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너의 이름은' 신카이 마코토의 감각적인 전작들 [시각예술]

'언어의 정원', '초속 5센티미터'
글 입력 2017.04.23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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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봄, '너의 이름은'으로 대세 감독 반열에 오른 신카이 마코토 감독. 순애보적인 사랑 이야기와 그에 잘 어울리는 환상적인 색감의 작화가 인상적이었다. 그의 전작들은 또 어떤 이야기와 어떤 감성을 담고 있을까. 가장 유명한 축에 속하고, 러닝타임이 짧은 편이라 함께 묶어보기 좋은 '언어의 정원'과 '초속 5센티미터'를 함께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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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정원 (2013)

 상처를 입은 후 다시 삶을 살아나가는 게 버겁게 느껴지는 한 여자. 그녀는 비오는 날마다 공원에서 한 소년을 만난다. 소년은 그녀의 신비로운 분위기에 점점 끌리기 시작한다. 구두장이를 꿈꾸는 소년은 그녀가 다시 일어서게 해주려 그녀만을 위한 구두를 만든다. 그는 사랑을 고백하지만, 겁내기만 하는 그녀의 모습에 화를 낸다. 결국 그녀도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는다. 둘은 비를 맞으며 서로를 부둥켜안고,그 동안 억눌러왔던 마음을 아이처럼 울어뱉는다.

 극사실주의 화풍으로 유명한 감독은 비오는 여름날 아침의 청량감을 그대로 재현해 감탄을 불러일으켰다. 거기다 수채화 같이 부드러운 색감까지 더해져 정말 아름다웠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 장마철이 기다려질 정도였다. 짧지만 굵은 이야기와 시적인 대사들이 이 아름다운 배경과 잘 어우러져 보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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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속 5센티미터 (2007)

 언어의 정원을 보고 삘이 꽂혀 곧바로 이어봤다. 역시나 황홀한 영상미.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벚꽃잎 날리는 계절, 그리고 함박눈 내리는 계절을 주 배경으로 삼고 있어 더더욱 눈이 즐거웠다. 이 영화 역시 꽤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조용하고 감성적인 전개로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었다.
 서로에게 애틋한 감정을 품고 있지만, 갑작스런 전학으로 채 표현할 새도 없이 멀리 떨어져 살게 된 소년과 소녀. 15살 봄, 폭설을 뚫고 우여곡절 끝에 다시 만난 둘은 첫 입맞춤으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지극히 짧은 시간을 함께한 뒤 다시 헤어진 둘은 그 이후로 만나지 못한다. 소년은 고등학교 때 자신을 열렬히 사랑했던 다른 소녀의 마음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성인이 되어서도 제대로 된 사랑을 못하고 일에만 매여 산다. 그러다 결국 허무감을 느껴 일도 그만두고 만다.

 소년의 첫사랑이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지만, 나는 고등학교 때 소년을 짝사랑했던 소녀에게 감정이입이 되었다. 가능성이 전무한 짝사랑을 한 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소년을 보며 한 `나한테 너무 잘해주지 마'라는 혼잣말이 참 공감되었다. 나도 다정한 모습에 호감을 느꼈지만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에 비참해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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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영화는 모두 어리고 서툰 풋사랑을 다루고 있다. 나는 보는 내내 그렇게 순수하고 열렬하게 사랑하는 것이 참 부러웠다. 내가 나이를 먹어감에 다급함을 느끼는 것은 바로 순수함을 잃을까봐서이다. 아무 제약 없이 순수하게 마음 가는 대로 사랑할 수 있는 건 젊은 시절 뿐이라는데, 그 특권을 놓칠까봐 두렵다.
거기다 아직 사랑이라 일컬을 만한 사람을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누군가를 만나도 항상 다른 이가 나타나면 금방 식고 금방 잊어버렸다. 그만큼 미적지근한 감정만 품어왔다는 얘기다. 그래서 물론 영화 속 소년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는 여자들도 부러웠지만,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소년들도 부러웠다.

 결론적으로 둘 다 `첫사랑'이라는 단어가 생각나는 영화다. 내 첫사랑은 대체 언제쯤 나타날지 모르겠지만, 진짜 사랑한다고 확신할 수 있는 남자와 함께 다시 한 번 보고 싶다.

[명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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