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중경삼림-변하는 것들 [시각예술]

글 입력 2017.05.21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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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외로운 네 사람이 있다. 직업부터 나이까지 모든 것이 다른 이들이지만, 그들에게 있어 공통점은 ‘혼자’라는 것이다. 중경삼림(重慶森林: Chungking Express)은 1994년도에 개봉하한 왕가위 감독의 작품이다. 1994년도에 개봉한 영화이지만 지금 봐도 감각적인 영상과 홍콩 특유의 분위를 잘 담고 있는 이 영화는 매력적이라 할 수 있다. 영화에는 총 4명이 등장한다. 남과여 그리고 또 남과여로 등장하는 인물들은 서로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지만 어딘가 비슷하다. 가장 처음, 실연당한 남자로 등장하는 인물은 금성무이다. 그는 영화에서 단지 ‘경찰’로 등장할 뿐 그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그는 메이라는 여자에게 버림 받고 그 사실을 받아드리지 못 하여 매번 파인애플 통조림을 사 모은다. 이는 메이가 파인애플 통조림을 좋아한 까닭이기도 하지만, 그 자신 스스로가 메이를 놓을 수 없기에 한 마지막 행동으로 보여진다.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유통기한’에 대한 이야기이다. 영화 속 경찰인 금성무는 떠나간 전 여자친구를 그리워하며 파인애플 통조림을 사는데, 규칙 하나가 있다. 바로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통조림을 사는 것이다. 본인 스스로와 유통기한이 지나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파인애플 통조림이 동일시되어서 인지, 그는 유통기한이 지났다고 이를 폐기처분하는 사람들이 밉다. 그렇게 자기 스스로 정한 날짜에 파인애플 통조림 사기를 멈춘 경찰(금성무)은 유통기한이 지난 파인애플을 모두 먹어치운다.
 
 
그날 밤 파인애플을 모두 다 먹어 버렸다. 메이가 좋아하는 과일이 두리안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자신 스스로도 이별을 받아들인 밤, 금성무는 한 바에 가서 혼자 술을 마신다. 그는 외로웠던 나머지 ‘이 술집에 가장 처음 들어오는 여자’를 좋아하기로 마음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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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 마약밀매 중계자 역할을 하는 임청하는 금성무가 있는 술집에 가장 처음 들어오는 여자가 되고, 금성무는 그녀에게 말을 걸기 시작한다. 사실, 이 영화의 장르에 ‘미스테리’가 추가되는 까닭은 아마 임청하가 맡은 이 여자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언제 부턴가 난 외출할 때면 항상 우비와 썬글라스를 낀다.
하지만 언제 비가 올지 언제 태양이 빛날지는 알 수 없다.
 
 
언제든 선글라스와 우비를 착용하며(실제 영화에서 단 한 번도 선글라스를 벋지 않는다.), 마약 밀매를 하는 그녀의 존재는 미스테리하다. 그런 그녀에게 금성무는 계속해서 말을 걸지만 베일에 감춰진 그녀는 좀처럼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결국 술집 마감 시간까지 함께 있던 둘은 같이 호텔에 가게 되지만, 그녀(임청하)의 ‘쉬고 쉽다는 말’은 정말로 쉬고 싶다는 의미였다. 그렇게 아침이 밝고 금성무는 호텔에서 나오면서 임청하의 구두를 살며시 벗겨주고 나온다. 메이를 잊고 싶어 술집에 갔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었던 금성무는 25살이 되는 날 단순히 조깅을 할 뿐이다.

 
2분후면 난 25살이 된다. 인생의 반의반이 되는 셈이다.
그 역사적인 순간에 난 조깅을 한다.


이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는 다양하다. 그 중 나에게 가장 크게 다가오는 것은 모든 것은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마음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하는 것, 그리고 새로운 것을 찾아 떠난 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 것이다.

  
[이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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