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언제부터 연애가 필수였나요? [문화 전반]

글 입력 2017.04.27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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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기에 앞서 먼저 한 대학교 대나무숲에 ‘다른 사람의 눈에는 어떻게 보일지는 몰라도, 누군가에게 구애받지 않고 하고 싶은 일들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지금이 가장 만족스럽다’고 올라왔던 글이 기억난다. 왜 누구를 만나지 않고, 연애를 하지 않느냐고 그만 물으라던 포효의 글에 ‘좋아요’는 천개에 이르렀고, 공감의 댓글 또한 금세 빠르게 늘어갔다.
 
‘모태솔로’라는 말은 당연하게도 이제 하나의 놀림거리나 약점으로 자리 잡았다. 흔히 취업을 위해 외모도, 인간관계도, 하고 싶은 일까지도 포기한다는 뜻에서 스스로를 자조적으로 ‘완포 세대’라고도 부른다는데, 그럼에도 여태껏 이성 한 번 만나보지 못했다고 말하는 것을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것처럼 여겨도 되는 걸까. 포털사이트에 ‘모태솔로’를 검색하면 지식인에는 ‘모태솔로 탈출하는 법’을 묻는 질문이 판을 치고, 모태솔로는 이유가 있다며 특징을 알려주며 건승(?)을 비는 글 역시 빈번하다. 오히려 역으로 생각해보면 영양가 없는 만남에 돈과 시간을 쓰는 사람들보다 훨씬 합리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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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연애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별 다를 일 없는 하루를 떠들 수 있는 누군가가 생긴다는 것, 일상을 공유함으로써 평범함을 특별함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소중한 경험인가. 함께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생긴다는 것은 어떤 상황도 버틸 수 있게 만들어 주는 힘이 되고, 또 마음을 한없이 벅차오르게도 만들어 주는 잊지 못할 순간을 만드는 행복이 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마찬가지로, 온전한 자신의 모습을 보며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들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물론 ‘연애 좀 하라는’ 말이 안부의 의사로 혹은 결핍에 대한 걱정으로 건네는 농담일 수도 있겠지만, 말하는 사람의 태도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불편함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기란 참 쉬운 일이다. 더군다나, 만나고 싶다고 바로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중요한 사실 아닌가.
 
굳이 타인이 먼저 걱정하지 않아도 본인이 원할 때면 자연스럽게 시작되는 것이 연애라고 믿는다. 물론 결혼 전에 많은 사람들을 만나봐야 한다는 말처럼 좋은 사람을 만나면 변화를 경험할 수 있고, 만남과 이별의 과정을 통해 조금 더 성숙함으로써 다양한 사람들과 맺는 관계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데는 동의한다. 하지만 필자는 누군가의 걱정이 권유를 넘어 강요처럼 다가올 때면 오히려 ‘사랑’이라는 본질을 흐리게 만드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오래달리기처럼 한동안 달리다가 때로는 오래 쉴 수도 있고, 그 자체가 하나의 트렌드가 될 수 없는 것이 이성간의 만남 아닐까. 타인에게 이유를 묻기 전에,
의미 없는 만남의 인연들로 인해 연애를 ‘해야 하는 것’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아진 것인지, 이러한 말을 쉽게 해서 의미 없는 만남이 많아졌는지 되새겨보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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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예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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