08.27
장소 ㅣ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관람시간 ㅣ 월,화,목,금 오전 9시~오후 6시
          수,토 오전 9시~오후 9시
                일, 공휴일 오전 9시~오후 7시
주최 ㅣ 국립중앙박물관, 사우디관광국가유산위원회
문의 ㅣ 1688-0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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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채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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