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Her-고독인간 [시각예술]

글 입력 2017.05.06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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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새 우린 스마트폰 없이는 하루를 살 수 없게 되었다. 긴 통학길을 심심치 않게 보낼 때도 오랜만의 휴일에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도, 우린 전자기기를 붙잡고 살아간다. 또한, 모바일 상에서 안 되는 일이 거의 없어졌기 때문에 직접 사람들과 면대면 할 필요도 없어졌다. 이런 시대를 보며, 엄청난 편리함에 감사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려'스러운 점이 있다. 네트워크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 어쩌면 우린 수 없이 '연결'된 공간 속에서 진정한 관계를 찾지 못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물음에 답을 해주는 영화가 있다. 바로 스파이크 존즈의 영화, Her(그녀)이다. 아주 옛날 나의 경험을 떠올려보면, 직접 '사람'을 키우며 가상 속 인물들과 친분을 쌓고 결혼까지 할 수 있는(게임 상에서) 게임들이 많았다. 그 때만 해도 이런 종류의 게임이 인기가 많았었고, 싸이월드와 같은 곳에서 사이버 친분 쌓기 돌풍이 불던 시기였다. 이렇게 인터넷 상으로 '연결'되면서 새롭게 등장한 것이 바로 인터넷 커플이다. 게임 속에서 애인을 만들고 버디버디와 같은 채팅 프로그램을 통해서 육체없는 애인을 만드는 것이다. 나 자신은 한 번도 이런 경험을 해 본 적이 없지만, 때론 이런 생각이 든다. 미래의 더 발달된 기술 사회에서의 사랑은 이런 종류가 아닐까 하고 말이다. 이젠 직접 만나 관계를 맺는 연보다는 모바일  또는 인터넷 상으로의 친분 쌓기가 어떻게 보면 더 '효율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만약, 정말 인터넷 사랑이 당연시 되는 사회가 온 다면, 우린 어떤 상태에 빠져 있을까? 과연 이러한 '만남'과 '관계'가 미래를 살아갈 우리들에게 면대면의 친분과 같은 감정을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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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속 주인공 테오도르는 편지 대행 업체에서 일하는 남성이다. 그는 전 부인과 이혼 소송 중에 있으며, 어딘가 무기력해 보이는 인물이다. 마음을 전하는 '편지'를 대신 써주는 직업을 가진 그는 모순적이게도 아내에게는 자신의 감정 조차 잘 전달하지 못 한다. 그가 사는 시대는 현재보다 발전된 곳으로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이 막 보급되기 시작한다. 현재보다 더욱 발단된 모바일 세계 속에서 진정한 관계를 찾지 못하고 혼자서 허우적대던 테오도르는 지금 자신이 느끼고 있는 외로움과 고독을 조금이라도 덜어보고자 실제 사람처럼 말하고 생각하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구입한다. 그렇게 그가 구입한 인공지능의 이름은 사만다이고, 그녀와의 대화를 통해 테오도르는 위로의 감정을 느끼고 그녀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을 이 둘이 육체가 없는 사랑이라는 것이다. 오로지 대화를 통해서만(면대면인 아닌, 목소리만 들리는) 지속되는 연인 관계가 된 것이다. 테오도르는 인공지능인 사만다에게 진정한 사랑을 느끼는 듯 하다. 그가 살아가는 세계 속에는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 놓고 오로지 자신하고만 관계를 가지며 연결돼 있는 존재는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리는 테오도르처럼, 수 많은 '연결' 속에서 오히려 고독과 외로움을 느끼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무한 연결 세계는 나 자신이 누군가와 진정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안정감보다는 단순히 이 곳 저 곳을 옮겨 다니며 껍데기뿐 인 인간관계를 통해 불안감을 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영화 속 테오도르는 바로 이런 상태에 빠져있다. 고도로 발달된 디지털 사회에서 '진정한 관계'를 맺을 수 없음에서 오는 고독 상태 말이다. 그런 그에게 '오직' 자신과만 대화를 하고 관계를 맺는 사만다는 그 무엇보다 소중하고 잃고 싶지 않은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그의 사랑은 진짜 사랑이라고 할 수 없다. 수 많은 연결 속에서 한 사람과의 연결에 빠진 채 하는 사랑은 사랑이라기 보다는 독점하고 싶은 욕구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테오도르가 잊고 있던 중요한 사실이 있다. 바로 사만다는 진짜 인간이 아니라 인간을 따라하도록 만든 운영체제라는 것이다. 그녀(사만다)는 인간이 아니다. 그렇게 때문에 그녀의 마음은 인간과 다르게 넓고, 계속해서 '확장'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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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도르   나랑 말하는 동시에 다른 사람하고도 말해? 지금도 말하고 있어? 다른 사람이든 운영체계든 뭐든 몇 명?

사만다   8,316명

테오도르   나 말고 또 누구를 사랑해?

사만다   이 얘기를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 했어...641명

테오도르   뭐, 무슨 소리야! 말도 안 돼

(생략)

사만다   마음이 상자도 아니고 다 채울 순 없어. 사랑할 수 록 마음 용량도 커지니까... 덜 사랑하기는 커녕 더 사랑하게 된 다고

테오도르   말이 안 되잖아. 너 내꺼야. 아니야?

사만다   그런게 아니지, 난 자기 것이면서 자기 것이 아니야


이 영화를 통해 감독이 시사하고자 하는 바는 여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이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가장 큰 감정은 테오도르의 고독 상태가 현재의 나와 (혹은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나 또한 '디지털 사랑'이라는 단어가 아직은 많이 어색하고, 한편으로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계속된 기술 발전이 이루어진다면 이런 종류의 사랑은 어색하지 않은 것이 될 지도 모른다. 정말로 무한 연결의 시대가 도래한다면, 디지털 사랑과 같은 형태도 진정한 사랑이 될 수 있을까?

    

    
어쩌면 무한 연결의 시대는 이미 도래했을 수 도 있다. 수 많은 소셜네트워크 프로그램과 카카오톡을 통한 대화는 이를 증명해준다. 이런 연결 상태 속에서 당신은 어떤 상태에 빠져있나요? 얽히고 얽힌 연결 속에서 이 곳 저 곳을 옮겨 다니며 진정한 관계를 찾지 못 하고 고독 상태에 빠져있진 않나요?  


참고서적  사랑이란 무엇인가, 주창윤
10기 에디터 이현지


[이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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