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과거와 현재의 간극에 존재하는 강렬한 힘, 노스탤지어 [시각예술]

'미드나잇 인 파리'를 통해 본 노스탤지어에 대한 고찰
글 입력 2017.05.11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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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헐리웃에 보낼 시나리오가 아닌, 순수 문학을 쓰겠다고 나선 주인공 ‘길(오웬윌슨)’. 그의 약혼자 ‘이네즈(레이첼 맥아담스)’는 현학적인 자신의 친구와 길을 비교하며 길의 부족한 현실감각을 지적한다. 영화의 첫 장면이 길의 ‘파리 예찬’으로 시작하는 것으로, 그리고 길이 쓰고 있는 소설의 주인공이 골동품 등을 파는 노스탤지어 샵의 주인인 것으로, 길이 정말로 현실과는 조금 거리가 먼 사람임을 단박에 느낄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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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은 1920년대의 파리를 너무나 동경했다. 그토록 간절히 원했기 때문일까? 꿈인지 생시인지는 모르겠지만 파리의 밤거리를 걷던 도중, 클래식 자동차가 경적을 울렸고 길은 그곳에 올라탄다. 길이 내린 곳에서는 헤밍웨이와 피카소가 있었고, 그들의 뮤즈 ‘아드리아나(마리옹 꼬띠아르)’ 또한 있었다. 찰나의 순간에 그녀로부터 강한 매력을 느끼고, 자신의 소설에 대해 대문호들에게 비평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던 길은 계속해서 1920년대의 파리에 발을 들이게 된다. 길이 생각하는 ‘황금시대’는 단연 1920년대의 파리였지만, 정작 그 시대 사람들의 생각은 달랐다. 그들은 자신의 시대가 결코 황금기라 생각하지 않았다. 아드리아나는 19세기 말의 벨 에포크 시대를 동경했다.
 
영화의 장르는 ‘로맨틱 코미디’ 또는 ‘판타지 로맨스’로 분류되어 있지만,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로맨스가 차지하는 것은 일부였던 것 같다. 오히려 ‘노스탤지어’라는 감정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부분이 더 크다. 어쩌면 환상에 젖은 길을 보며, 그리고 그를 나무라는 이네즈와 그녀의 가족들을 보며 사실 조금 부끄러웠던 것 같다. 나 역시도 노스탤지어라는 감정에 특별한 의미를 두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1990년대에 유년기를 보냈기에 생생히 기억나는 그때의 추억은 없다. 하지만 가끔, 당시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사진을 찾아 헤맨다. 그리고는 생각한다. 그때에는 사람들이 아무 걱정 없이 살았을 것같고, 지금 사회에서 느끼는 환멸들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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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아빠에게 있어서 노스탤지어는 또 다른 것이다. 동네 구석에서 신나게 놀다 해가 뉘엿뉘엿 기울 때, 굴뚝에서 연기가나기 시작하고, “밥 먹어라!” 하고 부르는 엄마의 모습. 아빠에게 가장 강력히 노스탤지어를 느끼게 하는 그림은 분명 나와는 다른 순간이다. 내가 동경하던 시대의 사람들은 그 이전세대를 동경하고, 또 그 세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더 이전의 과거를 그리워한다. 그렇다면 노스탤지어는 그저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으로 뭉쳐진, 쓸모없고 허구에 불과한 감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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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후반에서 아드리아나와 길은 1920년대의 파리에서 더 이전, 벨 에포크 시대의 파리로 시간여행을 한다. 아드리아나는 고갱, 드가가 있었던 그 시대에 머물기로 단번에 결정하지만 길은 혼란스러워 하다가 결국 현실로 돌아온다. 주인공이 현실을 택한다는 점에서 <미드나잇 인 파리>가 노스탤지어에 대해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노스탤지어는 결국 길에게 강렬한 경험을 선사했고, 새로운 인연과 맞닿게 해 주었다. 현실에서 도망쳐나와 과거에만 집착하는 것은 분명 생산적인 일은 아니다. 하지만 현실만을 바라보며 사는 것과 과거에 대한 그리움만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 그 사이 어딘가에 노스탤지어가 발휘할 수 있는 뜨거운 힘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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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에 대한 동경과 그리움은 현재의 모순을 지적할 수 있는 강력한 촉매제가 될 수 있다. 또는 노스탤지어가 담고있는 순수한 열망은 창조적인 활동의 동력이 될 수도 있다. 디지털 시대로의 급격한 이행 속에서도 아날로그 감성에 대한 반추가 계속해서 일어 난다던가, 2002년 월드컵이 준 꿈 같은 기억으로 다음 월드컵도, 그 다음 월드컵도 그 어떤 나라에 뒤지지 않을 많큼 설레는 마음으로 즐기는 현상은 노스탤지어가 가진 힘을 잘 보여준다.
 
 현재가 힘들기에, 그리고 과거는 과거일 뿐 돌아갈 수는 없기에, 되돌아 보는 것 외에는 할 수 없는 지금 이 시점이기에, 그렇기 때문에 과거가 아름다워 보일 수밖에 없다는 걸 부정하진 않는다. 하지만 가슴 속에 ‘아름다운 감성’, 그것이 노스탤지어가 만든 것일 수도 다른 경험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어떠한 ‘감성’이 존재한다는 것 만으로도 우리는 자신의 삶을 성찰할 수 있다. 그리고더 나은 사회를 꿈꿀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노스탤지어는, 현재와 맞물릴 때 비로소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사진출처 :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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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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