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프랑스 영화 가볍게 시작하기 [시각예술]

마이크롭 앤 가솔린, 마카담 스토리, 다가오는 것들
글 입력 2017.05.21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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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영화들은 특유의 분위기를 지닌다. 낯설지만 매력적인 불어와 아름다운 영상의 색감, 배경 도시의 분위기와 간간이 녹아있는 프랑스의 문화가 그러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 같다.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자연스레 프랑스 영화에 관심을 가지기 마련인데, 다양한 영화들을 접해보지 못한 시절 프랑스영화는 필자에게 꽤나 어려운 존재였다. 먼 나라에 대한 막연한 이질감과 더불어 프랑스의 비교적 폐쇄적이고 정통주의적인 느낌 때문이었을테다. 그러나 프랑스영화들을 실제로 만나보면 그 폭은 매우 넓어서 아주 가벼운 것부터 지극히 예술적인 것까지 많은 이들의 취향을 자극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글에서는 가볍게 볼 수 있는, 그러나 충분히 매력적인 프랑스 영화 세 편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혹시 프랑스 영화를 즐기는 데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면, 이 글을 읽고 그 진입장벽을 조금이라도 허물어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1. 마이크롭 앤 가솔린


  2016년 개봉했던 <마이크롭 앤 가솔린>은 미셸 공드리 감독의 작품이다. 사실 이것만으로도 이 영화를 볼 이유는 충분하다. 최근작이기 때문인지 비교적 덜 알려진 편인데, 미셸 공드리 감독의 다른 작품으로는 <이터널 선샤인>과 <무드 인디고>가 있다. 영화에 관심이 없더라도 이 두 작품은 흔히 명작으로 회자되곤 한다. 안타깝게도 필자는 두 영화 모두 아직 보지 못했지만 수많은 극찬을 들어왔기에 늘 기회가 된다면 보고싶은 영화들이기도 하다. (색감이 예쁜 영화는 영화관에서 그 매력을 제대로 즐길 수 있기에 재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이 작품은 한마디로 마이크롭과 가솔린의 좌충우돌 로드트립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조그만 체구 때문에 마이크롭이라는 별명을 가진 '다니엘'이 전학 온 '테오'와 친해지며 발칙한 여행을 계획하는 스토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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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크롭의 감각과 가솔린의 손재주가 만나 둘만의 '드림카'가 탄생했다. 내내 아이들의 이야기로 영화가 진행되는 탓에 전반적인 분위기가 굉장히 사랑스럽고 따뜻하다. 프랑스영화가 이렇게 기분좋은 영화였던가 생각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무모할 지 모르지만 용감한 아이들의 도전은 관객들로 하여금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게 만든다. 철없다는 말로 치부해버리기에는 우리는 너무 많이 철들어 버렸다. 하고싶은 일을 하는 데에 너무나도 큰 용기가 필요하다. 지루한 삶에 전환점이 필요한 이들이라면 더욱 추천하는 바이다. 때로는 즉흥적이고 때로는 무모하게 마이크롭과 가솔린처럼 일을 벌여보는 건 분명 후회보다 추억을 남겨줄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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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마카담 스토리


  모든 것이 완벽했던 작품이었다. 수많은 영화제에 초청되었던 이 영화는 의심할 여지 없이 '최고'였다고 평가받는다.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굉장히 따뜻한 시선이 녹아들어 있다는 점에서 매우 '프랑스'스러운 영화이기도 하다. 같은 크기, 같은 모양으로 칸칸이 나누어진 마카담 아파트에서 일어나는, 세 가지 에피소드가 번갈아가며 등장한다. 여배우였던 중년 여성 '잔 메이어'와 옆집 사는 10대 소년 '샬리', 야간 근무하는 간호사와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사진사 행세를 하는 '스테른코비츠', 마지막으로 우연히 마카담에 불시착한 나사 소속 우주비행사 '존 매켄지'와 그를 발견한 알제리 출신의 '하미다.' 단단한 벽으로 나누어진 각자의 공간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서로간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지만, 곧 그들은 오래된 한 편의 영화를 통해, 아름다운 한 장의 사진을 통해, 따뜻한 한 그릇의 요리를 통해 소통을 시작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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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 메이어는 옆집 소년을 통해서 호의를 베풀고 표현하는 법을 배우고, 스테른코비츠는 소통의 소중함을 깨달으며 마음을 표현하기 시작하고, 존 매켄지와 하미다는 전혀 통하지 않는 언어를 제쳐두고 손짓과 눈빛을 통해 마음을 공유할 수 있게 된다. 아주 차가운 느낌의 낮은 채도로 표현되며 시작되었던 영상은 조금 더 높아진 채도와 함께 따뜻한 음악 속에서 함박웃음 짓는 인물들과 함께 마무리된다. 우리 시대 소통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주고 있다. 깊은 여운을 남기며 어쩐지 따뜻한 감동을 받았기에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좋았던 영화로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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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다가오는 것들


  이 작품은 먼저 소개했던 두 작품들과는 조금 다르다. 조금 더 무게감 있으며 조금 더 생각해보아야 할 소재를 다루고 있다.  파리의 한 고등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중년 여성 '나탈리'가 '일상의 붕괴'를 경험하며 극복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출판사로부터 계약 해지를 당하고, 남편에게 외면당하고, 어머니의 죽음을 마주하고, 사랑하던 제자와 갈등을 빚고... 그녀의 삶을 이루던 것들이, 거짓말처럼 그렇게 한꺼번에,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항상 자신이 옳다고 믿어왔던 그녀이기에 맨몸으로 마주한 균열은 견딜 수 없을만큼 그녀를 큰 충격에 빠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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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그녀는 때로는 눈물 흘리고 때로는 도망치면서도 그 균열을 다시 맞추어내기 위해 온 힘을 다한다. 그렇게 그녀의 삶은 조금씩 새롭지만 평범한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영화의 처음과 끝에서 루소 저서의 글귀가 인용된다. "만약 신들에 의해 통치되는 국가가 있다면, 그것은 가장 민주적일 것이다. 이는 완벽한 모습이기 때문에 인간에게 적합하지 않은 모습이다.", "우리는 행복을 기대한다. 만일 행복이 오지않으면 희망은 지속되며 환영의 매력은 그것을 준 열정만큼 지속된다. … 행복해지기 전까지만 행복할 뿐이다." 우리는 행복을 갈망하기에, 행복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일테다. 아이러니하게도, 불충족이 곧 충족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나탈리도 우리도 그렇게 조금씩 단단해져 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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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도 참 좋았지만 전세계적으로도 매우 극찬받았던 세 편의 영화들이다. 요즈음의 한국 영화들과는 전혀 다르게, 어떤 거대한 반전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지 않지만 잔잔한 흐름만으로 우리는 따뜻해지고 행복해진다. 감독은 관객들에게 어떠한 메시지도 강요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프랑스 영화, 별 거 없다. 그저 생각하는 대로 생각하고 느끼는 대로 느끼면 된다. 이렇게 세 편으로 가볍게 시작해본다면, 수많은 멋진 영화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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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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