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클래식이 필요한 순간들 [문학]

글 입력 2017.05.21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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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캐스트에서 “피아니스트 김대진의 서재“를 우연히 보았다. 김대진 피아니스트는 “클래식의 대중화는 선입견을 버리는 것에서 시작한다”며 클래식 음악에 주제가 있고, 메세지가 있기 때문에 이해를 하지 못하면 음악을 감상할 수 없는 것은 선입견이고, 예술의 묘미는 같은 음악을 듣고도 너무나 많은 다른 느낌을 가질 수 있고, 그것이 클래식 음악의 큰 특징이라 전했다. 

그런 그가 ‘내 인생의 책’으로 꼽은 책 중 한권이 바로 이 ‘클래식이 필요한 순간들’이었다. 그는 이 책을 선정한 이유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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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책은 <클래식이 필요한 순간들>입니다. 음악 평론가 홍승찬씨가 지은 책인데요. 우리나라 청중들은 클래식에 대한 관심이 크지만 아쉬운 점도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연주를 비평가적인 입장에서 비평하려는 면이 있거든요. 그 점은 연주자로서도 아쉬운 부분이고, 음악의 아름다움을 전달해 주는 본질에서 조금 더 멀어져가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굉장히 아쉽습니다. 이 책은 우리의 일상 속에서 스며들 수 있는 클래식 음악들에 대해서 조명을 하고 있습니다. 슬플 때는 이런 음악을 듣는 것도 좋고, 기쁠 때는 이런 음악을 듣는 것이 좋고, 또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했던 작곡가들에 대한 에피소드를 담고 있습니다. 음악을 쉽게 풀이하고, 우리의 생활과 클래식 음악을 서로 연결해 준다는 점에서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 글을 읽고 도서관에 가 바로 책을 빌렸다. 최근의 나에게도, 연주를 비평가적인 입장에서 비평하려는 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연주를 직관적으로 즐기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나는 왜 음악에 대해 비평할 줄 모르지?’라는 생각이 들었었고, 그래서 그런지 지난주에 즐겼던 양고운 바이올리니스트의 리사이틀을 보면서도 ‘이것을 어떻게 비평하고 글을 써야할까?’라는 생각을 했었었다.  
책은 총 4개의 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1악장: 스타카토처럼 경쾌하고 활기차게’, ‘2악장: 안단테처럼 느긋하고 여유롭게‘, ’3악장: 비바체처럼 열정적으로’, ’4악장: 칸타빌레처럼 흘러가듯이’가 그것이다. 그리고 4개의 장은 또 다시 3페이지 남짓의 여러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다양한 음악과, 음악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때로는 그 이야기로부터 생각해볼 시사점을 던져주기도 한다. 처음에는 그냥 읽다가, 책 중반부부터는 이어폰을 끼고 각 챕터가 소개하는 곡들을 들어가며 읽었다.

읽다 보니, 내가 알던 위대한 음악가들이 평소처럼 멀게만 느껴지지 않고, 가깝게 느껴졌다. "왜 이런 사람들을 비평하려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안다고 뽐내는 것이 아니라, 좋으니 함께하자는 뜻으로, 맛있는 저녁을 먹고 한가로이 마실을 나서는 기분으로 한 걸음씩 다가셨으면 좋겠다'는 저자 홍승찬씨의 말대로, 각 장에서 흥미롭고, 인상 깊었던 이야기를 나누어보고자 한다.



인생에도 리허설이 있다면: 리히테르의 ‘슈만: 환상곡 & 피아노 소나타 2번’


“공연에는 인생에 주어지지 않는 덤이 하나 더 있습니다. 리허설이 바로 그것이지요… 정석대로라면 공연과 다름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멈추지 않고 가야겠지만 누군가 틀리면 멈추기도 하고 리허설 중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확인하고 점검하기도 합니다. 간혹 의견이 맞지 않아 다투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경우 옳고 그른 여부보다 누가 더 힘이 있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곤 합니다. ..(중략) 리허설을 할 때 이렇듯 늘 팽팽하게 의견이 대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더러는 후배를 감싸고 동료를 아끼는 마음으로, 혹은 같은 길을 먼저 걸어 이미 경지에 이른 선배를 높이 받드는 마음으로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지휘자 정명훈과 피아니스트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테르의 리허설이 바로 그런 경우였습니다. 피아니스트라면 누구나 우러러볼 만큼 신화적 존재인 리히테르였기에 정명훈 역시 예우를 해주었습니다. 리히테르는 미리 악보에 표시한 부분만 오케스트라와 맞춰보면서 주로 일방적인 요구를 했고, 지휘자는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보는 입장에서도 아니다 싶은 해석이 있었고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불만을 드러냈지만, 오히려 지휘자가 단원들을 설득했습니다. .. 인생에는 리허설이 없다지만 어찌 보면 리허설에서 만나는 연주자의 모습이야 말로 우리가 더불어 사는 참다운 삶의 모습이 아닌가 합니다. 공연에서 만나는 음악가의 모습은 허상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늘 과정속에 살고 있고 우리가 연연하는 성취는 결국 과정의 결과로 얻는 부산물입니다.”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그리고 협연자 사이에, 공연에서는 보이지 않는 알력이 존재함에 놀랐다. 단순히 본 공연 때 실수 하지 않기 위한 연습 과정이라고 생각했던 리허설이, 저렇게 소통이자 설득이기도, 혹은 다툼의 장이기도 하다니. 그리고 관객들이 본 진짜 공연은 그것의 산물이다. 리허설이 그런 과정의 가치를 담고 있다니. 그리고 그런 과정을 거친 음악이기에 더 아름답게 들리는 것이 아닐까 싶다.


 
죽음이 슬프기만 하지 않도록: 마스네의 ‘타이스의 명상곡’


“..(전략) 제 아버님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버님 영전에 음악을 바쳐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그래서 경우가 아닌 줄 알면서도 악기를 들고 문상 온 음악인에게 간곡하게 부탁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흔쾌이 청을 들어주었고, 예정에도 없는 음악회가 날마다 이어졌습니다. 문상객이 뜸해지는 밤늦은 시간, 힘든 시간을 도와주느라 늦게까지 분주했던 고마운 분들도 잠시 숨을 돌리고 음악에 귀기울였습니다. 조문객도 음악을 듣느라 대화를 멈추었습니다. 그리고 잔잔한 선율이 영안실을 빠져나와 다른 영안실에도 들렸나 봅니다. 그렇게 사람들이 둘러앉아 함께 음악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되지 않아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모두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지만 얼굴에는더없이 해맑은 미소가 가득 번졌습니다. 모두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며 슬픔을 나누었고, 그 덕분에 너나없이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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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곡 명은 제목에서 암시되듯, ‘타이스의 명상곡’이다. 이 글이 참 인상깊었다. 때로는 위로에 있어서 백 마디 말보다 하나의 음악이 더 효과적일 때가 있다. 그것을 가장 잘 실천한 예시가 아닐까 싶다. 음악으로 모두가 하나되고, 모두가 치유받을 수 있는 그런 순간. 그리고 그 음악을 통해 삶의 의미를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 그것이 음악의 가치이지 않을까.


 
당신의 삶은 어디에 있습니까? : 70억짜리 바이올린 연주


“… (전략) 서울 매트로와 서울 지하철공사에 연락해 출근 시간대에 가장 붐비는 곳이 강남역이라는 사실을 알아냈고, 그 가운데 사람이 가장 많이 지나 다니는 곳이 강남역이라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2007년 5월 2일 오전 8시 45분, 청바지와 셔츠 차림에 덥수룩한 수염을 기르고 낚시 모자까지 눌러쓴 한 남자가 어디선가 홀연히 나타나 바이올린 케이스를 열고 연주를 시작했습니다. 앞에 놓인 악기 케이스에는 종자돈으로 미리 5000원권 지폐 한 장과 1000원 권 두장, 500원짜리 동전 두 개를 넣어두었지요. 니콜로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소나타 12번을 시작으로 여섯 곡을 쉬지 않고 되풀이해 연주했고, 그렇게 45분 동안 벌어들인 수입은 총 1만6900원이었습니다. 이 시간 동안 연주자 앞을 지나간 행인의 수는 9500여 명으로 추산되었습니다. 악기 케이스에 돈을 놓고 간 스물 한 명중 열네명이 1천원권지폐를, 네 명은 5백원짜리 동전을 던졌습니다. 행인 중 2분 이상 바쁜 발걸음을 멈추고 음악을 들은 사람은 다섯 사람 뿐이었습니다.”


저 때 바이올리니스트 피호영이 연주한 바이올린은 70억원대를 호가하는 스트라디바리우스였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가 전해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70억원짜리 스트라디바리우스도 고급스런 공연장이 아니면 무시당한다”일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 이야기의 메시지에서, 악기의 가격과 연주자가 벌어들인 금액은 중요치 않다. 몇 명이 멈추어서 들었는지가 중요하다. 저렇게 바쁜 출근 시간에, 여유를 가지고 음악을 감상한 사람은 다섯사람밖에 안되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물론 출근 직전 시간의 강남역은 사람이 가장 많이 붐비는 그런 시간대이고, ‘지각할까봐 전전긍긍하게되는데 멈춰 들을 시간이 어디있어?’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바쁘게 살아가기에, 그렇기에 더욱더 음악이 필요하다. 음악을 즐길 줄 아는 여유가 필요하다. 물론 우리는 클래식을 공연장을 가지 않더라도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나 CD를 통해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아닌데? 나 음악 자주 듣는데?’ 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여유를 가지고 음악을 감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지하철에서 출퇴근 길에 듣거나, 과제를 하면서 듣거나, 음악을 그런 부수적인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기에. 그리고 그렇게 어딘가를 왔다 갔다 하는 와중에 이어폰을 통해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는 것이 음악을 ‘감상’하고 여유를 느끼는 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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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근심 걱정 때문에 서서 구경할 시간조차 없다면 도대체 이걸 산다고 할 수 있는가?’


클래식이 필요한 순간들은 어쩌면 바로 지금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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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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