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진, 빛으로 그리는 마법 [시각예술]

배병우, 《빛으로 그린 그림》
글 입력 2017.04.1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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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빛으로 그리는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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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사진의 아버지라 불리는 '으젠느 앗제'는 일상 속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파리의 거리, 서민들의 생활 모습 등 앗제의 사진들은 기존의 귀족들의  초상 등 제한적이었던 사진의 대상을 넓혔으며, 빛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일상의 모습을 담아냈다. 특히 그의 사진은 빛이 아스라한 새벽 시간대에 찍힌 것들이 대다수인데, 이러한 앗제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사진이란 역시 빛이라는 물감으로, 사진사라는 화가가 그리는 그림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진은 피사체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피사체와 셔터를 누르는 순간에 벌어지는 모든 상황들, 그러니까 작가의 감성이나 그 당시의 빛, 분위기, 구도 등이 하나가 되어 피사체 + 알파로 이루어진 사진을 만들어낸다. 여기, 배병우 작가의 《빛으로 그린 그림》속에는 그가 이제껏 부려왔던, 빛으로 그린 마법의 결과물들이 가득하다.

  처음 이 책을 집어든 이유는, 제목 때문이었다. 빛으로 그린 그림. 척 봐도 빛에 대한 상당한 고민과 연마를 거쳐 그가 사진을 찍어왔음이 느껴지는 제목이다. 이 속에 실린 그의 사진들을 보면서 다시금 나의 사진들을 둘러보았다. 특히 흑백으로 찍은 사진들. 흑백사진은 기본적으로 컬러감을 가진 아이들보다 눈이 편안해진다. 표현할 수 있는 색조가 한정적이기 어느정도 산란함을 커버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점이 오히려 구도나 대비 등을 신경쓰이게 한다. 책 속에 실린 흑백사진들을 보면서 사진들 속에 빛이 층층이 쌓여있는 느낌을 받았다. 신기하기도 하고, 벽에 붙여두고 공부하고 싶기도 했다. 훔쳐오고 싶은 구도, 빛들이 내는 색들, 무엇보다 편안해지는 지극히 한국적인 피사체. 그리고 무엇보다 하나의 대상을 그리 다양한 방식으로 오래 오래 찍어낸다는 점에서 감탄이 나왔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치뤄졌다는 그 사진전은 어땠을지 궁금하다.

  사진은 빛으로 그리는 그림이라는 제목은 그 자체로 너무 예쁜 말이다. 하지만 나는 사진은 빛으로 그리는 마법이라 칭하고 싶다. 사진은 우리가 눈으로 보는 그 자체를 담아내지 않으니까. 카메라는 빛을 가지고 마법을 부리는 존재다. 우리 눈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형상이 뷰파인더를 통해 나타나기도 하고, 의도적으로 빛에 노출되는 시간을 바꾸어 새로운 형상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사진은 이러한 일종의 허구를 포함한다. 카메라 자체를 넘어서 포토샵의 단계에 들어가면 허구성은 더할나위없이 더 커진다. 사진은 그저 피사체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셔터를 누르는 그 순간에 모든 것들을 기록하기 때문에, 특별해진다. 그래서 사진은 우리의 삶 속에서 특별함을 잡아내는 마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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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빛으로 그린 마법의 그림들은 나를 풍부하게 만들었다.
이 풍부함이 빛을 그리는 나의 손끝에도 전해지기를 바라본다.


[한나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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