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셀 애니메이션의 추억 [문화전반]

글 입력 2017.04.21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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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니메이션에는 표현의 한계가 없다. 먼 우주공간도, 기묘한 상상 속 생명체도 애니메이션 안에서는 생생하게 존재할 수 있다. 덕분에 애니메이션은 수많은 사람들의 유년시절을 즐겁게 만들어 주었다. 누구에게나 마음의 서랍에 추억 속 애니메이션 한 편쯤은 들어있을 것이다. ''추억의 만화'라고 하면 보통 학교나 학원에 다녀와서 저녁을 먹으며 보았던 티비시리즈를 흔히 떠올린다. ‘달의 요정 세일러문’, ‘웨딩피치’와 같은 마법소녀물부터 ‘로보트태권브이’, ‘황금로봇골드런’과 같은 변신로봇류, 그리고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수많은 어린이들의 마음을 뺏아간 디지몬과 포켓몬시리즈들. 티비 시리즈보다 비디오를 즐겨 본 누군가는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라이언킹’등으로 대표되는 디즈니의 만화를 떠올릴 수도 있겠다. 주인공도, 내용도 모두 다른 이 추억의 애니메이션들은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셀 애니메이션’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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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딩피치>,1995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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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바다의 나디아>,1992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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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공주>, 1989 (출처)

   
  머릿속에 있는 추억의 애니메이션들을 쭉 떠올려보니 셀 애니메이션이라는 게 뭔지 느낌이 올 듯 말 듯 한데 정확히 무엇인지는 설명하기 힘든 사람이 많을 것 같다. 본래 애니메이션(Animation)에서 ‘Anima'는 라틴어로 ’영혼‘, ’생명‘이라는 뜻이다. 즉, 애니메이션이란 움직이지 않는 것을 움직이게끔 만드는 작업이다. 어렸을 적 공책 한 귀퉁이에 졸라맨을 연속해서 그린 뒤 공책을 빠르게 넘기면 그림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경험은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애니메이션의 기본 원리는 거기에 있다.

  예를 들어 인물이 한 팔을 드는 장면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인물이 팔을 내린 모습과 올린 모습 사이의 그림을 수천장, 수만장 그린 뒤 그것을 빠르게 넘겨야 한다. 이렇게 하면 착시효과로 인해 그림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졸라맨으로만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면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애니메이션은 복잡한 배경과 인물이 등장한다. 이 경우 모든 장면을 일일이 다 그리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과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 ’셀 애니메이션‘이다. 1915년 허드가 고안해 낸 셀 애니메이션은 셀이라 불리는 투명한 플라스틱지에 움직이는 인물을 그린 후 이 그림들을 카메라로 촬영해 재생하는 방식의 애니메이션이다. 이 때 배경은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한 번만 그려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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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 애니메이션 제작과정 (출처)
 
  
  ‘셀 애니메이션’은 같은 장면 안에서도 움직이는 것과 움직이지 않는 것을 분리하여 그릴 수 있기 때문에 노동력과 비용, 그리고 시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셀에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이러한 장점들 덕분에 셀 애니메이션은 애니메이션을 만들기에 가장 보편적이고 경제적인 방식으로 오랜 시간동안 사랑받았다. 특히 2000년대 이전까지는 셀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에 디지털 방식이 많이 도입되지 않았기 때문에 수작업이 많았다. 손으로 그린 듯한 그림, 배경은 고정되어 있고 캐릭터만 움직이는 모습 등 우리 기억 속에 있는 애니메이션이 모두 다르면서도 동시에 비슷한 무언가를 공유하는 까닭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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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스토리>, 1995 (출처)

 
  하지만 모든 신기술은 언젠가 구식이 될 운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애니메이션 제작 기술은 점점 발전했다. 1995년 컴퓨터 그래픽을 적극 활용하여 만든 <토이스토리>는 애니메이션계 전체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사람들은 이 새로운 형태의 애니메이션에 열광했다. 독특한 컨셉과 탄탄한 스토리가 뒷받침을 해 주긴 했지만 뭐니뭐니 해도 <토이스토리>의 가장 큰 인기 요인은 이전까지의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질감과 형태의 이미지였다. <토이스토리>를 시작으로 많은 3d애니메이션이 나오기 시작한다. 꾸준히 이어지던 3D애니메이션의 인기에 힘입어 셀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하던 디즈니 역시 2010년 <공주와 개구리> 이후로 더 이상 2D애니메이션 제작을 하지 않게 된다. 물론 아직까지도 텔레비전 애니메이션에서는 셀 애니메이션 기법을 사용한다. 하지만 이전에는 일일이 손으로 하던 과정들이 디지털화 되었기 때문에 예전의 느낌은 많이 사라졌다. 이는 최근 리메이크 된 <세일러문>을 보면 실감할 수 있다. 작화가가 바뀐 까닭도 있지만 선이나 색의 느낌이 90년대의 그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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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러문>,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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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러문>, 2014


  리메이크 된 <세일러문>은 팬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많이 갈렸다. 분명 그림은 더 세련되어졌는데 예전의 감성이 사라졌다는 평이 많았다. 애초에 원작 애니메이션이 나온 지 20여년이나 시간이 흘렀고 제작 과정 또한 많이 바뀐 상태에서 예전 감성이 재현되기를 기대하는 게 무리였을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가면 지금의 최신 애니메이션 기법도 구식이 될 것이다. 하지만 사람의 취향이 기술이 변화하는 속도만큼 빠르게 바뀌지는 않는다. 지금의 어린아이들이 나이가 들었을 때는 3D애니메이션에서 향수를 느끼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80년대,90년대에 유년시절을 보낸 사람들에게 추억의 애니메이션은 언제까지나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셀 애니메이션일 것이다. 다가오는 주말에는 오랜만에 유년시절의 느낌이 물씬 나는 옛 애니메이션을 찾아 추억여행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내용참조:
EBS다큐프라임 <인간과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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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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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김현우
    • 디지몬은 셀애니 아닌데요
    •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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