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표현하다

글 입력 2017.04.05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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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오라토리오 제66회 정기연주회
위대한 유산시리즈 10

안토닌 드보르작 Antonín Dvořák
 [Stabat Mater, 스타바트 마테르]


2017년 3월 28일(화) 저녁 8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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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으로 태어난 벤자민, 그는 자신의 시간이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것을 깨닫고 양로원의 한 할머니에게 묻는다.

“제가 점점 늙는 게 아니라면 어떨까요?”

“그렇다면 넌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는 것을 봐야만 하겠지.
그건 인생의 끔직한 짐이겠지.”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우리는 상상도 하지 못하며 산다. 나보다 먼저 태어난 어른들의 경우는 삶이 유한한 것이기에 언젠가는 닥칠 일이라고 마음의 준비라도 하지만 나보다 어린 사람들, 그것도 내 자녀의 죽음이라면?

안토닌 드보르작은 장녀 오세파가 갑작스럽게 죽고, 2년 후 가을에는 또다시 한 달 사이에 둘째 딸 루제나와 장남 오타카가 연이어 병으로 죽게 되자 자녀들의 명복을 빌면서 이 곡 [스타바트 마테르]를 작곡한다. 인간의 모습으로 고통당하고 죽음을 이겨 부활한 예수의 모습을 통해 어쩌면 그는 세상을 떠난 자녀들도 그저 사라지는 것이 아닌 고통에서 벗어나고 영원한 안식을 얻게 되길 빌었는지 모른다.

총 10곡으로 이루어진 작품인데다 쉽게 공연되지 않는 대곡이어서 조금은 긴장되고 설레는 마음으로 연주를 듣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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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오라토리오는 대한민국 유일의 오라토리움 전문 연주/연구기관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 명성에 걸맞게 편한 발성, 분명히 전달되는 딕션, 하나로 어울린 소리들이 무척이나 아름답게 들렸다. 게다가 체코 프라하 콘서바토리 출신의 솔리스트들 까지 함께하는 연주여서인지 화려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몇 몇 연주단원이 솔리스트의 연주 시 악보를 제쳐둔 채 턱을 괴고 객석을 응시하는 모습은 감상하는 입장에서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행동이어서 약간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창 부분은 이날의 연주 중 가장 아름다웠고 감동적이었다. 


솔리스트가 등장하는 연주회에서 오케스트라는 반주로, 합창은 코러스 정도로 격하되기 쉬운데 이날의 공연에서는 합창, 오케스트라, 솔리스트가 어느 한쪽 치우침 없이 대등하게 연주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제 소리를 내면서도 서로의 소리와 어울리는 앙상블은 좋은 연주를 듣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곡의 후반부로 갈수록 초반의 어둠과 슬픈 분위기와 달리 화려하고 아름다워졌다. 인터미션 시 잠시 휴식으로 연주자 뿐 아니라 관객도 휴식을 취했는지 더 좋은 분위기로 감상할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아직 클래식 연주회가 대중에게 익숙하지는 않다. 더구나 낯선 노랫말은 이해할 수 없어 더 집중도를 떨어뜨리는데 무대 중앙 설치한 스크린을 통해 가사를 보여준 것도 대중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좋은 시도였던 듯하다.

조금 더 자주 좋은 연주를 들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과 다음은 또 어떤 연주를 듣게 될까 하는 설렘으로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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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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