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바른 음식을 먹는 것, 삶의 균형을 찾는 그 시작점 [문화 전반]

글 입력 2017.04.02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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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음식 문맹자, 음식 시민을 만나다] 을 읽고 
 

오늘은 대학생 A씨가 2교시부터 5교시까지 연강으로 수업을 듣는 날이다. 그런데 늦잠을 잤다. 아침도 못 먹어 배가 고프니 지하철역에 있는 편의점에 들려 삼각김밥을 산다. 겨우 겨우 10시 반까지 등교 성공. 11시 45분까지 수업을 듣고 다시 3교시 수업을 듣기 위해 자리를 옮긴다. 주린 배를 부여 잡고 1시 15분까지 수업을 듣고 나면 5교시 시작 전까지 45분이 남는다. 이번 달 통장 잔고도 얼마 안남았고 내일 친구랑 쇼핑도 가야 하니 금전적으로, 시간적으로 제대로 된 식사를 하기는 어렵고.. 저렴하고 빨리 나오는 햄버거를 먹으며 끼니를 때우기로 한다.

대학생 B씨는 자취를 한다. 용돈이 거의 다 떨어지고 알바비도 입금되려면 한참 남았다. 밖에서 사먹자니 너무 비싸고, 스스로 요리를 해먹어야 돈을 아낄 수 있긴 한데.. 할 줄 아는 요리가 없다. 그래서 그냥 라면을 먹기로 한다.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의식주’의 시대라고는 하나 사람들에게 있어서 중요도 순으로 나열해 보자면 ‘주 – 의 – 식’인듯 하다. 주변 친구들에게 있어서 돈이 궁해지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먹는 것부터 줄이기 시작한다. 빠르고 싸게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 (물론, 패스트푸드도 세트로 다 챙겨먹으면 어마어마하게 비싸긴 하다) , 밥버거, 컵밥 등으로 끼니를 때우고, 그것 마저 먹을 돈이 안되면 굶는 것을 자처한다. 먹어야 사니까 먹기는 먹는데, 그 음식에 대해 고마움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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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문맹자, 음식 시민을 만나다”의 저자 김종덕 교수님은 요즈음 ‘음식문맹자’들이 너무 많다고 한다. 모두들 음식을 먹고 사는데 왜 문맹이냐, 음식의 중요성을 모르고 아무거나 먹고, 음식의 상태, 이 음식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모르는 채 먹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푸드와 패스트 푸드의 시대라고 한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다양한 가공식품이 생산되면서 사람들은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음식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스페인에서 생산된 오렌지는 며칠 뒤면 한국에서도 쉽게 즐길 수 있고, 제철이 아닌 과일도 온실에서 석유를 이용해 재배를 하면 손쉽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가공식품의 개발로, 즉석 식품들이 등장하여 조리 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편리하게 먹을 수 있는 만큼 아무거나 먹는 음식 문맹의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음식 문맹이 왜 문제냐, 편리한 대로 먹으면 되지, 그냥 먹으면 되는 것 아니야? 이 책은 음식 문맹으로 살아가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사회 구조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비판한다.

우선, 개개인의 건강 문제이다. 제철에 맞지 않는 음식을 먹기 위해 이것 저것 기름칠을 하고 가공을 하다 보니 영양이 그야말로 제로가 되어버렸다. 사람의 건강은 그대로 악화되어 가고, 각종 질병에 노출되었다. 트랜스지방의 기름은 콜레스테롤을 증가시켰고 그에 따라 그를 섭취하는 사람들은 간암, 유방암, 위암 등의 질병으로 고통을 받는다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사회 구조적인 문제이다. 경제 발전에 따라, 그리고 사회가 점점 변함에 따라 사람들은 가정에서의 식사를 점차 줄이고 외부에서의 식사를 하게 되었다. 그 요인은 많다. 인구의 노령화, 여성의 사회 진출에 따른 맞벌이 세대 증가, 핵가족화, 독신 세대의 증가, 그리고 끊임 없이 일을 하는 사람들, 그에 따라 제대로된 식사를 즐길 여유가 없어지는 사람들.. 식생활의 외부화는 사람들은 패스트푸드, 조리식품, 가공식품의 세계로 몰아넣었다. 식품시스템과 식품 체인은 그렇게 비대해지는 것이다. 식품 관련 기업과 회사들이 비대해지며 그들은 권력을 얻게 되었다. 명백한 을인 식품의 ‘소비자’인 사람들 위에 군림하는 ‘갑’인 생산 유통자.


 
패스트푸드에 대항하는 슬로우푸드 운동


패스트푸드는 속도 효율성을 무기 삼아, 자본주의라는 갑옷을 두른 채 전 세계를 빠르게 잠식해나갔다. 슬로우푸드는 이에 대항한다. 패스트 푸드가 전 세계인의 식탁을 획일적으로 만드는 것을 거부하고, 각 지역의 농산물을 활용하여, 여유 있게 음식을 즐길 것을 권유한다. 슬로우푸드는 우수하고(Good) 청결하고(clean) 공정한(fair) 음식을 소비하는 것을 추구한다. 자연의 상태가 변하지 않아 맛과 신선도가 유지되는 좋은(good)음식, 그리고 생태계를 보전하여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청결(clean)한 품질, 그리고 세계 경제의 균형화를 추구하고 농업 종사자의 노동 가치를 인정하는 공정(Fair)성을 갖춘 음식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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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음식 문맹자, 음식 시민을 만나다>에서 주장하는 음식 시민은 음식을 ‘똑똑하게’먹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앞으로 건전한 식생활을 통해서 건강한 음식을 섭취하고, 그 뿐만 아니라 농식품 체계를 생각하고, 이 사회와 구조를 생각하는 ‘똑똑한’ 음식 시민이 되어 보는 것은 어떨까. 그동안 일과 공부에 치여, 시간에 쫓겨 패스트푸드를 먹는 것에서 탈피하여 그야말로 ‘슬로우 푸드’를 즐긴다는 것은 단순히 먹던 음식을 바꾸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 첫 시작점이다. 나아가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변화하면 개인의 삶도 변화는 농식품 생태계도 변화하는 그러한 시작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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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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